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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신용카드 사용내역도 금융실명법상 비밀"

"금융거래 내용에 해당한다고 봐야"…무죄 선고한 원심 뒤집고 유죄 인정

2020-08-0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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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신용카드 사용내역서나 승인내역서도 금융실명법상 비밀보장 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에, 제3자가 무단으로 이를 열람할 경우 금융실명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금융실명법 위반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건국대 노조위원장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3일 밝혔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금융실명법상 비밀보장 대상인 '거래정보 등'은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라고 지적한 뒤 "'상환'이나 '수입'이 일어나게 된 원인인 채무를 발생시킨 행위는 상환이나 수입의 내용을 특정해 전체적인 모습이나 내용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에 금융거래의 내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금융거래인 상환이나 수입의 내용에 해당하는 신용카드 거래내역 역시 금융실명법상 비밀보장 대상인 금융거래의 '내용'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결국 신용카드 대금채무와 사용 및 승인내역은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뒤 "이와는 달리 신용카드 사용내역서와 승인내역서가 금융실명법상 비밀보장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예시로 든 금융거래 내용에 대한 정보는 신용카드의 △사용일자 △가맹점명 △사용금액 △거래승인일시 △가맹점명 △승인금액 등이다.
 
A씨는 2013년 3월 이사장이 총장 임명에 부정하게 개입하고, 학교법인 카드를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학교 법인카드 사용 내역서를 무단으로 열람한 혐의(금융실명법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해당 신용카드사가 법인카드번호와 사업자등록번호만 알고 있으면 콜센터 ARS 상담원을 통해 법인카드 사용내역서와 승인내역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이사장과 총장이 사용하는 법인카드 번호를 알아낸 뒤 2010년 1월부터 3년치 법인카드 사용내역서를 이메일로 받아 열람했다.
 
또 같은 달 이사장이 기존 총장후보 선출제도를 바꿔 부정한 관계에 있는 총장을 선임하고 이후 그의 비리를 비호했다고 주장하면서 교육재정부에 이사장 승인취소 및 학교법인에 대한 특별감사 등을 해달라는 취지로 특별감사를 신청해 이사장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같은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교수협의회 회원 900여명에게 보낸 혐의도 있다. 이 대학 교수협의회장 B씨와 동문교수협회장 C씨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같이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사실에 기인하는 점, 공익을 위한 목적으로 비방의 고의가 없었다고 보고, 이사장과 총장의 비리 의혹 내용을 교수협의회 회원에게 이메일로 보낸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 B씨와 C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심은 A씨의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피고인이 카드 상담원으로 제공받은 법인카드 사용·승인내역서에 기재된 정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공소를 제기했고, 카드 사용·승인내역서를 증거로 제출하지도 않았다"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명예훼손 혐의 부분에 대해서는 1심을 유지하면서 B씨와 C씨의 형을 각각 벌금 700만원으로 감형했다. 이에 쌍방이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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