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조문식

(여기는 경기)서울역~수원역을 오가는 기차에서

2019-01-22 17:30

조회수 : 1,462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서울역에서 경기도를 향해 출발하는 기차를 탑니다. 기차는 5분쯤 지나 한강을 건넙니다. 강을 건너는 하나의 장면 속에는 63빌딩 전경도 담깁니다. 아침 출근길에 바라보는 한강과 태양을 작품에 비유한다면, 하나의 명작으로 꼽겠습니다.
 
기차에 탄 사람들은 저마다의 결에 차이가 있고, 사는 곳이나 향하는 목적지도 다릅니다. 기차는 영남을 향하기도 하고, 호남으로의 여정을 돕기도 합니다. 저는 기차가 수원역에 다다르면 다시 경기도의 길을 걷습니다. 기차의 최종 목적지는 아니지만, 제가 취재할 장소에는 이렇게 도착합니다.
 
왜 지하철을 타지 않느냐고요? 요즘 기차를 자주 타면서 지하철과 기차는 비슷하면서도 큰 틀에서 다르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기차로 수원을 오가는 길에는 산이나 강, 넓은 농지 등이 끊김 없이 이어집니다. 지하철에서 보는 풍경은 중간중간 편집된 영화와 같다고 비교해봅니다.
 
서울역에서 출발을 앞둔 KTX 모습입니다. 사진/조문식
 
기차가 가는 하나의 길은 그(기차)만의 흐름을 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득 찬 지하철과 달리 기차에서의 자리다툼은 심하지 않습니다. 카페 차량이 운영되는 기차라면 입석이라 해도 잠시 쉬어가는 공간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기차는 제가 사색하며 새로운 시각을 고민할 수 있도록 돕는 매개체 역할도 합니다.
 
서울역에서 경기도청과 경기도의회, 경기도교육청 등이 있는 수원역으로 향하는 길은 가끔 다이내믹합니다. 노숙자들이 아침부터 술을 마시거나 자기들끼리 아귀다툼을 하는 모습도 봅니다. 식사시간을 줄이기 위해 찾는 패스트푸드 가게에서는 노인들의 모습도 자주 봅니다. 음식을 먹다가 가게 종업원이 “카드에 잔액이 부족하세요”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이런 순간에는 뜨금한 기분도 듭니다. 노인들의 삶이 팍팍하다는 것, 이런 경험은 안타깝게 다가오는 부분입니다.
 
여러 가지 일들은 언제나 생깁니다. 우리나라의 미래도 그렇습니다. 한반도 평화의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만큼, 기차가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할 주요 수단이 될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습니다. 지금은 서울역에서 수원역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많은 생각을 하지만, 앞으로는 지금 탄 기차가 평양을 넘어 유럽으로 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조문식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