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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현장에서)신축 띄운 분양가 상한제의 역설

2019-09-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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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판도 됐으니 P(분양권에 붙는 웃돈)가 오르겠죠?”
 
검단신도시가 미분양 물량을 털어냈다. 입주를 앞둔 이들은 전매 제한 기간 이후 프리미엄(P)이 얼마나 붙을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미 일부 단지는 분양권 가격이 3000만원 정도 올랐다. 
 
운정신도시도 미분양 우려를 덜어냈다. 이달 운정에서 대형 건설사가 분양에 나선 한 단지는 초기 완판에 실패할 거란 관측이 우세했다. 인접단지들의 청약 성적이 좋지 않았던 탓이다. 예측과는 달리 전 주택형이 1·2순위로 마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놓은 교통망 보완책에도 신도시는 거들떠보지 않던 수요가 분양가 상한제 예고 이후 관심을 보인다. 서울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신도시 조성 취지는 달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신도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되레 커졌다. 
 
자금이 흩어지면 서울 집값이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서울시 내에선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물량폭탄’ 헬리오시티와 그라시움도 신고가 행진을 이어간다. 각각 9000세대, 5000세대에 육박해 집값을 누를 것으로 보였으나 예상이 빗나갔다. 분양가 상한제가 서울 집값도 견인하는 모양새다. 
 
분양가 상한제가 불러온 ‘서울 공급 절벽’ 우려가 새 집을 찾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서울 물량 감소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신규 분양 단지의 가격도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만큼 청약 수요가 몰리고 당첨 커트라인이 높을 것이란 의미다. 가점 낮은 이들이 자금 여력에 따라 서울의 신축 아파트나 외곽 신도시로 빠지고 있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내놓은 대책들이 집값 상승의 기폭제로 작용한다. 분양가 상한제의 역설이다.
 
분양가 상한제의 도입 취지는 공감할 만하다. 주거는 공공성이 강한 영역이다. 그러나 제도가 야기할 부작용이 긍정적인 기대효과마저 잠식하는 양상이다. 정책 신뢰도에도 금이 간다.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라는 믿음만 키운다면 추가 규제도 효과를 보긴 어렵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예고하면서 “조합의 이익보다 국민의 주거안정이란 공익이 더 클 것”이라고 했지만 부작용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이는 허언에 그칠 수 있다. 집값이 오르면 주거안정 목표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제도의 긍정적인 단면만 주목할 게 아니라 그로 인한 풍선효과를 막을 대안도 함께 고려해야 할 때다. 제도가 촘촘하지 못하면 시장은 어디로든 튀어나간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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