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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지

양승태 "무소불위 검찰에 맞서려면 불구속 재판해야"

직접 법정 소명…"검찰, 조물주가 세상 창조하듯 공소장 만들어"

2019-02-2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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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사법농단 의혹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무소불위 검찰과 마주하기 위해 증거기록을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며 불구속 상태의 재판을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박남천) 심리로 26일 열린 보석심문기일에서 양 전 원장과 검찰은각각 보석허가의 정당성과 이에 대한 반론을 펼쳤다. 
 
이날 직접 법정에 출석한 양 전 원장은 “법원을 꼼짝 못하게 하고 대법원장까지 구속시킨 검찰이 대단하다”며 “법원 자체 조사에 불구하고 영민한 수십 명의 판사들을 이 잡듯이 샅샅이 뒤져 조물주가 세상을 창조하듯이 300여페이지의 공소장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재판 하나하나마다 재판 결과를 내기 위해 법관이 얼마나 많은 자료 검토하는데, 조사과정에서 검찰이 우리 법원의 재판에 관해 이해를 잘 못하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본질을 밝혀야 하는 상황에 와 무소불위 검찰과 마주서야 하는데 내 몸과 책 몇 권을 두기도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 증거기록을 검토하면 100분의 1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할 것”이라며 불구속 재판을 주장했다. 
 
그는 이어 “법원의 정의의 여신상의 손에 저울이 들려있고, 공평성이 없는 재판 절차가 있으면 정의가 실현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며 “이런 상황이 형평에 맞는 것인지, 재판 실상을 제대로 보일 수 있는 실체적 진실 구현에 합당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수사 및 심문과정에서 증거인멸 등이 우려돼 영장이 발부됐고 오늘 보석 심문에서도 범행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고 이후 구속사유를 소멸했다고 볼 만한 상황이 없다”며 “대법원장이었던 피고인은 다른 공범 및 전현직 법관들에게 부당한 영향을 줘 진술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증거기록열람등사가 가능해진 첫날, 기록이 방대하다는 이유로 보석을 청구한 것은 설득력 있는 사유가 될 수 없다”며 “한정된 구속기간내 구치소에서 기록검토의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다른 수감자들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보석사유로 고려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어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의 경우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며 이들과의 형평성이 전제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영장전담재판부 결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구속영장제도는 대법원장 재직 당시 스스로 정비한 제도인데, 피고인이 그 상황에 처하자 문제가 있다는 건 자기 부정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고도 반박했다.
 
양 전 원장 측 변호인은 “(양 전 원장이) 불구속 상태가 되면 이사건 관련자인 전현직 법관 진술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데 관련자들의 진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며 “오히려 그런 상황에 영향을 받는 것이라면 진술 자체 신빙성에 대해 검사 스스로 의구심을 갖는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또 “피고인이 증거기록을 검토하고 소요하는 시간이 길어 그런 여건을 감안해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다 읽어보고 하라는 것 자체가 합리성이 결여된 것”이라며 “이 사건 증거기록이 17만5000페이지가 되는데 5일간 증거기록을 검토하려면 24시간동안 검토해도 수사기록 1장당 2.5초 안에 다 봐야 한다. 국가적으로 관심이 높은 이 사건을 단시간 내 검토할 수 있다는 검사 주장은 변호인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재판부는 양 전 원장에 보석 요건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재상고 사건과 관련해 한상호 변호사를 적어도 4회 이상 집무실에서 만난 사실이 있냐”고 물었고 이에 양 전 원장은 “만난 사실은 있으나 한 변호사가 집무실에 오게 된 연유는 이번 공소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답했다.
 
또 재판부는 헌법재판소 비난 대필기사 기획과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편성 혐의에 대해 인지했는지 질문했고 양 전 원장은 부인했다. 
 
재판부는 이어 “구속 전 실제로 거주하던 거주지가 변경되지 않았냐”면서 “구속 이후 건강 상태는 어떤한가”며 질문을 이어갔다. 이에 양 전 원장은 “거주지 인근에 시위대가 몰려 소란하게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집을 비운 적은 있으나 거주지는 그대로다”며 “구속 이후 따로 진료받은 적이 없고 특별히 이상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끝으로 “의견들을 신중하게 검토해서 적절한 시기에 결정하도록 하겠다”며 심문기일을 마쳤다.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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