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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재개발 현장엔 공포감이 어렸다

2019-05-10 14:50

조회수 : 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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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깔 건물 입구에 A건설사 홍보관이라는 안내판이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과 함께 서있었다. 반짝이는 금목걸이를 두른 이도 있었다. 반대편에는 비교적 편한 차림의 남자들이 모여 자기들끼리 떠들었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묘한 긴장과 평화가 공존했다.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홍보관이 불법이라고 했다. 조합이 제공하는 곳에 홍보관을 마련해야 하는데 A사가 멋대로 홍보를 시작했다는 것. 그래서 이곳을 방문하는 조합원이 없는지 감시인력을 붙였다고 했다. 홍보관 입구에 정장 사내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도 그 이후다. 
 
홍보관은 한적했다. 방문객의 등장에 온 직원이 관심을 보였다. 무거운 공기가 흐르던 밖과는 달리 환영하는 웃음이 내부를 메웠다. 다만 밝은 톤의 인사는 방문객의 주위에 머물다 흩어져버렸다. 
 
입찰에 참가한 경쟁업체 B사는 상황이 달랐다. B사의 홍보관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주차장에 수시로 차가 오갔다. 자사 아파트의 장점을 설명하던 직원은 다른 방문객의 부름에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이곳에는 정장을 입은 사내도, 자기네끼리 모여 담소를 나누던 남자들도 없었다. 그저 열기로 가득했다.
 
시공사 선정은 끝났다. 불법과 합법의 대결이라고만 보기엔 복합적이다. 빅브라더 같은 눈이 지켜보는데다 금방 싸움이라도 날 듯한 공포 분위기를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물론 그 본질엔 수주만 하면 된다는 성과주의가 깔려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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