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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시론)판사님, 판사님 우리 판사님!!

2020-08-20 06:00

조회수 : 7,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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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19일 기준으로 623명에 달했다. 주도적으로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를 이끌며 보석 조건 위반 논란을 야기한 이 교회 담임목사 전광훈씨 역시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현재는 기저질환이 악화돼 위독한 상태라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와 함께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나누어 쓴 인사들도 코로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차명진 전의원도 확진판정을 받고 격리에 들어갔단다.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끝도 없이 쏟아지는 이유다 
 
결국 전씨의 보석을 허가해준 판사와, 8.15 광화문 집회를 허가한 판사에 대한 해임 청원이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오고 판사 탄핵 얘기까지 등장했다. 청원의 게시자는 기계적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내세운 무능은 수도권 시민의 생명을 위협에 빠트리게 할 것이다’, ’판사의 잘못된 판결에 책임을 지는 법적 제도가 필요한데, 왜 그들의 잘못은 어느 누구도 판단하지 않는가?”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서울중앙지법 A영장전담부장판사는 지난 420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되어 있던 전씨의 보석 신청을 허가했다. 물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주거지에만 머물러야 하며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 등을 요구했으나, 전 목사가 그와 같은 조건을 지킬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B판사는 일부 보수단체들이 낸 집회 금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10건 중 일파만파등이 신청한 2건을 인용했다. 그 결과 광복절 당일, 일파만파가 신고한 100명을 훨씬 뛰어넘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광화문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전씨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와 자유연대도 슬쩍 편승해 엄청난 사달을 야기했다.
 
온 국민이, 아니 전 세계가 8개월 째 코로나 19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그 노력도 무색하게 너그러운 판사님들 덕에 대한민국이 일촉즉발의 코로나 천지로 엄청난 위험에 빠져버렸다는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한편, 지난 716일 오후, 21대 국회 개원 연설을 하고 국회 본관을 나오던 문 대통령을 향해 구두 한 짝을 집어 던진 혐의(공무집행방해·건조물침입)로 체포되었던 정창옥 뮤지컬 극단 '긍정의힘' 단장은, 당시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고 있고 도주 우려가 적다는 이유로 석방됐다하지만 석방의 기쁨도 잠시, 정씨는 이번 15일 광복절 광화문 집회 당시에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결국 구속됐다. 대한민국에서는, ‘대통령한테 신발을 던져도 되지만 경찰관을 폭행해서는 안 된다는 웃지 못 할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요점은 이것이다. 구속이란 인신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이고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을 가장 극단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이다. 가급적 필요 최소한도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고, 따라서 구속 영장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또한 집회 및 시위의 자유 역시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권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가 집회 자체를 못하게 원천적으로 금지한 것은 당연히 기본권을 침해하는 처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익과 사익이 충돌하는 현 코로나 상황이라면, 또한, ‘사익과 공익을 비교 형량 한 결과’, 사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보다, 공적 이익을 지키고 추구하는 것이 훨씬 큰 사회적 가치를 갖는 현 상황이라면, 판사들은 더 신중하게, 더 공익적 관점에서 판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차명 집회라는 것이 흔하게 존재한다는 것과, 광화문에서의 종교 집회가 순수한 종교 활동 보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진행되어 여러 가지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아 왔다는 점을 생각했더라면, 더욱이 평소 전씨의 언행에 비추어 그 후폭풍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다면, 판사들의 이번 결정은 참으로 아쉬운 점이 많다.
 
무더운 여름 날,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방호복을 벗지도 못하고 자신을 치료하겠다고 고군분투하는 의료진 앞에서, 전씨는 확진 판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려버린 채 침을 튀겨 가며 끝까지 반성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과연 그는 대한민국 국민들과 의료진들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아니, 최소한, 자신을 풀어주었다는 이유로 엄청난 비난을 들어가며 청원의 대상이 되어버린 판사들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기는 했을까. 그가 정말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생각하는 종교인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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