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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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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단독)삼성에 '노트북 펜' 감전 호소하니 "시트지 붙여 써라"

회사 안일힌 대처에 소비자 불만 쌓여

2020-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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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우리 이웃,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첫 업무를 시작하면서 한 일성이다. 100년 기업을 위한 사명감을 강조한 것. 그러나 삼성전자가 '노트북 펜'의 전류 누설 대처방식은 세계 일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회사는 '제품 표면으로 전류가 흘러서 찌릿찌릿하고 도저히 사용할 수 없으니 조치해달라'는 소비자 요구에 '팜레스트'라고 부르는 시트지(절연스티커)를 붙여서 쓰라고 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뉴스토마토>가 삼성전자에서 2017년 12월부터 출시한 '노트북 펜(모델명 NT950SBE)'을 사용한 소비자들을 취재한 결과 다수의 소비자가 전류 누설의 고통을 호소했다.
 
한 소비자는 "처음엔 그냥 정전기라고 생각했지만, 키보드 전체에서 전류가 흘러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네티즌들이 인터넷에서 공동으로 작성하는 집단지성 백과사전인 '나무위키'의 노트북 펜 문서에도 이 문제가 거론됐을 정도다. 해당 문서에서는 "기기의 프레임 특성상 배터리 충전 중에 기기를 만지면 전류가 기기 본체를 타고 흘러서 불쾌감을 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삼성전자서비스는 "기기 프레임 소재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고 기재돼 있다. 
 
다른 소비자는 노트북 펜을 사용한 후 병원에서 치료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6월 노트북 펜을 구매해 쓴 이후 (노트북과 맞닿는) 손목 주변의 피부만 극심한 건조와 함께 피부 손상 진행됐다"며 "인과 관계는 감정을 받아 봐야겠지만 감전 상태에서 노트북으로 글을 쓰느라 정말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한 삼성전자 제품 사용자 게시판에는 이 회사에서 만든 '노트북 펜'의 전류 누설 문제를 지적하는 항의가 이어졌다. 사진/네이버 카페 캡쳐
 
 
삼성전자의 대처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소비자들은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노트북 펜의 불편을 호소했더니 "'기기 전체가 금속으로 된 특성상 전류 누설은 불가피하다'고 답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항의하면 그제야 콘센트와 충전기의 접지가 불량하다며 충전기를 바꿔줬다는 게 소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외관에 시트지를 붙여 소비자가 전류 누설을 약하게 느끼게 하는 이른바 '땜질 처방'에 그쳤다고 토로했다. 매끈하고 흠집 하나 없었던 노트북 외관이 덕지덕지 훼손된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결국 삼성전자는 노트북 펜의 전류 누설 문제를 알고도 소비자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소비자에게만 선택적으로 대처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노트북 펜의 전류 누설은 제조 공정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소비자 구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외관 전체가 금속으로 된 제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전류가 누설되는 건 아니다"고 운을 뗀 후 "기본적으로 노트북에 들어가는 배터리와 메인보드, 전원 연결부 등은 전기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이를 케이스로 잘 포장한다면 외관이 금속이라고 할지라도 전류가 누설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제품은 제조 과정에서 전기를 일으키는 부품이 제대로 포장되지 않고 외관 금속과 맞닿았기에 제품 사용 중 전류가 흐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가 노트북 펜의 전류 누설에 대해 조치한 시트지 처방에 대해선 "휴대폰 케이스만 보더라도 전류나 정전기 차단엔 일정한 두께를 지닌 고무나 플라스틱이 좋다"면서 "시트지 등 비닐 재질은 두께가 고무나 플라스틱보다 더 두껍지 않다면 사실상 전류 누설을 차단하는 효과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제품 자체보다 충전기 하자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전류 누설이 아니라 '접촉 전류'의 이상일 것으로 보이고, 외부로부터 전원을 가져오는 충전기의 결함일 수 있다"며 "제품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충전기는 애초 제품을 구매할 때 부속품으로 제공되는 것이므로, 삼성전자가 그간 판매된 모델에 대해 모두 충전기 교체를 진행하는 옳다"고 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상담실 관계자는 "제조돼 시장에 유통된 상품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의 생명, 재산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나 제조물 책임법에 따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제조사 측의 중대한 하자라면 기술개선에 대한 리콜 권고도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노트북 펜'을 광고하며 매끈한 메탈 디자인과 성능, 기능 위주로 제품을 알렸다. 이미지/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쳐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비자 불만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고, 고발을 당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며 "제기된 소비자 불만과 서비스센터의 대처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부터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당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 일부가 제기한 건강 유해성은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고 지금 당장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차후 조치를 할 것인지 등은 일단 문제와 원인부터 확인한 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엿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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