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편의점 안전상비약, 잇속보다 안전 먼저
입력 : 2022-08-04 06:00:00 수정 : 2022-08-04 06:00:00
지난달 말쯤 기자는 경기도 외곽의 한 편의점을 방문했다.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긴 하지만 KTX와 지하철이 지나는 역 바로 맞은편에 있어 오가는 발길은 그럭저럭 있었다. 편의점 출입문 옆에 쌓여 있는 여러 종류의 담배 꽁초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점포를 다녀갔는지 말해줬다.
 
기자 역시 담배를 사기 위해 편의점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서 곁눈으로 보니 계산대가 주인 없이 빈 상태였기에 기자는 한동안 하릴없이 기다렸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계산대로 눈길을 돌려보니 뒤집어 놓은 장바구니에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셀프계산대 운영매장이라는 내용이었다.
 
안내문에는 결제 방법과 계좌번호, 구매 불가 상품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이 점포에서 셀프로 계산할 수 없는 상품은 주류와 담배, 청소년 구매 불가 품목이었다. 실망감을 안은 채 발길을 돌리려던 기자의 눈에 걸린 것은 카운터 한켠에 듬성듬성 비치된 안전상비약들이었다.
 
편의점 내 안전상비약은 심야시간대 급히 약이 필요한 경우 구매할 수 있도록 편의점 내 판매를 허용한 의약품이다. 해열진통제나 감기약 등이 편의점 판매용 안전상비약에 해당한다. 편의점은 24시간 운영하며 직원이 상주해야 안전상비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
 
기자가 갔던 편의점은 24시간 운영되지만 셀프계산대 운영매장이니 상주 직원은 없는 셈이다. 사실상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안전상비약을 가져갈 수 있도록 방치된 것과 다르지 않다.
 
안전상비약을 포함한 모든 약은 누가 어떻게 복용하느냐에 따라 득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다. 병원에서 처방을 받거나 약국에서 약을 구매할 때 세심한 복약지도가 뒤따르는 것도 약이 가진 양면성 때문이다.
 
아무도 감독하거나 관리하지 않는다면 약은 득이 되기보다 해가 될 우려가 더 크다. 대중매체를 통해 노출됐던 감기약 성분을 통한 마약 제조 시도가 대표적이다.
 
극단적인 상황을 배제하더라도 관리 감독에서 벗어난 안전상비약은 언제든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전한 일반상비약 복용과 오남용을 막기 위해 관련법은 판매자의 교육 이수는 물론 진열 방식까지 구체적인 방법을 명시하고 있다. 
 
편의점업계는 안전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게 된 2012년 이후 꾸준히 공적 기능을 강조했다. 야간에 상황이 급한 이들에게 약을 판매해 사회안전망으로서 기능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는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해열제를 비롯한 상비약을 구하기 어려워졌을 당시 편의점의 안전상비약 판매는 나름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단, 편의점의 안전상비약 판매가 공적 차원의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제대로 된 과정을 거쳐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안전상비약을 구매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셀프계산대 운영매장이라는 명분으로 안전상비약이 방치된 것은 결국 안전보다 잇속이 먼저라는 생각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사회안전망으로서 국민을 위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려면 잇속을 채우기 위해 안전상비약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관리를 적용해야 한다.
 
산업2부 동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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