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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무사 계엄문건' 핵심에 김관진 전 안보실장

사령관·장관 윗선으로 수사 선상에…합수단, 문건 작성 총괄 '참모장'도 주목

2018-08-0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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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결정을 앞두고 작성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이른바 ‘계엄 문건’ 작성과 관련해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다시 한번 핵심으로 지목되면서 수사선상에 올랐다.
 
31일 군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문건이 작성된 2017년 3월 당시 청와대 김 전 실장을 포함한 참모들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릴 것으로 잠정 결론 짓고, 당시 1000만명을 훨씬 넘긴 ‘촛불집회’ 참여 시민들의 반대를 통제하기 위한 대책에 부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대통령 부재상태인 이때, 실질적인 국가안보 위기관리 책임을 맡고 있던 김 전 실장이 한민구 당시 국방부장관에게 대책마련을 지시하고, 한 전 장관의 지침을 받은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이 TF를 만들어 구체적인 계엄령 시행 기획안인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을 수립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래픽/표영주 뉴스토마토 디자이너
 
군 사정당국자에 따르면, 실제로 기무사 '계엄 문건 관련 TF'에 참여했던 소강원 당시 1처장(현 참모장)과 기우진 수사단장(현 5처장) 등은 최근 군 특별수사단 조사에서 한 전 장관의 지시와 조 전 사령관의 세부지침을 받아 문건 작성에 착수했다고 진술했다.
 
기무사에서 오래 근무한 군 출신 인사들은 군 체계나 기무사의 기능적 특성상 한 전 장관이나 조 전 사령관이 독단적으로 계엄 검토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무사령부에서 근무하다가 최근 전역한 한 고위 장교는 "대통령 독대 보고사항 외 대부분의 기무사 정보는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간다. 기무사가 대통령이 군을 견제하기 위한 기관이기 때문에 지침이나 지시도 대부분 청와대에서 내려지고 그 주무부서가 국가안보실이다. 그만큼 국가안보실과 기무사는 긴밀하다"고 설명했다.
 
문건 작성 즈음 기무사령부에서 근무했거나 당시 기무사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전·현직 고위 장교들은 "청와대 지시로 '대테러나 방첩 목적으로 계엄에 준하는 작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말이 한참 돌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문건은 기무사에서 TF를 만들어 작성하면 일주일이면 끝낸다. 이미 관련 데이터를 완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준비가 돼있는 기관은 기무사가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한 군 출신의 사정당국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은 충성심이 매우 강한 사람이다. 더구나 국가안보실은 박 정부에 처음 생긴 기관인데, 생기자 마자 정부가 망하는 것을 보게 됐다"며 "군 출신인 김 전 실장으로서는 지정된 과업(안보실장으로서 법 등에 규정된 업무) 외에 추정된 과업(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업으로, 명시되지 않은 과업)을 따져 추정된 과업인 사태수습 대책 방법, 즉 계엄과 위수령 검토 필요성을 인식해서 장관과 기무사령관에게 지시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지난 26일 공식 출범한 ‘계엄령 문건 관련 합동수사단’도 김 전 실장을 주시하고 있다. 합수단 관계자는 "수사와 관계된 사항에 대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지만, 개입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김 전 실장 윗선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연결돼 있는지 여부는 합수단 수사로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소 준장 등 현역 군인들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합수단 내 민간인 수사를 맡고 있는 검찰팀이 조 전 사령관과 한 전 장관 조사를 거쳐 김 전 실장을 조사할 방침이다. 한 전 장관은 현재 출국 금지 상태다.
 
합수단은 당시 문건 작성을 총괄했던 지모 참모장(준장)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지 준장은 현장과 정무감각을 고루 갖춘 엘리트로, 기무사 융합정보실 근무 경험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융합정보실은 우리나라 각 정보 수집처에서 보고되는 여러 정보를 최종 취합하는 곳으로, 대통령 보고용 군 정보도 이곳에서 최종 작성된다. 지 준장은 지난 4월 소장을 끝으로 퇴역했다. 역시 검찰팀 수사 대상이다.
 
합수단은 이와 함께 전역한 원로급 기무사 고위 장교들이 각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김 전 실장 등이 ‘기무사 계엄 문건’을 작성하는 데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미 일부 사령관 출신 원로들 중에는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11월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조작 지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났다. 최근에는 세월호 보고 조작 혐의로 추가기소 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되면서 다시 한번 구속수사 위기에 놓이게 됐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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