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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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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홍콩시위)국경절 이후 열흘…'홍콩 임시정부' 효과는?

2019-10-11 14:44

조회수 : 2,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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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일 중국 국경절 70주년 행사가 끝나고 열흘이 흘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국경절 연설에서 예외 없이 '하나의 중국'을 거듭 강조했다. 홍콩 민주화에 관한 전향적 입장은 없었고, 홍콩시위로 촉발된 홍콩시민들의 자치요구를 허용할 의사가 없음을 천명했다. 오히려 그는 "헌법과 기본법에 근거한 업무처리를 전면적으로 관철해야 한다"면서 홍콩시위에 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경절 이후 홍콩 당국과 홍콩시민들의 대치는 더 격렬하고 거세졌다. 홍콩의 캐리 람 행정부는 '마스크 착용 금지법'을 시행해 사실상 계엄령을 발동했고, 홍콩 경찰이 시민들을 향해 고무총을 발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급기야 홍콩시민들은 지난 5일 '홍콩 임시정부 수립'을 선포했다. 홍콩 임시정부 측은 "오늘날 홍콩특별행정구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과 중국 공산당이 장악하고 있다"면서 "홍콩 정부는 더이상 홍콩시민을 위해 봉사하지 않으며, 따라서 우리는 오늘 홍콩 임시정부 구성을 선언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홍콩 임시정부가 홍콩 민주화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열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홍콩 임시정부의 효과는 반짝 이벤트로만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홍콩시위의 주요 지도자들과 아젠다가 '독립'이 아닌 '자치'에 방점을 찍고 있어서다. 홍콩시위에서 시민들이 요구하는 건 △범죄인 인도법 철회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경찰 강경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체포된 시위대 석방 및 불기소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도입 등 이른바 '5대 요구(五大訴求)'다. 홍콩시위를 주도하는 조슈아 웡(Joshua Wong, 黃之鋒)도 지난 10일 한국의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를 하면서 "홍콩 임시정부와 독립은 시위대의 5대 요구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홍콩 현지를 방문해 시위를 연구한 임채원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도 "홍콩 임시정부 수립은 홍콩시민 중에서도 급진적 주장을 하던 사람들이 결정한 것이고, 지금 현지에서 크게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 공산당이나 홍콩 당국에 줄 정치적 메시지는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만약 조슈아 웡이나 홍콩시위를 이끄는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 이하 민진)의 대표 지미 샴(jimmy Sham, 岑子杰) 등이 그렇게 주장을 했다면 혹여 파장이 컸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홍콩시민 대부분은 행정장관 직선제 등 자치를 원하지 분리 독립이라는 극단적 주장까지 하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홍콩 임시정부 수립의 파장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단 홍콩시민들 중에서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구체적으로 공론화 됐다는 데 주목해야 해서다. 홍콩시위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됨에 따라 홍콩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될 것이고, 홍콩시위의 전체 양상이 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민진만 해도 단일 운동단체가 아니라 홍콩 민주주의 단체와 좌파 정당, 홍콩 독립을 지지하는 민주파 등 40여개 단체가 결성한 연합조직이다. 실제로 조슈아 웡은 분리 독립에 선을 그었으나 민진의 부대표인 웡윅모(黃奕武)씨는 "홍콩은 홍콩(Hongkong is Hongkong)"이라며 "실질적 정치체제 등에선 아직 모르겠지만 홍콩은 중국과의 분리가 이상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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