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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일본매체번역)박원순 시장이 자살로 내몰린 진짜 이유

어설프게 아는 건 아예 모르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2020-07-15 18:03

조회수 : 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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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참 많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사건에 대한 '다이아몬드 온라인'이라는 일본 매체의 기사가 있어, 해당 기사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일본 측의 관점을 소개하려고 한다.
 
https://news.yahoo.co.jp/articles/1fdd9df79b1b925b6af546e6f56bd0391e59f02b?page=1
 
출처/일본 야후 캡쳐
韓?大統領有力候補ソウル市長自殺?まれた本?理由
한국 대통령 유력후보, 서울시장이 자살로 내몰린 진짜 이유
 
박원순 서울시장이 710일 시내 한 산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한국 경찰에 의해 자살로 단정됐다. 차기 대통령 유력 후보였던 박 시장은 왜 자살하지 않으면 안됐을까. (국제정치평론가 번역가 시라카와 츠카사)
 
포스트 문재인으로 지목됐던 박 시장
 
전직 여비서로부터 “2017년부터 성추행 피해를 봤다는 고소를 당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 이틀 뒤인 710일 세상을 떠난 사실이 보도돼 한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박 시장은 고소당한 다음 날인 79일 공무를 모두 취소하고, 유서 같은 메시지를 가족에게 남기고 실종. 서울 시내의 산중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한국 경찰은 자살로 단정했다. 서울시의 운영은 서정협 부시장이 내년 4월 보궐선거까지 맡게 됐다.
 
박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날린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이다.
 
그 이름을 세상에 알린 것이 1993서울대 우 조교 성추행 사건이다. 이 사건은 서울대에 근무하는 여성 조교가 교수에게서 당한 성추행을 고발한 것이다. 박씨는 그 변호를 무료로 맡아 6년 간의 법정투쟁 끝에 승소했다. 이는 한국에서 최초로 성희롱 피해가 인정되는 계기가 됐다. 박씨는 한국사회에 성희롱의 개념을 보급한 공로자였던 셈이다.
 
이후 박씨는 페미니즘을 이해하는 인권변호사로 명성을 얻었고, 여성단체 등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은 것이 지금까지의 출세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시장은, 한국에서는 대통령에 다음의 중직으로 여겨지고 있다. 서울시장에서 대통령이 된 인물로는 이명박 씨가 있지만, 박 시장도 포스트 문재인의 유력 후보로 주목 받던 인물이었다.
 
박 시장은 2011년부터 서울시장에 취임해 이번이 3선이다. 약자구제나 환경보호의 관점에서 나온 정책을 여러 차례 실현시켜 평가가 높았다. 본인이 대통령직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욕을 보인 적은 없었던 것 같지만, ‘다음엔 대선에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고, 여당 내 지지도 있었다.
 
#Me Too 운동이 한창인 한국
 
미국발 #MeToo 운동은 세계적인 열기를 보였지만, 아시아 지역에서도 예외적일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던 곳이 한국이었다.
 
#MeToo 운동은 성희롱과 갑질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여성이, 용기 있는 여성의 발언을 추종하는 형태로 피해를 고발해 사회를 바꿔 나가자는 운동이다. 목소리를 쉽게 내지 못하는 약한 입장의 여성을 위한 연대운동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전형적으로는, 트위터로 성희롱 피해를 고백한 투고에 대해, 자신도 비슷한 경험을 한 것을 #MeToo라고 하는 해시 태그로 리트윗 하고, 스스로의 피해도 고백한다고 하는 형태다.
 
나의 체감으로는, 일본에서는 타국 만큼은 분위기가 오르지 않고, 2017년에 블로거인 하아츄씨가 덴츠시대의 갑질을 고백한 것이나, 2018년 재무차관 성희롱 의혹으로 야당 정치가가 헐리우드를 흉내내 검은 옷을 입고 항의한 것 등이 기억에 남는 수준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2018년 여비서에 대한 성폭행을 고발당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실형을 선고받고, 20204월 오거돈 부산시장이 여직원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고발당해 사퇴하는 등 #MeToo 운동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 만큼 페미니즘 운동의 중심인물로 이름높은 박 시장이 성추행으로 고소당한 것은, 본인은 물론 관련 단체와 지지자들에게도 데미지를 줬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박 시장이 원래 성희롱 체질이 강한 인물이고, 심지어 악질이었다고 보도하는 한국 언론도 있다. 피해를 고백한 전직 여비서에 따르면 성적인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고, 보디 터치도 자주 했다고 한다. ‘박 시장 자신의 외설적인 사진을 보내고, 상대방의 외설적인 사진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유교사회인 한국에선 괴멸적인 이미지 다운이 될 것이다.
 
한국은 특히 여성은 실력 이상으로 외모가 중시돼 여성스러움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전형적인 남성상위사회로 불린다. 그 때문에 성형수술이 일반 레벨에 침투하고 있는 것은 일본에서도 알려져 있다.
 
이전 다이아몬드온라인에 기고한 한국의 자살률은 왜 OECD회원국 중 1위였나에서 기술했지만,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한국 경제는 괴멸적인 타격을 입고, 노동자에게 과도한 서비스 잔업을 강요하는 초스트레스 사회가 돼 있다. 일본보다 빈부격차가 심각해 일본 이상의 기업에 대한 충성심이 요구된다.
 
한국은 원래 유교의 영향이 뿌리깊고, 연상의 발언권이 강해, 기업에서도 상하 관계에 있어서는 상당히 엄하다. 그만큼 상사가 하는 말을 거스를 수 없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유교적인 가르침을 자신에게 부과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 시대에서는 상대에게 유교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 정치가나 탤런트 등의 저명인사들이다. ‘반일이 윤리인 한국에서는 본인들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친일 행보를 했다거나, 여성으로서 좀 분방한 발언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마구때리기로 발전하는 일이 있다. 일본에서도 여자 프로레슬러 기무라 하나씨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비슷한 자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외환위기가 초래한 보수의 약체화
 
한국 정치는 보수파와 진보파(원문은 혁신파)가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외환위기 이전의 한국은 보수파가 득세했다. 정권을 장악한 보수파에 진보파가 맞서는 구도가 있었다. 워낙 노조의 힘이 강해 파업도 잦았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도를 받으면서 보수파의 힘이 급속히 약해졌다. IMF의 지도는 아직도 한국국민에게서는 치욕의 역사로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정리해고와 노동강화에 따른 초스트레스 사회가 된 뒤엔 진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진보정당이 약진했다.
 
1998년에는 진보의 김대중씨가 대통령 됐고, 그것을 이어가는 형태로 2003년에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됐다. 이 두 정권이 지금의 문재인 정권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보수가 강하고, 그것을 진보가 공격한다는 구도라면, 진보가 스토퍼 역할을 해 체크 앤드 밸런스가 작동하지만 진보가 집권하면 반일이라는 수단을 쓰지 못하는 보수는 정권에 제대로 대항할 수 없다. 현재가 바로 그 상태다.
 
문재인정권 하에서 보수파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회적으로 거의 말살되는 등, 문재인 대통령은 사법개혁등으로 더욱 독재색을 강화해, 보수파는 더욱 몰리고 있다.
 
진보여당에 대한 스토퍼가 먹혀들지 않는 현 상태야말로, 정치인들의 폭주를 허용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이 벌어졌지만, 처분이 애매한 채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수에게는 엄격하지만 자기 편에게는 무딘 것이 현 정권의 특징이다.
 
7월에 일어난 또 다른 자살
 
7월은 사실 또 다른 자살이 화제가 되고 있었다. 7222세 여자 트라이애슬론 선수 최숙현씨의 자살이다.
 
최 선수는 감독이나 닥터와 선배들에서 꽤나 심한 이지메를 계속 받았고, 자살 전에는 모친에게 엄마 사랑해요.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 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에 의하면 너는 매일, 맞아야 한다라며 코치 등에게서 20분이나 폭행을 당하거나 뺨을 20회 이상 맞은 끝에, 가슴이나 배를 차거나 머리를 잡아 벽에 밀치는 등의 폭행을 당한 것 같다. 
 
이 밖에도 선수 3명이 20만원어치 빵을 구입해, 전부 먹이는 식의 왕따도 당했다 한다. 유족들은 경찰, 검찰, 트라이애슬론협회 등에 최 선수에 대한 이지메를 고발했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살은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코치와 닥터들은 여론의 몰매를 맞았고, 가해자 2명이 영구제명, 1명은 10년 자격정지 등 징계를 받고 있다. 다만 본인들은 집단 괴롭힘을 부정하고 있어 지금부터는 재판에서 다투게 된다.
 
조직과 선수의 대립은 어느 나라에서나 드문 것은 아니지만, 노골적인 집단 괴롭힘이 일어난 것을 알고도 대처하지 않는다는 것은, 조직 내에서 권한이 있는 사람을 조사·처분하는 것이 어려다는 것의 증거일 것이다. 조직 내 감시 체제가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스포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장이 약한 여성들이 거기에 대항하려면 #MeToo 운동이 필요하게 된다고 하는 것일 것이다.
 
고소한 피해자가 때리기 대상으로
 
전직 비서의 성추행 고소 수사는 박 시장의 자살로 마무리됐다. 한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죽은 자에게 죄를 물을 수 없기에, 자살은 자신의 악평을 막고 가족을 지키기 위한 방책이라는 측면도 있다.
 
사실 박 시장의 자살을 계기로 성추행을 고소한 전직 비서에 대한 때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신상을 털고 제재하라는 취지의 과격한 인터넷 글이 올라와 상당한 찬성을 받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는 이런 글들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그러나 성희롱을 작은 일로 보고 고발자를 때린다는 풍조가 뿌리깊어, 피해자가 비난을 두려워해 고발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용기를 내 고소하더라도, 결국 상대의 자살로 자신이 또 위험한 일을 당하는 이중의 피해를 보게 됐다.
 
박 시장의 자살로 핵심인 성추행 의혹은 공중에 뜨게 됐다. 성희롱 고발에서 권력자의 자살, 피해자 때리기 등, 이 사건은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이 응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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