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자동차는 미래로 노사는 과거에
입력 : 2020-11-27 06:00:00 수정 : 2020-11-27 06:00:00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인 2009년 첫차로 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샀다. 휴대폰과 차를 무선으로 연결해 통화를 할 수 있는 블루투스 핸즈프리 기능이 탑재됐고 스마트키가 적용돼 키를 꽂지 않아도 주행이 가능했다. CD는 5장을 한 번에 넣어 사용할 수 있었다.
 
상당수가 시동을 걸려면 키 박스에 열쇠를 넣고 돌려야 하고 운전 중 통화를 하려면 유선 이어폰이 필요한 그리고 다른 가수의 음악을 듣고 싶을 때마다 CD를 바꿔야 하는 차를 타던 때라 이런 기능들은 자랑거리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 차량에 적용됐고 후방 카메라가 없던 내 첫차는 금방 구닥다리가 됐다.
 
남들의 짧은 부러움을 샀던 그 차와는 몇 달 전 이별하고 새로운 식구를 맞았다. 새 차는 버튼 몇 개만 누르면 차가 알아서 앞차와 간격을 맞추고 차선을 지키면서 설정된 속도로 달린다. 차가 주차선 안에 잘 들어왔는지 옆 차와의 간격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려고 차 문을 열 거나 내릴 필요가 없다. 실내에 있는 모니터만 보면 된다. 주차 공간이 좁아도 리모컨으로 차를 움직일 수 있으니 몸을 억지로 구겨 넣는 일도 없다.
 
많은 차량에 이미 적용되고 있는 기능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신세계였다. 불과 10년 정도 만에 자동차가 이 정도로 발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자동차의 진화 속도를 생각하면 이런 기능을 신기해할 사람은 짧은 미래에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는 생체 정보를 활용해 안전·편의성을 높일 뿐 아니라 건강 상태도 확인해주는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운전자 없이 움직이는 자율주행차는 코앞에 와 있다. 완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자동차는 생산이나 휴식을 위한 이동수단에서 벗어나 그 자체가 생산적 공간이자 휴식의 공간으로 변한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차'를 타게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바퀴 대신 다리가 달려 그동안 자동차가 접근하기 힘들었던 험지를 보다 안전하게 갈 수 있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은 공상으로 여겨지던 미래를 현실로 바꾸기 위해 가장 빠르게 달리고 있는 곳 중 하나다. 미래 전략이 구체화하는 속도를 보면 경이로울 정도다.
 
이와 반대로 노사관계는 아주 오랜 과거에 그대로 있다. 현대차가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하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노조 지부장과 만나 격의 없는 대화를 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듯했지만 아니다. 기아차가 파업에 들어갔고 다른 계열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사의 충돌은 사라질 수 없으니 다툼 그 자체의 잘잘못을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모적인 강 대 강 대치를 매년 반복하는 것은 후진적이란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누군가는 원래 더 얻고 덜 잃으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한다. 각자의 이익만 생각해도 되는 관계에서는 성립될 수 있는 말이다. 노사는 이해가 상충하는 부분이 있지만 하나의 공동체에 속해 있으니 그렇지 않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손실만으로도 증명된다. 강 대 강 대치로 노조가 임금을 더 받게 될 수도 반대로 회사가 비용을 더 절감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떤 경우든 더 나은 실적과 그에 따라 나눌 이익을 잃어버린 것이다.
 
수십 년간 산업의 큰 틀이 변하지 않았으니 옛 방식의 노사관계로 인해 심각한 위협을 받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완전히 새판이 짜일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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