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특례상장도 좋지만…상장심사 더 엄격해야
입력 : 2022-01-20 06:00:00 수정 : 2022-01-20 06:00:00
“신라젠 거래정지와 상장폐지 결정의 가장 큰 원인이 된 것이 신라젠의 횡령·배임이다. 신라젠 횡령·배임과 관련한 공시는 2020년 나왔으나, 해당 사건이 있었던 것은 2014~2015년이다. 상장 전에 발생한 일이 추후에 불거져 현재 신라젠의 상장폐지 결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해당 사실을 모르고 주식 시장에 상장을 시킨 것이 한국거래소인데, 이번 상폐 결정으로 주주들의 피해를 입게 됐으니 거래소의 귀책사유가 아닌가 싶다"
 
지난 18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신라젠의 상장폐지를 결정한 날 신라젠의 한 주주의 말이다. 상폐 위기에 처한 신라젠은 한때 최고 주가 15만2300원에 시가총액 9조를 찍기도 했다. 당시 신라젠의 시총은 코스닥 기업내 2위에 달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를 기록하던 신라젠이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것은 결국 한국거래소의 책임이며, 코스닥시장 특례 상장과 관련해 많은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신라젠 주주의 주장은 누가 들어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한국거래소는 기업들의 상장심사를 시행한다. 이 심사에선 해당 회사의 최근 3개년 실적은 물론, 기업의 신사업과 사업계획, 향후 성장 가능성 등 상장과 관련한 대부분의 사안을 검토한다. 때문에 신라젠 주주들은 이번 상폐 결정과 관련해 거래소의 책임론을 주장한다.
 
신라젠 주주는“개인투자자들이 알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장 전에 일을 가지고 거래정지를 시키는 행위를 한다면 우리 개인투자자들 모두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당시 문은상 현 신라젠 대표이사 등이 지난 2014년 3월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실질적인 자기자금 없이 ‘자금돌리기 방식’으로 3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해 191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신라젠에 손해를 가한 혐의가 인정됐고, 횡령·배임 등의 사유로 상장폐지 요건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라젠은 2016년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때문에 시점을 놓고 보면 주주들이 문제를 걸고 넘어지기 충분한 사안으로 보여진다. 신라젠 행동주의주주모임의 주장처럼 상장 이전의 전·현직 임원 배임행위가 현재 시점의 기업가치를 훼손했다고 볼 수 있지만, 재무손익에 직접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계상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
 
신라젠 상장과 관련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당시 신라젠 주가가 급등했던 것은 간암 치료제 ‘펙사벡’을 개발하던 미국 제네릭스사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펙사벡은 임상3상시험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당시 해당 기술을 통해 신라젠은 전문평가기관인 나이스평가정보와 이크레더블로부터 AA, A의 기술성 평가를 받아 기술특례로 상장에 성공했다. 펙사벡은 제네릭스가 실시했던 임상2b상에서도 실패했던 약이다. 어찌 보면 펙사벡이 임상3상시험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도 제네릭스 임상의 연장선일 수 있다.
 
이밖에 특례 기업중 헬릭스미스 역시 세전손실 지속으로 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31개사로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연간 30개사를 돌파했지만, 한국거래소가 상장심사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라젠의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약 17만 신라젠 주주들의 주식은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한다. 작년 말 기준 신라젠의 소액주주 지분율은 92.60%에 달한다. 물론 상장기업들이 모두 성공할 수는 없다. 다만 신라젠과 같은 기업들은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한다. 주관사의 기업실사와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가 더욱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박준형 증권부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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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증권부 종목팀 박준형입니다. 상장사들에 대한 생생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