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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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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선거 결과에서 보는 '연동형비례제'의 필요성

2019-11-2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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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 결과는 범민주 진영의 압승으로 나타났습니다. 총 452석 가운데 범민주 진영이 347석으로 76.8%, 친중 진영이 60석으로 13.3%, 무소속이 45석으로 10%의 의석을 각각 차지했는데요. 의석수만 놓고 보면 범민주 진영의 완벽한 승리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선거구별로 1위 후보자만 당선되고 나머지 후보자들의 득표는 사표가 되는 소선거구제 특성으로 인해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의석수 기준으로 보면 범민주 진영의 압승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홍콩 내 여론이 6대4로 나뉘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범민주파가 86% 의석을 가져갔지만 실제 득표율에서는 범민주파가 57%, 친중계가 42%를 획득했습니다. 소선거구제이기 때문에 친중파의 득표율이 40%를 넘겼음에도 민주 진영의 의석 '싹슬이'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25일(현지시간) 홍콩 범민주진영 앵거스 웡 지지자들이 전날 치러진 구의원 선거 개표 결과 승리가 확정되면서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선거구제의 이득을 범민주 진영이 톡톡히 누린 셈인데요. 반대로 친중파 진영이 다수 득표를 한 과거에는 야권이 상당한 득표율을 기록하고도 이에 상응하는 의석을 얻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결과가 반대가 됐습니다. 홍콩 야권 후보들은 지난 2014년 구의원 선거 때도 평균 47%가량의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범민주 진영 내부에서도 의석수를 기준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이뤄냈지만 이대로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홍콩 구의원 선거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도 소선거구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만 봐도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가 얼마나 민심을 왜곡하는지 알 수 있는데요.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득표율은 65%에 그쳤지만 80%가 넘는 의석을 가져갔습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지지율을 합하면 28%인데 의석점유율은 15%를 밑돌았습니다. 거대 양당의 국회 내 목소리는 실제 받은 표보다 더 크게 반영된 반면 적지 않은 유권자의 표는 대표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선거구제의 폐해는 특정 지역에서도 나타납니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비례대표)에서 대구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53.1%, 경북은 58.1%였습니다. 그렇다면 대구·경북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에서 절반 정도 권력을 얻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대구·경북 국회의원 25명 중에서, 자유한국당은 21명으로 의석수 8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민심과 동떨어진 결과가 의석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선거구제의 폐해가 명확하기 때문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수를 정한 뒤 배분된 의석수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부족하면 이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입니다. 사표는 줄이면서 소수의견을 다양하게 반영함으로써 극단적인 대립 정치를 지양할 수 있습니다. 이번 홍콩 선거를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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