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경제성장 자화자찬의 아쉬움
입력 : 2022-01-27 06:00:00 수정 : 2022-01-27 06:00:00
"코로나 2년 차인 지난해 4% 경제성장을 통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달성하면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위기에 강한 경제임을 입증했다."
 
지난 2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은행의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 발표 직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말이다. 우리 경제의 둔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높은 경제성장 목표치를 달성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 한껏 드러난다.
 
우리나라 경제는 작년 4%의 성장률을 보이며 6.8%를 기록한 지난 2010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분기별로는 1분기 1.7%, 2분기 0.8%, 3분기 0.3%로 점차 낮아졌지만 4분기에는 1.1%로 다시 반등하며 전체 4%를 맞췄다.
 
다만 경제성장률 통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뭔가 기분이 개운치 않다. 속보치 시점이 지난해 기준이고 통계 자체도 어느 정도 실제와 괴리가 있기 마련이라지만, 그래도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아직 상당히 높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요원하다. 
 
하지만 다시금 읽어보니 조금은 이해가 갈 듯도 하다. 연간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기준으로 산출된다. 2021년의 전년은 코로나19 사태가 맹위를 떨친 2020년이다.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역성장세를 보인 것은 -0.9%를 기록한 2020년이 유일하다. 이 연도를 기준으로 삼다 보니 웬만해선 이듬해 경제성장률이 높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비약적인 경제성장률은 이른바 '기저효과'가 작용한 탓이 크다.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했다곤 하지만 민간소비가 전체 경제성장률을 견인한 점도 되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50조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투입됐고 이에 따른 소비 진작이 경제성장률 수치를 밀어 올렸음을 부인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올해는 더 이상 기저효과, 내수 등 특수에 기대기 힘든 상황이 됐다.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퍼지고 하루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당분간 민간소비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최근 이어지고 있는 원유 폭등,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은 수출 둔화 및 무역 시장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연내 수차례 예고된 기준금리 인상도 서민층의 부담을 얼마나 더 가중시킬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물론 오랜만의 경제 성장 반등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임에 분명하다.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치가 지속적으로 깎이고 있고 인플레이션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까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나온 드문 희소식이라는 점에서 경제 정책 수장이 직접 나서 이를 자랑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하지만 현재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감안하면, 정부가 드러난 통계만으로 자화자찬에 나서는 것은 자칫 국민들에게 경제 실상을 호도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 우려된다. 위기 상황이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상황에 맞지 않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보다는 심도 있는 현황 파악과 이에 따른 대응책 마련이 우선순위가 아닌가 싶다.
  
김충범 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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