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진짜 아이 낳아도 괜찮을까
박용준 공동체팀장
입력 : 2021-01-19 06:00:00 수정 : 2021-01-19 12:59:18
광주광역시는 낮은 출산율을 타개하기 위해 전국 최고 수준의 출산 장려정책을 내놓았다. 아이당 최고 58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아이를 낳을 때마다 100만원을 지급하며 생후 24개월까지  육아수당 20만원을 준다.
 
새로운 인구 증가요인 없이 태어난 아이보다 사망한 사람이 더 많아 인구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일테다. 광주시 인구는 2015년 이후 줄어들고 있으며, 합계출산율은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친다. 학령인구는 매년 1만명씩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580만원을 지급한다고 아이를 더 낳을까. 비혼 계획을 가진 청년이 갑자기 결혼을 꿈꾸거나 무자녀 계획을 가진 신혼부부에게 계획 전환의 계기를 선사할까. 하나 혹은 둘만 키우던 가정에서 추가 자녀계획을 갖게 될까. 대답은 ‘아니오’다.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최근 5년 150조원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했고, 앞으로 5년간 196조원을 투입한단다. 그러나 저출산의 기울기는 더 심화되고 있다. 사실 그 많은 돈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문제는 출산지원금만으로는 거둘 수 있는 효과가 한정됐다는 것이다. 현금 지원 정책은 일시적인 효과가 강하지 지속적인 환경 개선에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100만원을 1억원, 2억원으로 늘리면 모를까, 이미 계획을 세운 가정에서 돈이 생긴다니 살림살이가 조금 나아질 뿐이다.
 
환경 개선이란 말이 어려우면, 아이를 키워야 좋은 세상까지는 힘들어도 적어도 아이를 키워도 큰 걱정 안해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서울 인구 자연증가에서 1위를 차지한 송파구는 육아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출산장려금도 지급하지만 그보다 직장을 다녀도 아이를 걱정없이 맡길 수 있도록 구립어린이집을 늘리고 야간긴급돌봄서비스를 시행한다.
 
서울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성동구는 서울 자치구 중 출산장려금이 가장 적다. 성동구는 젊은 세대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한 결과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리고 임신부를 위한 가사돌봄서비스를 추진하는데 대부분의 관련 예산을 집중한다.
 
은평구는 작년부터 아이맘택시를 시행하고 있다. 광진구도 올해부터 광진맘택시를 시행한다. 임산부들이 병원에 갈 때 편하게 전용택시를 이용하는 사업이다. 택시 10대도 안 투입해 뭐 그리 대단한 효과를 기대하겠냐만은 실제 현장 반응은 뜨겁다.
 
‘첫째 키울 때는 왜 없었는지 안타깝다’부터 ‘기사님이 아이 태우고 운전할 줄 아니 마음이 놓인다’, ‘우리 동네만 하는 게 아쉬울 정도다’까지 칭찬에 가장 민감하다는 임산부들이 쏟아낸 반응들이다. 이는 실제 임산부들 입장에서 필요한 정책을 고민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서울에 20평짜리 집 하나 갖기도 평생 벌어봐야 힘들다. 어린이집 한 곳 들어가려면 예약 대기 줄까지 서야 하고, 학교에 들어가면 서열 경쟁에 휘말린다. 남자아이는 남자아이대로, 여자아이는 여자아이대로 세상이 흉흉하고 팍팍하니 출산이 그 아이를 위한 일인지 모를 정도다.
 
아이를 키우는데 수억원이 들어간다고 얘기한다. 이때의 수억원은 출산부터 보육, 의료, 주거, 교육까지 포함한 비용을 말하지 단순히 통장의 입출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 애를 낳는게 아니라 생각이 많으니 애를 못 낳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되풀이하기엔 우리의 마을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아이가 아파도, 일을 계속 해도, 누군가 육아전담을 하지 않아도, 학교에 진학해도 각 상황별로 ‘그래도 괜찮아’라는 대답을 각자가 할 수 있다면 조금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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