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자원외교가 신산업 주도의 열쇠다
입력 : 2022-01-19 06:00:00 수정 : 2022-01-19 06:00:00
반도체나 배터리, 우주산업 등에 핵심적으로 쓰이는 소재 상당수가 중국에서 채굴된다. 대체 공급원을 확보하려면 희귀광물 매장 국가를 찾아야 하는데 이들 국가 상당수가 아프리카나 중동 등에 위치한 후진국이다. 후진국은 대체로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이 불안하다. 때로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기도 하며, 내전이 발생하기도 하며, 기아와 빈곤을 참지 못한 국민들이 대규모 시위와 파업을 하기도 한다. 
 
예컨대 특정 국가와 광물 채굴과 수입 관련 계약을 맺었다고 하자. 그런데 몇 달 뒤 현지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정권이 바뀐다. 국가간 계약이지만 효력을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계약의 대상자가 달라진 탓이다. 다시 협상 테이블 차려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다행히 그런일이 없다 하더라도 채굴지까지 채굴장비를 옮겨가기 위해서는 도로·전기·수도 등 기본적 SOC 사업을 선행해야 한다. 자원부국이면서도 후진국인 경우 다민족 국가인 경우가 많다. SOC 사업을 위해 현지의 인력을 써야 한다. 그런데 구간별로 다른 인력을 동원하다보면 어느 한쪽에서 난데없이 파업을 한다. 일당 10달러로 계약했지만 이제는 15달러를 달라고 요구한다.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그렇게 요구를 받아주다보면 인건비는 계속 상승한다.
 
그렇게 어렵게 채굴권을 행사해 자원을 가져오려다 보면 이제는 브로커가 등장한다. 보관과 운송 과정에서 수많은 장비와 인력이 필요한데 이마저도 현지 인력과 장비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또 비용이 상승한다. 
 
결과적으로 차라리 중국으로부터 그냥 수입하는 편이 훨씬 더 경제적인 상황이 된다. 

자원외교의 반복적 실패 스토리의 일반적 사례다. 약 10년 전 이명박 정부 시절 한창 자원외교가 이슈로 떠올랐을 무렵 자원외교의 허와 실을 취재한 내용이다. 
 
최근 반도체와 배터리 핵심 소재의 공급난이 심화되면서 업계 전체가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 중국이 수산화리튬(2차전지)이나 산화텅스텐(반도체) 등 핵심 소재의 공급양을 조정하면서 시장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소재에서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그래서 나오는 이야기가 수입선 다변화이며 대체 공급원 확보다. 하지만 자원외교는 어렵고 복잡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너무 많다.  그래서 연속성이 중요하다. 한쪽에서는 기술 개발에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집행해야 하고, 한쪽에서는 외교력을 바탕으로 위와 같은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위험도가 높은 사업에 자금을 대주고 실패하면 융자금 전액을 감면해주고 성공시에는 원리금 외에 특별부담금을 추가 징수하는 '성공불융자'의 대상과 범위를 넓히고 금액도 높여야 한다.
 
"자원외교는 연속성이 중요합니다.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해서 실패로 간주해선 안됩니다. 중장기적으로 국가와 기업이 공을 들여가며 불확실성을 낮추는 방식으로 풀어가야 합니다."
 
10년 전 한 에너지 기업의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며, 인내가 필요한 것이 자원외교다. 미래 신산업의 안정적인 운용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관문이다.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수입선 다변화와 대체 자원 개발을 위한 기술투자에 전력해야 한다. 나아가 전문 인력도 차근차근 양성해 현장에 배치함으로써 경륜도 쌓게 해야 한다. 자원외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권대경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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