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여성이 만들 영화는 무조건 ‘+5점’
입력 : 2022-01-21 01:00:03 수정 : 2022-01-21 01:00:03
성별 갈라 치기. 대선을 앞둔 요즘 정치권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정치 이슈다. 남성이면 어떠하고 또 여성이면 어떻단 말 인가. 정치 영역은 잘 모르겠지만 예술과 창작의 영역에선 성별은 더욱 큰 의미가 없다. 여성이면 뛰어난 예술혼을 갖고 있고, 남성이면 그렇지 않은 것도 아니며 반대의 경우도 당연히 마찬가지다. 창작의 영역은 개별성의 문제, 사고력 깊이의 문제, 사유의 표현성 문제일 뿐이다. 성별의 문제는 대입 시킬 틈조차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최근 예술계에서도 굳이 성별을 갈라 불필요한 논쟁을 이어갈 여지를 만들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 공모전에서여성 가산점 제도를 이어가겠단 뜻을 내비친 것이다. ‘여성 가산점 제도는 영화 산업 여성 인재 육성과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시행되는 제도다. 여성이 영화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하면 최대 5점까지 가산점을 얻을 수 있다.
 
겉으로만 보면 분명 좋은 취지의 좋은 제도다. 영화 산업에서 여성 인재 육성과 다양성 확보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니 박수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그 방식이 왜 꼭 여성이 출품하면 무조건 점수를 얹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하는 것인가 이다. 오히려 이런 발상 밑바닥엔여성 작품이 남성 작품보다 못하기 때문에 공모전에서 많이 탈락한다. 그래서 여성 인재가 안 보인다는 노골적 여성 차별 의식이 담겨있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진짜로 여성이나 장애인 다문화 등 다양성을 위한 기반을 갖추려 한다면 작품을 내는 사람의 성별이 아닌 작품 내용에 여성이나 장애인 다문화 등 다양성을 추구했을 때 가산점을 주는 방식을 더욱 강화하는 제도로 전환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성별로 갈라 치는 게 아닌 창작의 내용, 주제 의식, 어떤 인물의 얘기를 다루는가로 공모전 당락이 결정돼야 한다.  
 
한 여성이 남성들의 우정과 의리를 다룬 느와르 장르 영화 기획안을 제출해 당선되고, 사회적 약자 인권에 관심 있는 한 남성이 데이트 폭력 실상을 다룬 여성 얘기를 기획했다 떨어지면 어느 것이 영화 산업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일까. 영화진흥위원회는 이 질문에 답은 할 수 있을까.
 
나아가 여성 인력이 부족하다면 단지 성별만으로 점수를 얹어주는 임기응변식 방식이 아닌 여성 인력이 영화 산업 전반에 스며들 수 있도록 시스템 자체의 문턱을 낮추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영화 산업 전반의 자기반성을 통한 제도적 뒷받침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돼야 하는 걸 가르쳐 줘야 아는 걸까.
 
‘비주얼 텍스트로 불리는 영화는 사회 운동의 가장 좋은 매개체이자 전달체다. 이 시대 영화인들은 이 좋은 통로를 활용해 동 시대 사람들에게 무엇을 얘기해야 하는가를 고민 중이다. 중심이 돼야 하는 건 얘기하는 내용이지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의 성별이 아니다.
 
일부에선 남성들이 겨우 5점 때문에 피해를 봤다 징징거려야 하겠냐 지적이다. 기억을 되살려 보자. 20여 년 전 군가산점 문제로 우리 사회가 피 튀기는 갈라치기를 경험했다. 올해 대선에선 여성가족부 폐지 이슈로 젠더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영화 산업까지 성별 논쟁에 힘을 보태야만 하나이젠 이런 것도 가르쳐 줘야만 제대로 알아 먹고 제대로 할 수 있단 말인가.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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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