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불평등 사회⑥)'기업감세 논리' 또 낙수효과…벼랑 끝 내몰린 서민
투자 활성화, 감세 일변도 정책…기업 혜택 대폭 증가
서민과 취약 계층 지원 방안 빈약…양극화 초래
정부, 낙수효과 통해 '파이' 키우겠다는 논리 펼쳐
성공하지 못하면 부의 편중 더욱 심해져
다변화된 현 트렌드에 맞지 않는 전근대적 정책
입력 : 2022-06-27 04:00:00 수정 : 2022-06-27 09:35:39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하는 한국 사회의 갈등 키워드 중 하나는 '불평등'이다. 경쟁과 평등이라는 갈림길에 놓인 사회적 불평등은 한국경제가 고도성장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수십 년간 고착해온 고질적 폐단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향한 패러다임 대전환의 요구와 맞물리면서 불평등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산업, 노동, 금융, 교육 등 각 분야의 경제적 불평등은 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향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역사를 통해 배웠듯, 1929년 대공황 시대에 불평등의 탈출로는 '뉴딜 정책'이었다. <뉴스토마토>는 '신 불평등 사회' 연중기획을 통해 현 시대에 당면한 한국 경제의 불평등 문제를 진단하고 갈등이 아닌 공존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경제정책방향이 불평등 사회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 활성화, 감세 일변도 방안으로 기업들의 혜택은 늘어나는 반면,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복지 선순환이나 보완 방안들은 후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판을 받고 있는 '부자 감세' 논란에 대해 정부는 기업 투자의 활성화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혜택은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소수의 경제 주체들에게 성장 주도를 유도하는 낙수효과에 의존하기에는 경제 상황 및 사회 자체가 과거보다 다변화돼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다. 정부의 재정이나 부의 '파이'가 현실적으로 고정돼있는 점을 감안하면, 낙수효과로 인해 서민이나 취약계층의 이익은 상대적으로 더 감소할 수밖에 없어 부의 양극화 촉진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민간 연구소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법인세 신고 법인 수는 83만8000개로 0.01%에 불과하다. 최근 나라살림연구소가 밝힌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정책에 대한 평가'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법인세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과세표준 구간의 3000억원 초과 기업은 80여개로 파악됐다.
 
실제로 흑자가 발생해 법인세를 납부하게 되는 흑자법인 수인 약 53만2000개를 기준으로 잡아도 0.02%에 그친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로 혜택을 보는 기업이 전체의 0.01~0.02%에 불과하는 등 극소수라는 의미다.
 
현재 법인세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의 수가 극히 적은 상황에서, 기업의 고용과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최고세율을 인하한다는 정부 명분은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747 공약(연평균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국력 세계 7위)'을, 박근혜 정부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를 통해 낙수효과를 노린 친기업 정책을 수립한 바 있다.
 
하지만 낙수효과로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혜택이 국민들에게 돌아갔다는 객관적인 성과나 지표는 발견되지 않는다.
 
업계 역시 업계는 서민과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방안이 부실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우리 경제가 인플레이션 압력, 고금리 등 여파로 총체적 난국에 빠지며 취약 계층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욱 커진 상황에서, 이번 정책은 자칫 사회적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처한 심각한 경제 불평등,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서민 가계 안정과 취약 계층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정부의 방향은 민생을 외면하고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과 자산·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낙수효과는 반드시 성공이 전제돼야 의미가 있는데, 성공 여부를 보장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고용 창출 촉진이라는 예상 시나리오가 깨질 경우 부의 재분배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해 취약 계층의 상대적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 부담을 줄이고 규제를 푸는 정책은 과거 보수 정권이 자주 전개해왔던 방식이다. 이는 낙수효과가 제 기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며 "문제는 낙수효과의 성과가 1990년대 중반 이후로 좋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동반 성장하는 흐름에 놓여 낙수효과의 파급력이 컸지만, 현재는 기업과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 간에도 양극화 현상이 심해져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번 정책을 계기로 대기업의 부는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서민의 부는 낮아지는 불평등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밝힌 감세나 규제 완화가 과연 기업의 고용 증진으로 얼마나 직결되는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만약 기업 입장에서 시장 포화 상태인 분야에 여유 자금이 들어온다면, 과연 재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최 교수는 "법인세 감세는 세수 결손으로도 이어진다"며 "정부 소기의 목적대로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투자 및 일자리 증대로 이어진다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다면 국세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도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주요 대기업들이 성장을 주도해가며 파이를 키워나갈 수 있었지만, 전 세계의 경제 동조화가 강한 현대 트렌드에는 맞지 않는 전근대적 정책"이라며 "우리 정도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라면 성장과 복지의 밸런스를 맞춘 정책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조언했다.
 
26일 민간 연구소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법인세 신고 법인 수는 83만8000개로 0.01%에 불과하다. 사진은 서울 한 공업사에서 근로자가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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