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니면 어때"…지방에 깃발 꽂는 하이엔드 아파트
서울 찍고 대전·대구·부산·광주로
브랜드에 울고 웃는 정비사업 수주
수주활동 유리하지만 이미지 약화에…'명과 암'
입력 : 2022-05-19 06:00:00 수정 : 2022-05-19 06:00:00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우동1구역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 당시 인근 부동산에 붙어 있는 아크로 홍보물. (사진=김성은 기자)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서울 강남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가 지방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건설사들이 지역 중심에 깃발을 꽂고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프리미엄 이미지가 약해지면서 명과 암이 뒤따른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의 하이엔드 아파트 단지들이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 지방광역시에 조성되고 있다.
 
최근 현대건설이 수주한 광주광역시 서구의 광천동 재개발 단지에는 '디에이치(THE H)'가 적용된다. 디에이치는 '힐스테이트'의 상급 브랜드로 지난 2015년 론칭 이후 최초 입주 단지인 '디에이치 아너힐즈'와 '디에이치 포레센트', '디에이치 라클라스' 등 강남권을 비롯해 용산구의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지 등 수도권 노른자위 입지에만 적용돼왔다.
 
올해 초 수주한 대전 유성구의 장대B구역 재개발사업에 지방 최초로 디에이치 도입을 알린 이후 광주까지 연이어 진출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방에서 상징성을 갖춘 곳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적용해 랜드마크 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라면서 "가격 뿐만 아니라 입지 등 내부 기준에 따라 다각도로 검토해 프리미엄 브랜드 적용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1구역 재건축에 이어 수영구 망미2구역 재개발, 대구 수성구 수성1지구 재개발, 광주 광산구 신가동 재개발에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ACRO)'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1999년 첫선을 보인 아크로는 그동안 두 번의 브랜드 리뉴얼을 거쳤다. '아크로 리버파크'가 3.3㎡당 1억원 아파트 시대를 열면서 그 위상은 더욱 높아졌고, '아크로 리버뷰', '아크로 리버하임',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등이 준공되면서 한강변 또는 강남에만 있는 아파트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정비사업 수주 경쟁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중요한 키로 작용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해당 지역에 프리미엄 아파트가 들어서면 그 효과가 다른 사업지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영업활동의 거점을 마련하는 셈이다.
 
반면 부작용도 존재한다. 기존의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공식이 깨지자 브랜드 교체를 요구하는 조합이 늘어나고 있어 건설사는 난감한 처지다. 실제로 브랜드 문제로 광주 신가동 재개발 공사를 진행하는 사업단의 주관사가 롯데건설에서 DL이앤씨로 교체되기도 했다.
 
브랜드의 고급 이미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 수가 많아지면서 희소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직 지방에서 입주한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는 없지만 그 파급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며 "수요자들의 안목이 점점 높아지면서 입지를 비롯해 커뮤니티시설, 마감재 등 고급화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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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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