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3대 피부암' 악성흑색종 주의
말단악성흑색종 촉진 위험인자 최초 규명
입력 : 2022-05-25 06:00:00 수정 : 2022-05-25 06:00:00
국내 연구진이 장기간 반복되는 기계적 자극과 압력이 발바닥에 발생하는 말단악성흑색종의 진행을 촉진하는 위험인자임을 새롭게 밝혀냈다. 왼쪽부터 정기양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노미령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김준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서지명 박사. (사진=연세의료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국내 연구진이 장기간 반복되는 기계적 자극과 압력이 발바닥에 발생하는 말단악성흑색종의 진행을 촉진하는 위험인자임을 새롭게 밝혀냈다. 이 연구는 향후 한국인 등 유색인종에서 주로 발생하는 말단악성흑색종의 정확한 발생기전을 밝히는 데 기초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세대-KAIST 공동 연구팀은 최근 발바닥에 발생하는 악성흑색종의 암 발달 분자 기전을 밝힌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중견 연구사업을 통해 진행됐다.
 
3대 피부암에 속하는 악성흑색종은 한국인을 포함한 유색인종에서 발바닥과 손발톱 등의 압력을 많이 받는 부위에 주로 발생한다. 진단이 조금만 늦어져도 전이가 잘되고 사망 위험성이 높아져 신속하고 안전한 치료와 재발 예방 치료가 필요하다.
 
악성흑색종은 멜라닌세포의 악성화로 생기는 피부암으로, 내부 장기로 전이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병이다. 지난해 발표된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악성흑색종 환자 수는 638명으로 발생율이 비교적 낮다. 이 때문에 초기 오진으로 병을 키워 전문 클리닉을 찾는 경우도 있다.
 
한국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에게는 발바닥, 손바닥, 손발톱 밑과 같은 신체의 말단부에 악성흑색종이 자주 발생한다. 우리나라 발바닥 흑색종 발생 비율은 세브란스병원 통계 기준 42%에 달한다.
 
연구팀은 한국인의 발바닥 흑색종 조직 샘플을 분석해 흑색종의 진행을 촉진하는 기전을 살폈고, 생쥐 모델과 세포배양 모델 실험을 통해 체중부하에 의한 기계적 자극과 흑색종 진행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연구팀은 흑색종의 변연부(정상피부와 경계부위의 암세포)에서 발생하는 핵막파열이 유전체의 불안전성과 DNA 손상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체중부하에 의해 발생하는 기계적 자극이 흑색종 핵막파열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생쥐의 발바닥에 흑색종 세포를 이식하고 체중부하와 함께 강제 쳇바퀴 운동을 시켜 발바닥에 기계적 압력을 가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반복적, 기계적 자극은 흑색종에서 세포핵의 형태적 이상과 일시적 핵막파열을 유도했다. 핵막파열은 DNA 손상을 일으켰으며, 동시에 세포질로 유출된 DNA는 암 악성화와 연관된 내재 면역반응을 유도했다.
 
반면 이식된 암세포의 주변에 있는 정상 피부세포는 동일한 기계적 압력 상황에서도 핵막 불안정성과 DNA 손상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현재까지 악성흑색종 연구는 대부분 서양 환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동양인의 흑색종은 서양인과 다른 임상적 및 유전적 특징을 보여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라며 "예전부터 체중부하로 인한 압력과 자극이 발바닥 흑색종 발생의 위험인자로 추측되고 있었지만, 그 기전에 대해 규명한 연구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를 통해 발바닥에 발생하는 말단흑색종 환자에게 가해지는 기계적 자극과 압력이 말단흑색종 진행을 촉진하는 중요한 인자임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히 크다"라며 "발바닥 흑색종 환자의 경우 발바닥에 가해지는 기계적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암의 예방과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흑색종 환자의 체중부하가 발바닥 흑색종의 진행을 촉진하는 기전(Weight-bearing activity impairs nuclear membrane and genome integrity via YAP activation in plantar melanoma)'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게재됐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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