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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정한 '성범죄 취업 제한', 1심서 명령 안했다면 2심도 못해"

대법 "취업 제한은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 위반"

2020-06-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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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성범죄 피고인에 대한 1심 선고에서 취업제한 명령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만 항소했을 경우, 해당 범죄자에 대한 취업제한을 선고하도록 정한 법규정이 있더라도 항소심은 1심에서 명령하지 않은 취업제한을 추가로 명령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 혐의로 기소된 권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권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과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취업을 각 3년씩 제한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일 밝혔다.
 
대법원 대법정. 사진/대법원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는 1심 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돼 있고, 원심의 형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됐는지에 관한 판단은 형법상 형의 경중을 기준으로하되 주문 전체를 고려해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한지 여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전재했다.
 
이어 "장애인법 개정규정에서 정한 취업제한 명령은 형벌 그 자체가 아니라 보안처분의 성격을 갖는 것이지만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거나 이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한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개정규정이 필요적으로 취업제한명령을 선고하도록 정했더라도 1심이 선고하지 않은 이상 피고인은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취업제한을 받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원심이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 1심과 동일한 형을 유지하면서도 개정규정에 따라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취업제한을 같이 명령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권씨는 2018년 8월 어느날 오전 7시50분쯤 부천역에서 개봉역으로 가는 지하철 1호선 급행전동차 안에서 출근시간으로 내부가 혼잡한 틈을 타 뒤에 서 있던 피해여성의 신체부분을 만진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권씨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과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대한 취업을 3년씩 제한한다고 명령했다. 그러나 권씨는 무죄를 주장하면서 항소했다.
 
2심 역시 1심과 판단을 같이했다. 다만, 직권으로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취업제한 3개월을 명령을 추가했다. 2019년 6월12일부터 시행된 장애인복지법 59조의3 1항은 성범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형을 받은 경우 법원이 일정기간 동안 장애인복지시설 운영과 취업을 제한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1심이 이에 대한 명령을 누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권씨가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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