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되는 '이준석 패싱'… 윤석열은 '마이웨이'
윤석열 기습 입당부터 김병준 면담, 충청 일정까지 철저히 배제…이수정마저 영입
입력 : 2021-11-29 16:04:56 수정 : 2021-11-29 16:26:45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진통 끝에 진용을 갖췄지만 이준석 대표를 건너뛰는 일이 적잖게 벌어지면서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윤석열 후보 입당부터 대선후보 확정 이후까지 계속해서 자신을 패싱하는 일이 빚어지면서 이 대표도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준석 패싱' 논란은 윤 후보가 입당한 지난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후보는 이 대표에게 사전 고지를 하지 않고 전격 입당했다. 당시 이 대표는 전남 여수와 순천을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하던 중이었다. 이에 이 대표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면서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윤 후보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예정에 없던 면담을 나눴을 때도 이 대표는 빠졌다. 이 대표는 당초 용퇴설이 나왔던 김 위원장이 윤 후보와 20여분 간 대화를 나눈 것은 물론, 김 위원장의 기자간담회 일정도 사전 보고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석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선후보.사진/뉴시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기자간담회 자체가 무슨 목적이었는지 저도 아직 파악이 안 되고 있고, 저랑 전혀 상의한 바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독자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홍준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선출된 당대표는 당의 제일 어른"이라고 이 대표에 힘을 실어줬다. 홍 의원은 "정당의 모든 것은 당대표를 통해야 한다"며 "당 대표를 패싱하고 대표를 깔보는 정당은 이익집단에 불과하지 정당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윤 후보는 지난 28일 "(이 대표를)패싱할 이유도 없고 다 같은 선대위원"이라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패싱이라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다소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이준석 "황당한 일 반복" vs 김병준 "실무선 협의 있었다"
 
하지만 윤 후보가 29일 선대위 구성 후 첫 지방 행보로 2박3일 충청을 방문하는 일정 역시 이 대표와 사전 조율하지 않자, 이 대표의 불쾌감은 극에 달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윤 후보의 세종시 방문 동행 중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한테 직접은 아닐지 모르지만, 실무선에서는 협의가 있었던 걸로 보고받고 있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서 "언론 릴리즈 전까지 가자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이렇게 되면 못 들었기 때문에 '이준석 패싱'이고, 두 번째는 '이준석이 후보 일정에 협조 안 한다'고 이간질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아닌가. 제 입장에선 황당한 건데 이게 반복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 대표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합류가 무산되면서 원톱으로 선대위를 이끄는 김 위원장에 대해 "전투지휘 능력으로 실적이 있지는 않기 때문에 우려가 된다"면서 뒤끝 있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윤 후보가 충청 방문 직전 주재한 첫 선대위 회의에서도 이 대표는 "승리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을 생각해선 안 된다. 우리 모두에게 무운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고 짤막한 발언만 내놨을 뿐이다.
 
윤 후보가 청년선대위를 후보 직속으로 출범시킨 것도 이 대표로선 불쾌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홍 의원이 빠진 선대위에서 윤 후보가 취약한 젊은층 지지의 보완재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윤 후보가 위원장을 맡은 청년위는 선대위 청년본부와는 별도의 후보 직할 조직으로 활동하면서 이 대표가 끼어들 영역도 줄어들게 됐다.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대한다"고 천명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이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이준석 패싱' 논란은 더욱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우리와 방향이 다르다"며 이 교수 영입을 수차례 반대했으나, 윤 후보가 의지가 강했다는 후문이다. 
 
당 관계자는 "기본적인 전제는 후보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다만 형식적으로라도 당대표와 상의하는 그림을 연출해야 한다"면서 "이런 문제가 계속 벌어지고 후보와 대표 간 갈등이 심화되면 대선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대표 스타일도 문제다. 역대 대선에서 당대표는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며 "철저히 조연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자신의 의지대로 선대위 진용을 꾸린 채 본격적인 마이웨이 행보에 돌입했다. 김 위원장이 사실상 원톱 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향후 이 대표의 존재감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대선 때까지는 당무우선권도 윤 후보에게 넘어간 상태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금이라도 빨리 후보와 대표 간 핫라인을 만들어서 긴밀하게 상의를 해야 한다"며 "이렇지 않으면 메시지 혼선 등 선거 과정 중에 큰일이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선후보.사진/뉴시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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