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론에 선 그었지만…'고환율·고물가' 리스크 분수령되나
환율 1300원 돌파와 함께 '경제 위기론' 대두
추 부총리 "IMF 때와 달라…위기 상황 증표 아니다"
미 긴축 속도, 원자재 병목 등 여파로 환율 진정 쉽지 않아
강달러 현상 지속 불가피…환율 1350원까지 오를 수도
입력 : 2022-06-27 16:36:00 수정 : 2022-06-27 16:36: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 선을 넘어서면서 우리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환율 1300원 돌파는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세 침체기 정도에나 발생했을 만큼 상징성이 큰 사안이다.
 
이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환율 급등을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른 일시적 강달러 현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경제 위기론에 대해 선을 긋고 나섰다.
 
하지만 환율 상승의 주 요인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긴축 통화 정책,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원자재 공급 병목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당분간 환율 혼조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강달러가 이어지며 환율이 1350원대 중반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98.2원)보다 11.7원 하락한 1286.5원에 거래를 마쳤다. 6월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 확정치가 5.3%를 기록하며 예비치인 5.4%보다 하향 조정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 같은 원·달러 환율 하락은 일시적 흐름으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오히려 최근 수개월 동안 전반적으로 우상향 흐름을 기록하고 있고, 불과 4일 전인 23일까지도 1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1301.8원에 거래를 마쳤을 만큼 급등세가 쉽게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환율 급등은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등 원자잿값 상승 등에 기인한다.
 
특히 이들 요인은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면서 경제 위기론이 등장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물가 우려와 원·달러 환율 상승이 상호작용해 경제 위기를 고조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무려 5.4% 급등하며 13년 9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달에는 6%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5% 높은 119.24를 나타내며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통상적으로 생산자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 지표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이번 통계 결과로 미뤄볼 때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면 원자재 수입 가격도 함께 상승한다. 해외에서 원자재를 들여오는 기업의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국제수지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
 
일단 추경호 부총리는 환율 1300원 돌파를 경제 위기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 2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 방송에서 "IMF 때는 우리 경제에 근본적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미국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급등시키다 보니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달러 강세가 나타난 것"이라며 "주변국과 큰 흐름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1300원 자체를 경제 위기 상황의 증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국가 통화도 다 약세여서 환율만 가지고 위기라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긴축 행보가 이어져 당분간 환율 상승세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지금 추이라면 원·달러 환율이 13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국가들도 긴축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빠른 정책금리 인상 속도를 맞추기가 어렵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도 물가 안정을 도모하고 원자재 수입 가격을 잡아야 하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강달러 기조는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오르면 결국 국내 물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어떠한 방식으로 개입할 것인지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며 "지난번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한미 간 경제 동맹을 강화하기로 했는데, 그 일환으로 통화 스와프를 진행하면 환율 안정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 선을 넘어서면서 우리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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