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소비자는 없는 중고차 시장
입력 : 2021-11-29 06:00:00 수정 : 2021-11-29 06:00:00
완성차 업체가 판매하는 중고차를 아직도 살 수 없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적합하다고 판정한 게 2년이 넘었지만 달라진 게 없는 것이다.
 
다행히 완성차 업체와 중고차 업계, 관할 부처의 움직임 등을 볼 때 중고차 시장 개방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랜 시간을 끌어온 중고차 시장 개방이 현실화한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의 진출을 계기로 중고차 시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중고차 시장 개방 논의 과정에서 소비자가 외면받았다는 점에서다. 중고차 시장 개방은 업체 간 이해가 달렸지만 소비자 권익의 문제기도 하다. 그런데도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 논의는 사실상 중고차 업체의 양해를 구하는 모양새로 흘러왔다. 기존 업체가 피해자란 관점에서 그들의 손해를 줄이기 위한 방향에서 접근한 것이다.
 
소비자 권익에 초점을 맞추거나 중요하게 고려했다면 2년 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원하는 여론이 반대하는 쪽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조사가 있고 시민단체들이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시장 개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냈는데도 합의를 명분으로 시간을 흘려보낸 것도 소비자가 외면받았다는 방증이다.
 
완성차 업체와 중고차 업계가 협의를 통해 상생의 길을 찾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란 말은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그로 인한 타인의 피해가 없다는 전제가 있는 경우에만 그렇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많은 문젯거리를 만든 기존 업체들이 크게 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기존 중고차 시장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은 매우 부정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를 보면 소비자의 80.5%는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인식하고 있다. 투명·깨끗·선진화됐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11.8%에 불과하다.
 
중고차 시장을 불신하는 것은 가격을 믿을 수 없고 허위·미끼 매물이 만연한 데다 주행거리 거리 조작 등으로 피해를 봤거나 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5만4500여건, 약 2900억원의 중고차 거래 사기가 발생했다는 자료도 있다. 매일 210여건, 1억원 이상의 피해가 생기는 셈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중고차 업체를 통해 매매를 할 때 당사자 간 거래를 하는 것보다 가격이 평균 1.86배 높다. 동일 모델·조건으로 놓고 봐도 1.3배 안팎 비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고차 업체를 거치지 않는 개인 간 거래가 절반이 넘는다.
 
통계나 자료가 아니어도 주변에서 중고차 거래를 하다가 낭패를 본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모두 기존 중고차 업체들이 만든 일이다. 완성차 업체는 제한적인 물량만 판매한다는 점에서 기존 사업자들이 바뀌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바라는 것은 명확하다. 바가지를 쓰거나 사기를 당하는 게 아닌가란 걱정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믿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중고차를 사는 일이다. 
 
전보규 재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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