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해적: 도깨비 깃발’ 한효주 “액션이 시원합니다”
“전편과 다른 독립된 얘기… 모든 인물 주인공 같은 스토리”
“극중 ‘정어리 김밥’, 어떤 배우 먹다가 실제 토할 정도였다”
입력 : 2022-01-19 01:03:00 수정 : 2022-01-19 01:03: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오랜만에 몸에 찰싹 달라 붙는 옷을 입은 듯했다. 마음껏 놀고 또 노는 모습이다. 저런 성격인데 도대체 어떻게 누르고 살았는지 모를 정도였다. 대부분 비련의 여주인공, 가련한 운명을 타고난 여인, 때론 남자들의 격한 싸움과 대결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온갖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는 주인공의 여자. 그게 이 배우가 대부분 연기해 온 캐릭터였다. 단아하고 또 가냘픈 외모에 그에게 이런 배역은 정말 적역 같았다. 그런데 모를 일이다. 이런 이미지로만 비춰진 그에게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악바리 근성이 있었을 줄이야. 본 촬영 3개월 전부터 액션 연습을 시작했단다. 온도계 영하 25도가 찍힌 날 수중 촬영을 하면서도 이빨을 악 다물며 모든 장면을 직접 소화했단다. 대중들만 생소할 뿐 이 배우의 이런 악바리 근성은 영화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이 영화 속 이 배우의 존재감과 캐릭터 소화력에 굉장히 큰 기대감이 몰렸던 것도 충분히 납득이 됐다. 2014 8월 개봉해 866만 관객을 끌어 모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속편 해적: 도깨비 깃발의 여주인공 한효주에 대한 얘기이다.
 
배우 한효주. 사진/BH엔터테인먼트
 
한효주는 4년 만에 상업영화 복귀를 앞두고 있다. 2020년 겨울, 유독 추웠던 날씨를 참아가며 촬영을 소화했다. 날씨만 추웠을 뿐 모두의 사기를 하늘을 찌를 듯했단다. 워낙 좋은 동료 호흡과 스태프들의 열정은 살을 깎는 듯한 영하의 날씨도 소용 없었단다. 해적단 우두머리 해랑역을 맡은 그는 자신의 부하들을 이끌고 리더십을 발휘하며 어렵고 힘든 촬영을 즐겁게 행복한 현장으로 만드는 데 앞장섰다.
 
오랜만의 영화라 굉장히 떨리고 또 설레고 지금 부담도 되고 그래요. 근데 스크린 복귀작이 해적이라서 지금 너무 좋은 느낌만 있어요. 제가 꽤 무거운 영화들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런데 해적은 유쾌하고 즐겁고. 무엇보다 모험을 떠나는 듯한 얘기잖아요. 특히 너무 좋은 동료들과 함께 촬영하면서 즐거운 기억만 남아 있어서. 그런 기억만 나요. 실제로도 너무 즐거웠어요.”
 
이번 해적2014년의 해적과는 모든 것이 다르다. 해적이 등장하고 보물을 찾는단 것 외에는 온전히 다른 영화다. 출연 배우들 모두가 다른 라인업이다. 전편의 손예진 배역은 이번에 한효주가 맡았다. 둘 다 해적단 단주 역할이다. 국내 상업 영화에선 보기 드문 여성 두목역할이다. 한효주는 자신이 좋아하는 선배의 뒤를 이을 수 있단 점이 너무 매력적이라며 웃었다.
 
배우 한효주. 사진/BH엔터테인먼트
 
말씀하신 대로 전편을 잇는 얘기가 아닌 완벽하게 독립된 얘기죠. 그래서 장점일 수도 있어요. 전편을 안보셨어도 즐기실 수 있거든요. 전편은 남녀 주인공이 중심이라면 이번에는 모두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이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듯한데(! 예고편에도 등장해요?) 펭귄까지도 우리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요. 이런 영화가 또 있을까요(웃음)”
 
그의 말처럼 이런 영화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우선 해적은 전편과 이번 속편까지, 국내 상업 영화에선 생소한 장르인 해양 어드벤처다. 할리우드의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를 생각하면 된다. 한효주가 맡은 역할은 이 시리즈의 캡틴 잭 스패로우 같은 캐릭터. 물론 액션은 전혀 다르다. 웬만한 남자 10여명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여자 해적단 단장. 고난도 액션은 필수였다.
 
진짜 액션을 정말 잘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촬영 3개월 전부터 액션 스쿨에 가서 연습을 시작했죠. 실제 촬영에선 칼을 휘두르는 게 몸에 착 달라 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연습 기간이 꽤 길었죠. 근데 실제 촬영에선 액션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너무 추웠어요(웃음). 휴대폰으로 온도를 체크하니 영하 25도라고 나와서 깜짝 놀랐죠. 머리가 물에 젖으면 곧바로 얼음이 돼서 두두둑 떨어질 정도였어요. 너무 추워서 촬영용 가짜 칼이지만 잘못 휘두르다 상대가 맞으면 곧바로 골절상을 입게 될 정도였어요. 정말 부상에 신경 쓰고 촬영을 했는데 시사회에서 보니 액션이 굉장히 시원스럽게 잘 나온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배우 한효주. 사진/BH엔터테인먼트
 
이런 악조건 속에서 만들어 낸 시원스러운 액션은 장르의 특성과 결합해 굉장히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의 배경에는 국내 영화에선 전례가 없던 여자 해적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이 더 큰 힘을 보탰다. 반면 대중들에게 익숙한 한효주는 조용하고 연약한 스타일이다. 그런데 해적: 도깨비 깃발속 한효주가 연기한 해적 단주 해랑은 굉장히 와일드한 스타일이었다. 모든 면에서 한효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했다.
 
액션도 액션이었는데 캐릭터 구축이 더 도전이었죠. 목소리부터 표정 등 새로운 모습을 꺼내야만 했어요. 메이크업도 고민을 하고 연구를 했어요. 거기에 장신구도 연구를 했고. 특히 말투가 평소의 제 말투가 아닌 것 같단 주변 평가가 너무 기분 좋았죠. 해적은 어떤 말투를 쓸까. 남자들을 이끌고 있는 여자 두목은 어떻게 말을 할까.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에요. 보시고 나면 저 같지 않으실 거에요(웃음)”
 
한효주는 해적: 도깨비 깃발크랭크업 날 눈물을 흘렸단다. 한 두 편 영화를 경험해 본 것도 아니고, 평소 작품 속에서 눈물 많이 흘리기로 유명한 연기를 했지만 실제 성격은 굉장히 털털하고 쾌활한 한효주였다. 그런 그가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눈물을 흘릴 정도였단 건 그만큼 동료들과 너무 깊은 정이 들었단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꼭 다시 이 라인업으로 다른 작품에서 만났으면 한단다.
 
배우 한효주. 사진/BH엔터테인먼트
 
마지막 촬영이 끝난 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런 팀을 만날 수 있는 게 정말 감사했어요. 다른 작품에서도 그랬지만 유독 이 영화 현장에 정이 많이 들었나 봐요. 배우들과 스태프들 모두가 온 힘을 다해 악조건 속에서 만들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거의 매일 촬영 현장 가는 게 소풍 가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인지 현장에서 밥 먹자란 말을 진짜 많이 했어요. 제가 대장이니(웃음). 지금도 그때 모습이 기억나요.”
 
인터뷰 마지막 즈음 촬영 비하인드로 꼽은 첫 번째 얘기는 영화 속 등장하는 정어리 김밥이다. 영화를 보면 정어리 김밥이 웃음을 터트리는 명장면 가운데 하나다. 그에 얽힌 뒷얘기를 공개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변화되는 촬영 현장 분위기와 함께 달라지는 콘텐츠 플랫폼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전했다.
 
배우 한효주. 사진/BH엔터테인먼트
 
“(웃음)우선 정어리 김밥은 어떤 배우분은 실제로 먹고 토하시기도 했어요. 하하하. 제가 그걸 먹는 장면이 없었단 게 너무 뿌듯합니다(웃음). 촬영 현장의 변화는 저도 느끼고 있어요. 좀 당황스럽긴 해요. 그럼에도 배우 입장에서 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이어지고 있으니 다행일까 싶은 감정도 들고. 되게 이상해요. ‘코로나19’로 개봉 못한 영화들이 너무 많은 걸로 알아요. ‘해적: 도깨비 깃발이 얼어 붙은 극장가를 녹일 수 있는 시작이 됐으면 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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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