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원전 구조적 경직, 재생에너지와 안 맞아…SMR도 장담 못해"
전영환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 "자동 운전 못하는 원자력, 가스 발전기 부담 가중"
"판매 시장 개방·전기요금 원가 반영해야…사업자 유입될 것"
입력 : 2022-08-09 06:00:00 수정 : 2022-08-09 0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원자력발전소 100%도 '원전 50%·재생에너지 50%'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전영환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는 지난 3일 홍익대 제2공학관 연구실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사용 후 핵폐기물 저장, 안전성이라는 단점을 해결·강화하더라도 원전의 경직적인 문제가 해결되느냐"면서 "미국 원자력 안전 규정에 자동 운전 못하게 돼있는데 해당 체계를 갖고 온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 운전을 못하는 원전은 순간적으로 짧은 순간에 수요 변화에 필요한 출력을 조정할 수 없으니, 다른 발전기로 부담이 다 간다"며 "석탄 발전기도 잘 못 움직이기 때문에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발전기는 가스 발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원전이 많을수록 가스 발전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잦은 정비, 고비용 등 비효율과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이라면서 "오히려 원전 쪽을 줄이고 가스 발전기를 대신 켜서 운전을 하는 마당에 원전은 많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경직적인 구조를 무릅쓰고 가동률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출력 감발'이 2020년부터 본격화함에 따라 원전 추가 건설에 대한 회의감은 더 깊어졌다.
 
전 대표는 "감발을 다른 말로 하면, 원전을 돌리고 싶어도 못 돌리는 상황이 계속 발생한다는 뜻"이라며 "계속 지을 필요 있느냐는 문제가 대두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영환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는 지난 3일 홍익대 제2공학관 연구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전영환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
 
여기에 이미 지어놓은 원전뿐 아니라 소형모듈원자로(SMR) 같은 차세대 기술로도 경직성을 극복할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전 대표는 "미국은 SMR 역시 개발 요건에서 자동 운전을 못하게 돼 있는 걸로 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미래 기술 그림이 안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100% (자동 운전) 보장이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원전이 한번 끄면 3일 걸리는데 SMR 역시 빨리 되는지 모른다"며 "아직 실체는 없고 보험드는 정도로 생각하면 될 거 같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2020년 10월19일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월성 1호기'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간헐성을 특징으로 하는 재생에너지 역시 전력 계통에 대한 악영향을 끼치거나 더 심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 대표는 "실제로 따지면, 재생에너지는 필요한대로 끌어다가 붙였다 쉽게 할 수가 있고 원전과는 달리 안전성 등의 문제는 없다"며 "탄소중립은 해야만 하는 것이고,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안 만들어질 경우 공장을 우리나라에 못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로서 전력계통 전문가로 꼽힌다. 2019년 9월부터 다음달 22일까지 만료되는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전기위원회에서 비상임위원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대통령소속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의 에너지혁신 분과위원회에도 속해있다. 그만큼 에너지 정책에 대한 문제의식도 상당했다.
 
위원회 활동의 보람을 질의하자 전 대표는 "보람을 느끼기에는 너무 돼있는 게 없는데다 한계도 워낙 많다"면서 "에너지 전환하는데 제일 큰 게 국민 합의지만, 다른 나라 비해서 필요성을 정확히 이해를 잘 못하고 있는 거 같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이어 "재생에너지 설비 조성의 가장 큰 문제도 주민 수용성 등으로 인해 길어지는 건설기간"이라며 "기간이 늘어지면서 금융비용이 오르다 보니 다른 나라보다 재생에너지 가격도 비싸진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정책 발전에 있어 전력 판매 시장 개방이 중요하다는 제언도 거듭했다. 전 대표는 "발전 사업이 이미 개방된 상황에서 한국전력공사가 판매를 독점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시장 개방에 대해서 민영화라고 난리를 치는 건 20년 전 논리를 가지고 올 뿐 아무 공부를 안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판매 시장 개방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원활한 전기자동차 충전 사업과 IT 기술이 접목된 전기 서비스 사업자의 진입 등이다. IT 서비스 사업자의 활동에는 여름철 에어컨들의 전력 소비를 컨트롤해주는 관리 비즈니스라든가, 아파트 단지 재생에너지가 남을 때 열로 저장해 판매하는 사업이 있다.
 
개방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자 전 대표는 "산업용·상업용·가정용 요금을 당연히 올려야 한다"면서 "전기요금의 55%를 차지하는 산업체 요금을 올리지 않아서 한전 적자가 발생하고, 이를 국민 세금 내서 살리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료도 안 나는 나라에서 1개월 전기 가치가 치킨 2마리 가치밖에 안되느냐"며 "지금 요금 올린다고 해봐야 한가구당 수천원 추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가 싸기 때문에 한국 단위 면적당 발전소 용량이 세계 최고"라면서 "외국의 전기 많이 쓰는 공장이 유입되서 외국 좋은 일 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번 시장 경제에 맡기지 않고 정책을 시행해서 잘못될 경우 돌이킬 수 없다"며 "단위면적당 세계 최고 (용량)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건설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 교수는 또 "원가가 전기요금에 제대로 되는 식으로 가지 않으면 일반사업자들이 들어올 수 없다"면서 "한전은 적자 보면서 요금을 싸게 받는데, 일반 사업자가 그렇게 할 경우 망한다"고 지적했다.
 
시장 개방과 요금 인상 이외에도 정책 제안이 나왔다. 인터뷰에서는 정부가 재생 에너지 설비 부지를 확보해 기업을 받는 방식, 탄소중립을 위한 기업 설비 교체를 위한 연구개발 지원 등이 언급됐다.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은 에너지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에 동참하고자 하는 각계 전문가와 시민사회, 산업계, 정치권 등이 결성한 국내 최초의 에너지전환 분야 오픈 플랫폼이다. 전 교수는 2020년 2월 에너지전환포럼의 공동대표가 됐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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