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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jinyangkim@etomato.com

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
왜 불편함은 우리 몫인가(feat.한전)

2018-08-24 13:03

조회수 :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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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에도 기온이 30도에 육박했던 '초열대야'가 기승을 부렸던 그 어느날.
정부는 전기요금 한시적 감면 정책을 발표했더랬죠.

거기에는 출산가구에 대한 지원을 종전 1년에서 3년까지로 확대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18개월 아들래미를 키우고 있는 기자는, 
지난해 신청했던 출산가구 전기요금 할인 기간이 이제 막 끝나던 차 였습니다.
전기세 폭탄이 걱정되던 찰나 올레!를 외칠 수 밖에 없는 상황. 
한전 홈피에 들어가 관련 내용을 찬찬히 읽어봤습니다.
출생일로부터 만 3년간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 혜택을 받기 위해선 어서 '신청'을 하라고 하네요.
 
자료/한국전력

그러면서 문득 지난해의 삽질이 떠올랐습니다. 
종전의 제도는 생후 1년 이내 신청월로부터 1년간,
전기요금을 30%(최대 16000원)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2월생 아이를 뒀던 기자는
여름철 전기요금이 급증할 것을 감안해 '일부러' 7월에 감면 신청을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기자는 '대단지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한 동 밖에 없는 '오피스텔형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어쨋든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지라 전기요금은 관리비에 포함돼 나옵니다. 
한전에서는 관리비에 전기요금이 포함되는 세대는 해당 관리사무소에 문의를 하라고 안내합니다. 
물론 사이트 내 검색을 통해 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고객 코드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검색으로 나오지 않더군요.
관리소에 문의했습니다. 관련 내용 소장님 잘 모르십니다.
한전에 문의하라 하십니다. 다른 집들 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한전 고객센터에 전화했습니다. 그건 관리소에 문의하면 될 일이라 합니다.
이리저리 공을 넘기는 그 행태들에..날도 더운데 불쾌지수 급증합니다. 
 
어찌어찌 물어물어 관리소에서 겨우 고객번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감면 신청도 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신청 후 처음으로 받아든 청구서엔, 요금이 1원도 깍여있지 않습니다. 
첫달이라 착오가 있을 수 있다고 다음달까지 기다려보라 합니다.
기다렸습니다. 결과는 역시나..
한전에 또 전화했습니다. 담당자의 착오로 처리가 누락됐다 합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말. 소급적용은 어렵다 합니다. 
해당 시스템은 신청이 들어간 시점으로부터 1년만을 할인하도록 할 수 있고
지나간 기간에 대한 신청은 불가하다 합니다.
지난 석 달간의 요금을 현금으로 돌려받던지,
그 때부터 1년으로 할인 기간을 재설정하던지 선택을 하랍니다. 
수작업을 통해 미할인에 대한 환급을 받고 남은 기간에 대한 할인만 요청했습니다. 
 
IT강국이라는 이 곳에서 이게 뭔일입니까. 
시스템이 그렇다니. 그렇구나. 하는 수 밖에.

앞으로 3년을 요금 할인 해주는 것은 참으로 고맙지만, 
이런 과정을 또 겪어야 할 것을 떠올리니, 다시금 짜증이 올라옵니다.
다행히도..이번에는 고객번호도 미리 준비했고,
나름 한 번 해봤다고 순조롭게 신청을 완료했습니다.
(고객번호 외, 세대 구성원의 전입 일자도 일일이 확인해 넣어야 합니다)

이즈음에서 근원원적 의문이 올라옵니다. 
할인을 해 줄거면 알아서 적용을 해 주면 될 것을, 
왜 신청을 하는 사람에 한해서 생색내듯 해주는 걸까.

전기요금 감면 뿐 만이 아닙니다. 
9월부터 아이가 있는 가정에 지급을 한다는 아동수당 10만원.
이보다 먼저 지급되고 있었던 양육수당.
모두 신청을 해야 받을 수 있습니다. 

저출산 정책이랍시고 보편 복지를 앞세웠으면서 왜 '신청'을 해야만 주는 것일까요.
그 신청 조차 편하지지는 않습니다. 
아직도 홈페이지마다 적용되는 무늬만 바꾼 액티브X는 기본이며, 
앞서 언급한 일련의 과정들.

아이 낳고 출생신고만 하면, 그것으로 '알아서' 줄 수는 없는 걸까요.
예전처럼 종이로 왔다갔다 해야 하는 시대도 아니고, 
21세기에!
심지어 휴대폰으로도 왠만한 업무는 다 볼 수 있는 '스마트 시대'에!

왜 굳이 동사무소를 직접 찾거나,
불친절한 사이트에서 힘겹게 권리를 찾아야 하는 걸까요.
(서비스 메뉴가 직관적이지 않습니다. 결국 네xx 블로거들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세금 내라고는 귀신같이 찾아오면서, 왜 이런 혜택은 먼저 나서지 않으면 누릴 수 없는걸까요.
수 년전 엄마가 소일거리로 봐주던 동네 애기는
그 아이 엄마가 무지해 양육수당도,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도 받지 못했다고 하네요. 
지나간 수당에 대한 소급 지급도 없었다 하고..
 
물론 공지는 했을 겁니다. 우편물로, 문자메세지로.
그런데, 그렇게만 '할 일'을 했다고 말하면 끝날 일인가요? 

저출산 정책으로 수조원을 쏟아붓는데, 효과는 크지 않다고 하죠.
실제로 아이 낳아 키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도대체 그 돈이 다 어디가나 싶습니다. 
아무리 많은 혜택 주면 뭐하나요, 부지런히 알아서 챙기지 않으면 다 남일입니다.

왜 생색은 정부가 다 내면서,
(모르는 사람은 말하죠, 요즘 애 키우기 참 좋아졌다며)
불편은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렇게 또 화만 나는 하루가 지나갑니다.
 
  • 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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