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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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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숙취 만땅’ 인터뷰하러 온 연예인? 그건 애교였다

2018-07-03 14:42

조회수 : 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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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의 연예 기자 생활 동안 만나온 연예인만 어림 잡아 1000명은 족히 넘는다. 그들과의 인터뷰 시간만 합쳐도 대충 2000시간은 훌쩍 넘을 듯 하다. 바로 며칠 전 인터뷰를 앞두고 있었던 일이다. 소속사 측에서 “죄송합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조금 늦을 듯 합니다. 너무 죄송합니다”란 전화가 왔다. 난 이미 현장에 도착했고. 뭐 그 정도야 쿨 하게 넘어갈 수 있다. “괜찮습니다. 천천히 오세요.”
 
하지만 현장에 도착한 이 배우의 모습은 문자 그대로 몰골이었다. ‘쾡한 눈’ ‘자기 주먹 만한 눈꼽 덩어리’. 사실 이 정도까지는 애교다. 술 냄새가 진동을 했다. 뭐 그럴 수도 있다. 제 정신으로 버티는 것도 용한 연예계 이니. 그것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대화 자체가 불가능했다. 동문서답을 넘어서 추태에 가까운 행동을 보였다. 텍스트로 설명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더욱이 꼴불견인 것은 이 연예인. 생각 좀 있는 척 하기로 유명한 당사자였다. 일부 연예 기자들의 질적 수준을 논하던 당사자다. ‘선배, 그 연예인 정말 싸가지 없어요’란 사전 평가가 이해가 됐다. 참고로 이 연예인, 15년의 연예 기자 생활 동안 처음 만났고 처음 인터뷰를 했다. 독해가 불가능한 수준의 대화.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난감하고 고민이다. 자칭 타칭 프로란 타이틀을 달고 사는 직업군으로서 이런 태도는 정말 스스로에 대한 죄악이다.
 
 
그동안 있었던 연예인과의 황당했던 인터뷰 베스트5다.
 
A씨: 한 창 날이 서 있던 7~8년차 시절 만난 연예인. 정곡을 찌른 질문에 도리어 화를 냈다. 나 역시 이 시절 어느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정도의 싸움닭. 현장에서 멱살잡이를 했던 유일한 연예인. 훗날 다시 만나 “그때 우리 좀 웃겼지? 김기자”라며 호탕하게 웃으며 묵었던 감정을 풀어버린 연예인.
 
B씨: “실장님!!!” “오빠~~~” “하잉~~~” “이거 예쁘죠?(자기 손톱 네일아트를 내밀며)” 도대체 인터뷰가 불가능했던 연예인. 참고로 여자임(대화만 봐도 알 수 있지만). 곤란한 질문에는 뒤에 앉아 있던 회사 임원을 부름(실장님~~~). 대화 도중 수시로 매니저를 부름(오빠~~~. 이것저것 잔심부름을 부탁함). 화가 좀 나서 날선 질문을 하면(하잉~~~하면서 몸을 떠는 애교를 부림. 이게 애교인지는 모르겠음). 느닷없이 자기 손톱 네일아트를 내밀며 자랑질까지. 현재는 활동을 쉬고 있는 극강의 4차원 여자 연예인
 
C씨: “우리 술이나 한 잔 하죠 뭐” 인터뷰 시작 후 20분 정도가 흘렀다. 당시 시간은 오후 2시쯤. 이 연예인 대뜸 술이나 한 잔 하잖다. 뭐 “오케이”라고 맞장구 쳐주고. 자리를 옮겨 술판이 벌어졌다. 인터뷰 장소 카페 인근의 막걸리집. 이날 이 시간에 시작한 술은 같은 날 밤 11시가 조금 넘어서 끝을 맺었다. 정신을 잃지 않으려 무진장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반면 이 연예인? 낯 색 하나 안 변하는 두주불사였다. 참고로 이 연예인? 놀랍게도 여자다.
 
D씨: 정신적으로 가장 불안해 보였던 연예인. 뭐라고 설명이 불가능하다. 대화 도중 뜬금 없이 주변 사람들이 너무도 깜짝 놀랄 정도로 크게 웃기도 하고. 때로는 속삭이듯 몸을 앞으로 숙인 채 질문에 귓속말 같은 대답을 하기도 했다. 이날 자신의 알려지지 않은 비밀을 털어놔 옆에 있던 소속사 관계자를 기겁하게 했던 인물.
 
E씨: 자신의 신체를 보여주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내 앞에서 이른바 홀딱 쇼는 아니지만 거침없이 외투를 벗었다. 사실 외투를 벗는 게 뭐가 놀랄 일인가. 당시 내가 너무도 기겁을 했던 것은 이 연예인(여자)이 노브라였다. 물론 요즘 여성들의 ‘노브라 운동’이 벌어지는 것도 사회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당시 인터뷰 장소에는 이 연예인을 알아보는 일반인들이 상당히 많았다. 매니저의 안절부절 못하던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사진: 픽사베이
 
  • 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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