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오직 액션을 위한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동명 소설 원작, 배우 장혁 기획·액션 디자인·주연…액션+액션
‘액션 퍼포먼스’ 집중 스토리 라인…이야기 설정 개연성 ‘축약’
입력 : 2022-07-06 01:00:02 수정 : 2022-07-06 01:00:0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10년 영화 아저씨이후 무수히 쏟아진 레플리카 작품. 그 안에 담긴 천편일률적 공식. 주인공은 남자. 때론 여자일 수 있지만 대부분 남자. 그 남자, 사연이 있다. 그 사연, 그 남자의 삶을 괴롭힌다. 그리고 그 남자, 막강하다. 단순하게 강하다란 수준이 아니다. 독보적 존재의 강함이다. 그런 남자에게 어느 날 어린 여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어린 여자가 어려움에 빠진다. 이제 이 남자, 자신과 별다른 연관 없는 이 여자를 위해 위험 속에 뛰어든다. 결과는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것처럼 완전무결한 권선징악. 이런 공식에 부합되는 영화가 약간의 변주가 있지만 할리우드에선 테이큰시리즈다. 이후 국내에선 여러 액션 장르가 아저씨스타일의 액션 디자인 정공법을 타깃으로 상업 영화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대부분은 보기 좋게 패배를 거듭했다. 하지만 장혁 주연의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는 이런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꽤 무모한 도전을 하나 더했다. 액션을 위해 국내 영화 시장에서 꽤 중요한 셀링 포인트로 여겨지는 스토리개연성을 과감히 덜어냈다. 액션의, 액션에 의한, 액션을 위한 목적성만 집중한 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가 지향하는 지점이다.
 
 
 
영화는 방진호 작가의 소설 죽어도 되는 아이가 원작이다. 상당히 방대한 분량의 원작에서 주인공 남자와 소녀의 관계 그리고 액션 포인트만 빼내 집중한 스토리 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주인공 의강(장혁) 40대 초반 전직 킬러. 현재는 은퇴했다. 킬러 시절 벌어들인 막대한 돈으로 거대한 고급 주택에서 자신의 과거를 알지 못하는 미모의 아내와 함께 산다. 부동산 재테크 도서를 손에 쥐고 있는 점으로 미뤄 보면, 킬러 은퇴 자금을 이용한 노후 설계를 고려 중인 모양이다.
 
의강은 지금도 가끔씩 총을 쏘면서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주말이면 사격을 다니는 남편의 태도가 못마땅한 아내의 투정이 등장한다. 언제라도 복귀할 준비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생과 사를 넘나드는 킬러의 세계 속에서 살아온 의강의 본능이 여전히 총을 찾는 듯하다. 아내는 듬직한 남편을 믿고 3주 정도 아는 언니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계획 중이다. 그리고 그 언니의 고교생 딸 윤지를 여행 기간 동안 남편 의강에게 맡아 달라 부탁한다.
 
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스틸. 사진=아이에이치큐
 
이후부턴 우리 모두가 예상한 시나리오 흐름대로다. 천방지축 여고생 윤지의 질풍노도 사고가 뜻하지 않은 거대 조직의 사건과 연계된다. 이 과정에서 윤지는 문제의 조직에 의해 납치가 된다. 의강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윤지를 추적하면서 조직의 말단부터 차츰차츰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다. 단계별 도장 깨기 형식의 격투 게임처럼 의강과 조직에 관련된 인물들의 대결은 상상 이상의 타격감을 선사한다.
 
의강이 각각의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채 10여분 남짓 수준. 쇠파이프부터 칼 도끼 그리고 총기에 부서진 의자의 다리까지. 손으로 잡고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흉기가 등장한다. 놀라운 점은 의강은 한 손에 커다란 사이즈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만 유유히 이들을 제압할 뿐. 기괴할 정도로 강력한 의강의 무력이다. 그렇게 쓰러트리고 뚫어 버리고 무너트리며 다가선 마지막 최종 보스는 막강한 권력의 단면을 상징하듯 다소 민망한 수준이다. 이 정도로 끔찍한 짓거리를 벌이는 권력의 속성이 사실 이 정도로 치사하고 조악한 인물이었단 점은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가 놓치지 않은 아이러니한 세상의 두 얼굴로 보면 될 듯하다.
 
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스틸. 사진=아이에이치큐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는 주연 배우 장혁이 기획을 맡았고 또 액션 디자인까지 참여했다. 장혁은 국내 대중문화계에서 내로라하는 무도인이다. 복싱과 고 이소룡이 창시한 무술인 절권도를 10년 이상 수련한 유단자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액션 장면은 99% 본인이 직접 소화할 정도로 단련된 움직임과 몸을 자랑한다.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는 이런 장혁의 움직임과 단련된 몸의 간결함을 느끼게 하는 한국형 액션 디자인에 집중한다.
 
일단 대부분의 동작과 액션은 장혁의 평소 단련 스타일에 집중된다. 간결한 타격과 최소한의 움직임 그리고 지형과 지물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최대한 잔인하게 피해를 입히는 방식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모든 움직임이 단 한 번의 롱테이크로 카메라에 잡혀 관객들에게 전달되니 리얼리티는 상당히 높다. 치고 받는 타격감이 그대로 전달된다. 하드코어적 상해 장면에선 적절한 카메라 앵글로 수위까지 조절한다. 일부 장면에선 고속과 저속 촬영을 혼합해 보는 맛까지 더해 관람의 재미를 높인다. 홍콩과 할리우드에서 활동 하는 액션 배우 브루스 칸(유리 역)과 장혁의 초반과 중반 그리고 후반 대결에선 극강의 고수들이 충돌하는 아우라를 느끼게 할 정도다.
 
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스틸. 사진=아이에이치큐
 
물론 이 같은 평가들은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가 시작부터 과감하게 포기한 면밀한 스토리 라인과 그 안에 담긴 촘촘한 개연성 때문이다. 장혁과 제작진은 액션의 퍼포먼스로만 흐름을 주도하겠단 의도를 드러내기 위해 그 외의 것들은 도전적으로 쳐 내기 시작했다. 일부 장면에서 카메라 앵글 속에 담긴 조악한 수준의 비주얼 구성은 이 영화가 무엇을 어떻게 지향하는지 꽤 정확하게 보여준다. 장혁을 제외한다면 연기력을 논하기엔 큰 의미가 없는 배우들의 나열도 기획 의도와 제작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액션 하나만 놓고 본다면 나쁜 선택은 결코 아니다. 그 외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관람하겠단 선택이 전제 조건이라면. 개봉은 오는 13.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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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