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 하림산업 대표, 시험대…'더미식' 안착시킬까
카드사 출신, 식품업 경험 전무…미래 성장동력 '간편식 사업' 이끌어
'즉석밥 흥행 여부' 거취 가르나…프리미엄 고가 정책 논란엔 말 아껴
입력 : 2022-05-19 07:00:00 수정 : 2022-05-19 09:09:54
허준 하림산업 대표 직무대행이 지난 16일 강남구 SJ쿤스트할레에서 '더미식 밥' 론칭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즉석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최유라 기자)
 
[뉴스토마토 유승호·최유라 기자] 하림의 미래 성장동력인 간편식 사업을 이끌게 된 허준 하림산업 대표가 시험대에 올랐다. 카드사 인사팀 출신을 두고 전문성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이를 딛고 하림의 야심작 ‘더미식’ 브랜드를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올해 1월 하림산업 대표 직무대행에 오른 허준 대표가 줄곧 몸담았던 곳은 삼성카드였다.
 
허 직무대행은 1968년생으로 1993년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카드 인사팀장, 감사담당 상무, 디지털사업담당 상무 등을 지냈다. 식품사업과 접점이 없는 만큼 하림산업을 이끌 적임자가 맞느냐는 의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하림산업은 하림의 미래 성장동력인 가정간편식(HMR) 등의 개발, 생산, 판매 등을 영위하는 회사다.
 
허 직무대행이 하림산업 정식 대표이사에 선임되는 시기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게 하림의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16일 더미식 즉석밥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허 직무대행을 하림산업 신임대표로 소개한 것을 두고 사실상 수장에 오른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하림산업이 영위하는 식품사업은 하림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힐 만큼 사업적 중요도가 크다. 앞서 김홍국 하림 회장은 육계를 비롯해 육가공 사업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HMR 등을 비롯한 식품사업을 신사업으로 낙점했다.
 
식품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김 회장은 5200억원의 자금을 쏟아 부어 지난 2020년 전라북도 익산 12만709㎡(3만6500평) 부지에 식품 가공공장 3곳과 물류센터 등 복합시설을 갖춘 종합식품단지 하림 푸드콤플렉스를 완공했다. 하림 푸드콤플렉스는 라면과 가정간편식 제품, 소스, 조미료, 즉석밥 등을 생산하는 핵심 기지다.
 
김홍국 하림 회장이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SJ쿤스트할레에서 새롭게 출시된 즉석밥 '더미식 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림은 지난해 10월 ‘더미식 장인라면’을 론칭하며 식품사업에 공식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론칭 기자간담회에 김 회장이 직접 나와 신제품을 소개할 만큼 장인라면은 대내외적으로 김 회장의 야심작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프리미엄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던 장인라면은 고가 정책에 발목을 잡혔다.
 
라면시장은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은 편인데 소비자 가격 저항까지 겹치며 시장 안착에 실패한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장인라면 사업을 주도했던 윤석춘 사장은 지난해 12월 돌연 사임했다. 업계에서는 장인라면 흥행 실패에 대한 책임을 사임 배경으로 꼽았다.
 
이처럼 장인라면이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하림산업의 수장으로 오른 허 직무대행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허 직무대행의 가장 큰 숙제는 더미식 브랜드의 시장 안착이다. 최근 더미식 즉석밥 기자간담회를 주도했던 만큼 즉석밥의 시장 안착 여부가 허 대표의 거취를 결정지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더미식 즉석밥 역시 경쟁사와 비교해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더미식 즉석 백미밥은 2300원, 흑미밥 등 잡곡밥류는 2800원으로 햇반 등 경쟁사 제품보다 약 20% 비싸다. 고가 정책이 장인라면의 흥행 실패 원인으로 지목됐던 만큼 가격 저항선을 뛰어넘을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허 직무대행은 말을 아꼈다.
 
허 직무대행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더미식 즉석밥 가격과 관련해 “첨가물을 넣지 않고 제조공정과 설비도 차별화돼야 하므로 기본 가격이 2000원가량으로 책정됐다”며 “최근 경쟁사에서 즉석밥 가격을 올려 더미식밥과 가격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최유라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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