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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권일

‘왕실장’ 김수현이 말했다. “부동산은 끝났다” 왜?

2018-11-15 13:07

조회수 :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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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청와대정책실장. 사진/ 뉴시스
 
 
김수현 청와대 비서실 정책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깊은 참모다. 문재인청와대 2기 정책실장을 맡은 그는 청와대 내에서 ‘왕실장’으로 불릴 정도로 관장하는 업무도 많고 영향력도 크다. 청와대 인사에 따르면 “경제 원톱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 사회 원톱은 유은혜 사회부총리가 각각 맡고 김수현 실장이 경제와 사회 모두를 통합·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의 위상은 전임 장하성 정책실장을 뛰어넘는다고 봐야 한다. 임종석 비서실장과 함께 현재 청와대의 실질적인 투톱이다. 때문에 김수현 실장이 어떤 생각을 가진 인사인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는 도시공학을 전공한 학자 출신이다. 기자가 기억하는 그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품이었다. 20여년 전 경실련의 도시문제 관련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여했을 때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 그는 학자라기보다는 시민운동가 스타일이었고, 조용했지만 강단이 있어 보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는 20대에는 판자촌 철거반대운동에 참여했고, 30대에는 빈곤연구로 유명한 한국도시연구소에서 주로 활동한 활동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수현은 40대부터는 제도권으로 들어와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사회연구부장을 지냈다. 참여정부 때는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국민경제비서관, 사회정책비서관을 두루 거치며 부동산 정책과 사회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관여했다. 임기 말에는 환경부차관까지 맡았다. 그런 그는 노무현 청와대의 멤버들이 변변한 직장 없이 변방을 떠돌때도 세종대에 적을 두고 교수로 재직할 정도로 나름 수완도 좋았다. 
관운이 좋은 그는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사회수석을 맡아 부동산정책을 총괄했다. 그가 낸 책을 보면, 모두 부동산 관련이다. <위기의 부동산>, <한국의 가난>, <부동산 신화는 없다>, <부동산은 끝났다>, <저성장 시대의 도시정책>, <주택정책의 원칙과 쟁점>이 다 그렇다. 때문에 그가 부동산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그가 펴낸 <부동산은 끝났다>는 책이 있다. ‘오월의 봄’ 출판사에서 2011년에 펴냈는데, 그가 세종대학교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로 부동산 정책, 주거복지 등을 가르칠 때다. 그가 청와대에서 일하며 펼쳤던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복기하며 쓴 책이다. 이 책에는 참여정부 때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탄생과정이나 실거래가 제도 정착 등에 대한 다이내믹한 이야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집없는 서민들에게 힘을 주기 위한 책이다. 토지공개념에 입각한 그는 우리 사회가 ‘부동산 인질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제시한다. 
 
책에서 그는 대한민국은 부동산에 인질로 잡혀 있다고 말한다. 과장은 아니다. 현실이 그렇다. 집값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전전긍긍 한숨을 쉰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전세 대란, 재개발 등으로 늘 쫓기듯 이사를 다녀야 한다. 그렇다고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지도 않다. 무려 400만명이 ‘하우스 푸어’다. 매달 매달 은행에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간다. 이자 내기도 빠듯해 소비할 돈이 없을 정도다. 한국의 가계 자산의 80%가 부동산에 매여있을 정도로 부동산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김수현은 이 책에서  “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해온 부동산은 끝났다”고 말하고 있다. 왜 그럴까?  그의 책에 나온 대목을 인용한다.   
 
“부동산이 우리를 겁박하고 위협하던 시대는 끝났다. 부동산으로 국민을 현혹시키던 정치인, ‘돈 벌 기회를 보장하라’는 얘기를 시장주의로 포장하던 언론, ‘믿고 싶은 것’을 과학이라 얘기하는 전문가. 이들이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 올바른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일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잊고 지냈지만, 진작부터 ‘집은 인권이요, 삶의 자리’였어야 했다. 인질의 공포감을 벗어던지고 깨어난 시민들이 이제 부동산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이다.”
 
자세히 읽어보면 그의 발언은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현실을 말하는게 아니다. “부동산은 끝나야 한다”는 당위로 읽힌다. 하지만 그의 의지는 확고하다. 그는 ‘집은 인권이요, 삶의 자리’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집이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자리라는 생각을 실천에 옮길 때가 되었다. 정부에게 진짜 공공성을 요구하자. 임대주택을 많이 지으라고 할 뿐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시장 규칙을 수립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토건 정치인, 부동산 언론, 무책임한 전문가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진짜 꽃피기 위해서라도 인권으로서의 집을 실현해야 한다.” 
 
그가 사회수석을 맡은 뒤 발표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골격을 복기해보면, 나름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몇차례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집값이 어느정도 잡힌 상황이다. 부동산 정책의 방향도 그의 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수현은 책에서 내 집이 아니어도 편히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규범과 원칙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건설업으로 경기부양 하지 않기, 부동산세금 원칙 지키기, 가계와 금융의 건전성 살리기, 개발이익환수와 나누기를 해야한다고 말한다. 
 
요약하면, 김수현이 강조한 것은 3가지다. 주거복지, 개발이익환수, 보유세다. 이 3가지는 정부가 흔들림 없이 쥐고 가야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는  이 3가지만큼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시그널을 정부가 줘야 부동산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집값은 갑자기 무너뜨려도 안되고, 갑자기 투기로 띄워도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독일의 주거정책 모델을 한국에 맞게 도입하자고 말한다. 
 
이 책이 김수현 실장의 진심이라면, 김수현은 부동산 공급론자와는 거리가 멀다. 아마도 그가 재임하는 동안에는 강남 역세권에 부유층이 몰려들 브랜드 아파트단지가 새로 들어서는 그런 장면은 기대하지 않는게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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