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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지

"참담·비극…결자해지 심정으로 받아들여야"

법조계, 침통한 분위기 역력…시민단체 "수사 속도 더 내라"

2019-01-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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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광연·최영지·최서윤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총책임자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결국 구속됐다. 재판거래와 판사 사찰 등 혐의만 40개가 넘는데다가 헌정사상 초유사태로 법조계 내·외부 곳곳에서 참담한 분위기가 전해졌다. 
 
24일 오전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영장실질심사 결과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 우려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 충격을 금하지 못했지만 명 부장판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영장발부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명 부장판사가 밤새 고심해서 내린 결정일 것이고, 한 분의 결정만이 아닐 것”이라며 “이미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다른 법관들의 영장심사를 영장전담부장판사 여러분들이 진행했기 때문에 모두 이번 결정에 공감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평판사도 “헌정사상 처음으로 사법부 수장이 구속됐다는 점에서 국민에게 할 말이 없다”는 심정을 전했다. 그는 이어 “전직 대법원장의 개인 비리도 아니고 사법농단에 연루돼 구속됐다”며 “판사들의 존립·생존 근거가 되는 재판인데 훼손됐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오늘 출근길에 사과했지만, 누구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느냐를 떠나서 법원 구성원으로서 일정 부분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기록을 일일이 보지 않아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구속 사유에 의문이든다. 추측컨대 임종헌 전법원행정처 차장도 구속됐고 관련자들과의 관계 고려해 영장전담부장판사가 내린 결정이 아닐까 싶다”면서도 “매우 충격적이다. 이번 일을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다. 이 상황에서 어떤 말씀을 드려야 과오를 밝히고 작게나마 위안 드릴 수 있을지 답을 찾을 수 없다”며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각자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팀 책임자로서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전했다. 대검 수뇌부 중 한 간부도 "비극이다. 그러나 이것이 좋은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며, 따라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구속영장발부요건이 춰졌다면 설사 전직 대법원장이라고 하더라도 구속되어야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며 “사법부와 법조계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들은 이번 일을 철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 스스로를 뒤돌아보고, 다시는 이러한 참담한 일이 없도록 사법제도를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개혁하여야 할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시민사회에서도 양 전 원장의 구속에 이어 검찰이 수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양 전 원장의 구속 기한은 최대 다음달 12일까지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검찰은 이번 구속으로 사법농단 수사를 대충 일단락하려 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사법농단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바라고 있고,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사법부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또 “앞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조사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최영지·최서윤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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