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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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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영원한 챔피언 고 이왕표, 그의 마지막 경기

2018-09-04 17:06

조회수 : 3,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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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후반 태생이라 1980년대 초반은 아직은 프로레슬링이 제법 인기를 끌 때였습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레슬링 경기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기억으로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었던 듯 합니다. 거대한 덩치의 남자들이 사각의 링에서 서로를 때리고 싸우는 장면은 공포감이라기 보단 묘한 쾌감을 전해 왔습니다. 유치원생이었을 싶은 그 시절 그 쾌감이 뭔지도 몰랐지만 꽤 짜릿했었단 기억은 어렴풋이 남아 있습니다. 프로레슬링은 어찌 보면 그랬을 지도 모릅니다. 서슬퍼런 군사정권 시절, 고단했던 서민들의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줬던 그런 소화제 같은 역할을 우리도 느끼지 못하게 담당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습니다. 급격하게 쇠락한 한국 프로레슬링의 부흥을 위해 인생을 바친 이왕표 선수의 죽음이 그렇습니다.
 

일본에서 활동했던 전설적인 레슬러 역도산(한국명 김신락)의 직계 제자 고 김일. 고 김일의 직계 제자인 이왕표. 환갑이 넘은 나이까지 사각의 링에 올라 온 몸을 던지며 경기를 치르던 현역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생존율 5%에 불과한 담낭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보도가 지난 5월께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팬들을 안타깝게 했스비다. 그는 철인에 가까운 체력을 앞세워 힘겹고 고통스럽지만 암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투병 중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 알려지지 않은 비화를 공개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드러내고 입증한 바 있습니다. 인터뷰 중 할리우드 특급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툼 레이더’에 출연 섭외가 왔던 일화는 영화계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이왕표와 안젤리나 졸리 인연 될 뻔(스포츠아시아 보도)
 
사실 그는 2015년 현역에서 은퇴를 한 바 있습니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과의 방송 인터뷰에서 그는 은퇴 경기를 하지 못한 점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자신의 스승 고 김일 선수와 동시대를 풍미한 고 장영철 선수의 입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 ‘프로레슬링은 쇼다’의 내막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은퇴를 선언한 이왕표 선수가 밝힌 프로레슬링 흥망성쇠(JTBC보도)
 
이왕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스승 고 김일. 이왕표는 한국프로레슬링연맹회장 자격으로 한 방송에 출연해 고 김일과의 첫 인연을 전하며 애틋한 사제의 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키 190cm, 몸무게 120kg에 달했던 이 태산 같던 남자는 유일하게 스승인 고 김일 앞에선 한 없이 작은 제자를 자처했습니다. 1975년 김일체육관 문하생 1기로 사제의 연은 시작됐습니다.
 
내 스승 김일과의 인연은(노컷뉴스 보도)
 
이왕표를 논할 때 그의 영원한 파트너이자 김일체육관 한 기수 후배인 프로레슬러 노지심을 빼놓을 수 없다. 노지심은 경우 중학교 3학년 때 집인 전남 고흥에서 서울로 프로레슬링을 배우기 위해 무작정 상경했단다. 고 김일은 실제로 노지심(본명 김주영)의 집안 할아버지 항렬이라고. 탁월한 신체조건으로 그 시절부터 스승인 김일에게 눈에 띄었다. 스승의 전매특허 기술인 박치기도 그때 사사 받았다고 합니다.
 
이왕표의 영원한 파트너 노지심 은퇴(엠파이트 보도)
 
노지심은 은퇴 이후에도 선배인 이왕표와 함께 한국 프로레슬링 부흥에 힘을 써 왔습니다. 그리고 4일 세상을 떠난 이왕표의 마지막을 지키며 그의 영원한 파트너로서의 마지막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영원한 챔피언 고 이왕표 선수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MBC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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