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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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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여가수 사진 한 장에 파묻힌 창피한 대종상

2020-06-04 10:39

조회수 : 3,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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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정도면 최악이란 타이틀도 민망하다. 올해도 ‘대충상’이었다. 문제는 본인만 모르는 대충상이다.
 
국내 최고 권위의 시상식이었지만, 이젠 어느 누구도 참석을 안하고 싶어하는 대종상 시상식이 3일 오후 늦게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무관중으로 열렸다. ‘코로나19’ 여파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메이저 시상식이다. ‘무관중으로 열린다’ 헤드라인을 뽑으며 “뭔가 있을 것이다”란 기대감을 무의식 중에 심어줬다. 당연히 ‘뭔가’ 있기는 했다.
 
 
영화계를 대상으로 한 시상식이 바로 ‘대종상’이다. 하지만 3일 오후 늦게부터 4일 오전까지 포털사이트에 대종상 관련 이슈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은 가수 박봄의 포토뉴스뿐이다. ‘대종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병헌의 참석이 안쓰럽게 느껴지는 아이러니가 괴이할 정도였다.
 
‘대종상’이 대충상의 오명을 뒤집어 쓰고 추락한 것은 공정성 문제뿐만은 아니다. 몇 년째 예전의 명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출발을 약속했지만 뼈 아픈 해프닝만을 남기고 있을 뿐이다.
 
대종상의 이런 갈팡질팡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무배우 대리 수상’ 행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대종상은 배우들이 참석하지 않는 시상식으로 유명하다. 한 때 공정성 시비 문제로 영화계가 대종상을 보이콧한 상황이 있었다. 지금까지 그 상황과 분위기가 이어져 참석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대종상은 ‘악몽의 섭외’로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시상식이나 행사 그리고 영화제의 섭외는 길게는 몇 달 전, 짧아도 한 달 전부터 이뤄진다. 하지만 대종상은 불과 일주일 혹은 며칠 전에 섭외가 온단다. 모든 배우들과 영화 관계자들에게 이런 방식으로 섭외가 이뤄지고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배우들이 앞다퉈 매년 참석을 안하고 있다면 눈여겨 봐야 한다.
 
한 배우의 소속사 관계자는 과거 뉴스토마토와의 만남에서 “왜 대충상인지 이해가 될 정도다”면서 “기본 중의 기본인 섭외부터 이렇게 대충하는지 정말 몰랐다”고 깜짝 놀라며 얘기를 한 기억이 난다. 
 
돌고 돌아 다시 온 ‘기생충’이 이날 대종상의 5관왕으로 마무리가 됐다. ‘기생충’이 상을 탈 것이고, ‘기생충’에 상을 준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전 세계 영화제를 돌고 돌아 마무리를 한 ‘기생충’에게 “우리도 상을 줬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대종상의 뒤 늦은 선택과 결정 그리고 대충대충이 불러 온 ‘무배우’ 시상식의 창피함은 비단 배우들만의 몫이고 그들만의 잔치로만 남겨 두기엔 그 역사가 아까울 뿐이다.
 
영화계의 최고 축제이자 최대 행사인 대종상의 모든 것이 한 여가수의 사진 한 장으로 포털사이트의 이슈가 되고 있는 현실을 대종상 조직위원회가 섬뜩하기 받아 들이고 있을지가 솔직히 궁금하다. 그저 “올해도 대충대충 넘어갔다”며 안도의 한 숨을 내쉬고 있을 것이 뻔해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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