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늑대사냥’ 서인국 “가장 순수한 ‘악’ 보여주고 싶었다”
“‘이 사람 위험하다’ 싶은 느낌 주고 싶었다…거대한 몸집 위해 16kg 증량”
“싸움 잘하는 범죄자 아닌 파괴 잘하는 범죄자…내가 봐도 잔인하긴 했다”
입력 : 2022-09-26 00:01:01 수정 : 2022-09-26 00:01: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우선 영화가 너무도 파격적이라 놀라웠던 건 차지하고서다. 배우 서인국이 이런 역할을 했을 것이란 점이 놀랍다 못해 의외였다. 사실 의외라고 생각할 것도 없었다. 남자 배우들이라면 강렬한 이미지와 파격적 설정 그리고 여기에 악역에 대한 매력과 소망 그리고 욕구는 당연한 삼박자일 뿐이다. 문제는 그 수위다. 이건 넘어가도 너무 넘어갔다. 이 정도라면 관람을 하는 관객 입장에서도 정신 건강을 논해야 할 정도인데 연기를 하는 입장에선 어떨까 걱정이 될 수준이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여기서부터다. 서인국은 이번 영화에서 상상을 넘어선 파격적 하드코어 연기를 선보이면서 정신적 타격은 고사하고 오히려 짜릿한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이게 말을 잘해야 하는 지점이라 조심스럽긴 하다. 그의 말을 의미적으로 해석하기 보단 함축적 의미로 해석하면 이럴 것이다. ‘늑대사냥속 잔혹한 살인마 범죄자 박종두를 연기한 서인국은 배역에 몰입해 죽이고또 죽이며 그래서 끝까지 죽이기만 하는 이 인물에 대한 짜릿함이 아닌 배우로서 느껴보고 싶은 폭발적 감정의 분출을 그렇게 설명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다행히 정확하게 그런 의미란다. 서인국도 잘못 이해하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될 듯한데, 그런데 그게 가장 솔직한 감정이었다고 말하며 웃는다. 웃는 표정이 짐짓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늑대사냥의 박종두가 보이는 듯했다.
 
배우 서인국. 사진=TCO(주)더콘텐츠온
 
인터뷰를 위해 서울 삼청동 카페 보드레 안다미로에서 만난 서인국은 여전히 늑대사냥박종두가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실 영화 촬영은 꽤 오래 전 마무리가 됐다. 그리고 이날 서인국은 평소 우리가 알던 서인국일 뿐이다. 무슨 소리냐 하면 이런 것이다. 평소 말랑한 배역만 도맡아 하던 서인국이 너무도 강렬한 배역을 소화하고 나니 평소 인식하지 못했던 그의 눈빛이 고스란히 옷을 벗고 맨 살을 드러낸 느낌이 된 것이다.
 
제가 사실 눈빛이 정말 콤플렉스 에요. 흰자가 되게 많이 보여요. ‘삼백안이라고 하던데, 어릴 때는 이 눈빛 때문에 동네 형들에게 시비도 많이 걸리고 그랬어요. 전 그냥 눈 뜨고 가는 건데 그렇게 눈 뜨고 다니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해요. 눈을 감고 다닐 수도 없고(웃음). 근데 다행히 종두가 인간으로선 가장 악에 가까운 인물이라 정말 원없이 눈도 희번덕거리면서 촬영 잘했죠. 하하하.”
 
왜 이 역할을 맡았는지 그게 가장 화제가 될 듯하다. 서인국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화 또는 드라마의 메인 주인공급이다. 주인공은 항상 선하고 정의로운 인물이었다. 그걸 서인국이 맡아서 했다. 간혹 정형화된 캐릭터에서 조금씩 벗어난 인물을 연기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주인공=선역이었다. 서인국은 이 공식이 너무 싫었다고. 개인적으로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을 다시 언급했다.
 
배우 서인국. 사진=TCO(주)더콘텐츠온
 
이 배역을 왜 했냐. 그건 제가 예전부터 매번 인터뷰를 하면서 밝힌 내용으로 대신하면 진짜 악랄한 악역해보고 싶다. 이게 이유였어요. 악역도 여러 색깔이 있을 수 있는데, ‘늑대사냥박종두는 그냥 제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선 가장 순수하게 에 가까운 인물이었어요. 악역에 대한 욕구가 있었는데 이런 악역이라면 거절할 이유를 찾는 게 더 어려울 듯했죠. 무조건 하자였어요.”
 
서인국이 박종두란 인물을 만들기 위해 들인 노력은 어마어마할 정도다. 우선 본인이 너무도 하고 싶었던 악역이기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걸 배역을 만들어가는 기본 베이스이면서 동력으로 끌어간 것 같았다. 그는 외형적인 부분도 있지만 박종두를 생각하고 떠올릴 때 가장 압도적인 지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단다. 그게 바로 누구도 범접하기 힘들 정도의 카리스마와 위압감이었다고.
 
이미 시나리오에도 박종두의 잔인함은 상세하게 기술돼 있었어요. 근데 그걸 넘어서는 뭔가가 있었으면 했죠. 그게 뭘까 싶었는데 떠올린 게, 우리 남자들은 그런 게 있잖아요. 딱 보기만 해도 저 사람 위험하다싶은 그런 느낌. 박종두에게서 그런 걸 느껴지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온 몸에 타투도 하고. 특히 덩치를 많이 키웠죠. 그냥 옆에서 박종두를 보면 흉폭한 늑대를 보는 것 같았으면 했죠.”
 
배우 서인국. 사진=TCO(주)더콘텐츠온
 
내면을 흉폭함으로 채웠으니 외형은 더 끔찍한 아우라를 느끼게 해줘야 했다. 몸을 키우기 시작했다. 근육으로 멋들어지게 만드는 몸이 아닌 거대한 육체를 보이고 싶었다. 먹는 것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길지 않은 시간에 무려 16kg을 증량했다. 온 몸의 타투도 더해졌다. 영화에서보면 거의 얼굴을 제외하곤 온 몸이 타투로 뒤덮여 있다. 가뜩이나 잔인한 기운이 풍기는 데 더 무서운 외형이 됐다.
 
“‘늑대사냥이 제가 드라마 멸망이 들어왔다이후 거의 곧바로 들어간 건데, ‘멸망68kg 정도였는데, ‘늑대사냥들어갈 때 84kg까지 찌웠어요. 무슨 멋을 내는 몸이 아니라 그냥 거대하게 보이고 싶었어요. 같은 소속사에 배우 태원석이라고 진짜 몸 큰 친구가 있는데 어느 날 소속사 분들이 그만해라 원석이 보다 더 커 보인다라고 하셔서 됐다싶었죠. 타투도 진짜 힘들었어요.”
 
서인국은 한 번은 타투로 인해 정말 큰 고생을 했었단다. 영화 속 타투는 얼굴을 제외하고 거의 신체 모든 부위를 다 덮을 정도로 광범위했다. 하지만 이 타투, 요즘은 기술이 좋아서 그렇게 오랜 시간 걸리지 않고 몸이 안착할 수 있었다고. 문제는 엉뚱하 부분에서 튀어나왔다. 서인국은 어느 날 촬영이 끝나고 지우기가 귀찮고 꽤 멋있는 것 같기도 해서 그냥 잠이 들었단다.
 
배우 서인국. 사진=TCO(주)더콘텐츠온
 
진짜 전신 타투인데, 그걸 실제 타투이스트분이 분장으로 해주시면 5시간 이상 걸리는 분량이래요. 근데 요즘에는 아주 좋은 스티커가 있어서 그걸로 대신해요(웃음) 그럼에도 진짜 타투처럼 피부에 딱 붙어서 좀 갑갑한 느낌은 있어요. 스티커로 전신 타투를 다 하면 3시간 걸려요. 한 번은 촬영 끝나고 거울을 보니 묘하게 멋져서 그냥 잤죠(웃음) 다음 날 피부가 다 벌겋게 뒤집어져서 정말 죽을 뻔 했어요(웃음)”
 
이런 외모의 서인국, 아니 박종두늑대사냥속에서 선보이는 액션은 인간의 그것이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다. 극중 박종두는 짐승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과격하다. 치고 받는 액션과 타격도 일반적인 인간 액션의 느낌이 아니었다.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는 액션이 아닌 상대방을 완벽하게 말살하는 액션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맞아요.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종두는 싸움을 잘하는 범죄자가 아니라 파괴를 잘하는 범죄자에요. 멋들어지게 합이 있는 액션이 아닌 그냥 상대를 죽이는 거죠. 어린 아이가 잠자리 잡으면 날개 뜯어 노는 모습 있잖아요. 종두는 그걸 사람에게 하는 거죠. 그런 느낌이다 보니 칼 총 나중에는 이빨로 물어 뜯고. 아마 상황이 되면 손가락으로 눈도 파버릴 거에요. 그냥 상대를 재기불능의 상태로 몰아가는 게 종두의 포인트 같아요. 참고로 제가 귀 물어 뜯는 장면은 제가 봐도 좀 잔인하다 싶어요(웃음)”
 
배우 서인국. 사진=TCO(주)더콘텐츠온
 
너무 격한 수위와 액션 탓에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듯하다. 서인국은 인터뷰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재미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육체적인 고생은 당연히 어쩔 수 없었단다. 촬영 자체가 실제 대형 컨테이너 선박 안에서 이뤄졌다. 그리고 촬영 기간이 11월 초에서 중순이었다고. 철제 선박이고 기름도 많아서 난로도 피울 수 없었단다. 더욱이 피가 많이 나와 영화 소품용 피 때문에 너무 고생이었단다.
 
우선 피가 되게 많이 나오잖아요. 보시면 저희 영화 피 퀄리티가 진짜 좋아요(웃음). 3가지 정도 되는데, 근데 그게 주 성분이 물엿인가 그래요. 그래서 엄청 단내가 많이 나요. 나중에는 너무 단내가 많이 나니깐 현장에 들어가면 머리가 진짜 아파요. 그리고 배 안에 기름도 많아서 난로 설치가 안돼요. 근데 날씨는 11월 초 중순이었고 배 자체가 전부 쇠로 돼 있고. 촬영 현장은 피 범벅에 물도 많이 있고. 진짜 너무 추워서 이빨이 저절로 부딪칠 정도였어요.”
 
늑대사냥은 이제 극장에서 공개가 됐다. 앞서 토론토 영화제에서도 공식 초청돼 상영이 됐다. 서인국은 정말 너무너무 해보고 싶었던 배역을 제대로 맡아서 원없이 배우적 욕구를 발산했단다. ‘늑대사냥을 하고 나니 악역에 대한 욕구가 더 샘솟는 단다. 서인국은 늑대사냥이 정말 잘되면 박종두의 프리퀄이 정말 궁금하단다. 물론 김홍선 감독에게 전해 들은 얘기도 있다며 웃는다.
 
배우 서인국. 사진=TCO(주)더콘텐츠온
 
취향에 따라서 정말 많이 힘들 수도 있고 또 정말 재미있게 보실 수도 있을 듯해요. 어떤 식으로 보시든 많은 얘기할 거리가 나올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감독님이 굉장히 큰 세계관을 구축해 놓으신 것 같아요. ‘늑대사냥은 그 세계관에서 딱 중간 부분에 해당되요. 이 영화가 흥행이 잘돼서 프리퀄 나아가 시퀄도 공개가 될 여건이 갖춰지는 게 지금 제 솔직한 마음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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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