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1에릭남’이라는 말이 유행했었습니다. 이제는 추억의 예능프로그램이 되어버린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에릭남이 출연할 당시의 일이었습니다. 그는 걸그룹 마마무 솔라와 가상 결혼생활을 펼쳤고 시청자들은 뜨겁게 호응했습니다. 물론 저 같이 뭉툭한 남자들은 그의 언행을 보며 ‘여자들에게 판타지를 심어준다’며 위기의식을 느꼈지만요.
몇몇 기자들은 이때 그에게 인터뷰를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에릭남은 줄곧 거절해왔죠. 처음엔 의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시기에 인터뷰 한 두 번쯤은 그의 입지를 굳히는 데 좋은 토대가 되기 때문에 마다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무튼 ‘우리 결혼했어요’는 종영했고, 에릭남의 눈부신 활약은 할리우드 스타가 내한할 때의 인터뷰어로서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 인터뷰를 통해 에릭남이 이 당시 인터뷰를 거절했던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에릭남은 MBC 음악 예능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을 통해 데뷔했습니다. 가수의 꿈을 품고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했으나 그의 전성기는 ‘1가구 1에릭남’이었습니다. 이 수식어에 ‘가수 에릭남’은 없습니다. 그는 대중의 사랑에 감사했지만 자꾸만 옅어져 가는 ‘가수 에릭남’의 이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뿐입니다.
에릭남은 14일 새 앨범 ‘Before We Begin’을 발매합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Congratulations'을 비롯해 총 8트랙이 수록됩니다. 특이한 점은 앨범의 모든 노래의 가사들이 영어로 채워졌다는 것입니다. 에릭남은 “한국어로 가사를 붙이고 그것을 노래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뮤지션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 나름의 승부수를 띄운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