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는 반색, 은행은 난색…씨티은행 소매 통매각 엇갈린 반응
자산 성장 욕심나나 영업력 의문…"인력 감축세인데, 고연차 직원 증가 부담"
입력 : 2021-05-16 12:00:00 수정 : 2021-05-16 12:00:00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국내 소매금융 철수를 위한 매각을 추진하면서 몸집 불리기를 희망하는 금융지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면 동종 계열사 추가 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는 은행들은 지주사가 인수에 나설 경우 난감해질 것이라는 반응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씨티그룹 내 인수합병(M&A)팀과 국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CGMK) 2곳을 통해 인수 의향서(LOI)를 받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자산관리(WM), 신용카드, 주택담보대출 등 소매금융 부문을 묶어 통으로 매각을 진행하는 것으로, 매각가는 1조9000억~2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잠재 인수자로 거론되는 곳은 주요 금융지주다. 코로나19로 자산 확장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경영 성과를 내려는 지주 회장들이 16조9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외면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기다 카드계열 확장성도 담고 있다. 씨티카드의 회원 수는 작년 말 기준 개인과 법인이 각각 104만8000좌, 4만8000좌로, 시장점유율은 1%에 불과하지만 충성도 높은 고객이 다수라는 평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영성과 평가에서 자산 성장은 주요 지표로 판단되는 만큼 최고경영자 입장에서 욕심이 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최근 인터넷은행의 약진으로 3~4년 전보다 몸값이 떨어졌다 평가받는 데다 카드 부문까지 있어 그룹 계열사 전략에 대한 다방면의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소매부문을 떠안아야 할 은행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고연차 직원이 다수 포진한 탓에 인력 인력 운용도 어려울뿐더러 인건비 부담도 크다는 설명이다. 씨티은행의 직원 평균 연봉(작년 기준)은 1억1200만원으로 업권 최고 수준이며, 평균 근속년수는 18.2년이다. 소매금융 부문 직원이 939명으로 파악돼 인력 감축세인 은행들이 떠안기에는 부담이 있다.
 
급감한 영업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소매금융 부문 당기순이익은 1876억원으로 전년 대비 32.9% 떨어졌다. 2년 전과 비교하면 39.0%% 하락했다. 2017년 지점 80%를 축소하면서 감축한 영업망 만큼 관련 능력도 줄었다는 게 업권 내 평가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강점으로 꼽혔던 WM부문도 작년 하반기부터 고액 자산가들이 빠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면서 "인건비를 줄이지 못해 안달인 상황에서 1000여 명의 고연차 직원이 늘어나는 점은 반길만한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앞서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3, 4주 정도 기간 인수 의향자를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매각 목표 시한을 별도로 설정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WM 사업, 카드 사업 등 분리매각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현 상황에서는 KB금융지주, 신한지주, DGB금융지주 등이 주요 인수 의향자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소매부문 철수를 위해 인수자를 찾는 가운데 매물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복잡하다. 사진은 서울 중구 새문안로에 위치한 씨티은행 본점. 사진/씨티은행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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