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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대법 전합 "친족간 친생자관계 확인 소송 제한돼야"

"법령 제한 회피 수단으로 악용 우려"…소송청구 당연히 인정해 온 종전 판례 변경

2020-06-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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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대법원이 민법상 친족관계이기만 하면 다른 친족의 친생자관계에 대한 확인소송을 당연히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종전 입장을 변경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8일 최모씨가 광주지검 검사를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존부확인 소송에서 각하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부동산 이중양도 사건' 등에 대한 선고를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판결의 배경이 된 사건은 유족 지위를 둘러싼 독립유공자 가문의 갈등이다. 법원에 따르면, 독립유공자로 건국훈장 4등급 애국장을 받은 A씨는 1909년 사망한 뒤 2010년 8월에야 그 공적을 국가로부터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미 배우자 및 자녀 3남매 마저 모두 사망한 뒤였다. 
 
A씨 장녀인 B씨의 자녀 C씨는 할아버지가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자 독립유공자 유족등록을 신청했다. 하지만, 광주지방보훈청장이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내 2014년 6월 승소판결이 확정됐다. 그러자 둘째인 장남의 손자 D씨가 이를 문제삼고 나섰다. 고모 할머니인 B씨가 증조 할아버지의 친생자가 아니라면, D씨 혼자 독립유공자 유족 지위를 얻게되기 때문이다. D씨는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 그리고 고모할머니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각각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패소 판결했다. 친생자관계가 부존재한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다. 2심은 소송의 이익이 없다면서 각하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사자간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판결을 받더라도 원고는 독립유공자법상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고, 등록 우선순위에 따르더라도 C씨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D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5년 민법 개정으로 호주제가 전면적으로 폐지되면서 부부와 자녀를 중심으로 한 가족제도로 재편되고 호적부를 대신한 가족관계등록부에도 개인을 중심으로 가족관계변동사항이 기록되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형태도 이미 핵가족화되어 민법 777조의 친족이 밀접한 신분적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볼 법률적, 사회적 근거가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또 "오늘날 가족관계는 혈연관계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의 의사를 기초로 다양하게 형성되기 때문에 이에 관한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다툴 수 있는 제3자의 범위를 넓게 보는 것은 신분질서의 안정을 해치고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당사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제소요건이 엄격한 다른 소송절차를 대신해 활용되는 경우가 많고, 당사자 일방 또는 쌍방이 사망한 경우가 아니라면 제소기간의 제한도 없다"면서 "여기에 더해 원고적격 범위까지 넓히는 것은 다른 소송절차와 비교할 때 균형이 맞지 않고 법령의 제한 등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민법 865조 1항은 제3자가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경우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민법 777조의 친족에게 일률적으로 원고적격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제3자의 권리나 재판청구권을 부당하게 제약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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