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사과 없는 해명과 반박, 그 끝은 어디입니까!
입력 : 2022-09-27 06:00:00 수정 : 2022-09-27 06:00:00
온 국민의 시선이 26일 출근길의 윤석열 대통령 입에 쏠렸다. 지난 주말 그야말로 반강제적 듣기평가로 내몰린 국민들은 최소한의 '유감' 표명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말들이 쏟아졌다.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트리는 것으로, 이 부분에 대한 대한 진상이 확실하게 밝혀져야 됩니다."
 
윤 대통령이 '사실과 다른 보도'에 방점을 찍으면서, 국민의힘은 논란이 된 해당 발언을 최초로 보도한 MBC를 겨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대통령의 비속어 프레임을 씌운 MBC는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기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MBC는 확인 과정을 생략하고 자의적이고 매우 자극적인 자막을 입혀서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 박수영, 유상범, 배현진 등 국민의힘 내 강성 친윤계로 불리는 초선 의원들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의 "이 XX들" 발언마저 부정했다. 음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모 대학에 의뢰한 결과라며 "이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그나마 "이 XX들"은 시인했음에도, 이마저도 없던 일로 치부한 것이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바이든'은 '날리면'이었으며, '이 XX들' 대상은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를 향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쯤 되면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적한 것처럼 "거짓이 거짓을 낳고, 일은 점점 커진다"고 봐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이 XX들' 표현의 지칭이 야당인 민주당만을 향한 게 아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여당까지 더해 국회 전체를 모욕한 것이 된다. 대통령실은 그러면서 "순방외교와 같은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에서 허위 보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악영향"이라며 "그 피해자는 다름 아닌 국민이라는 점이 (윤 대통령이)강조하고 싶었던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미 "정말 X팔린 건 국민들"이라는 답을 내렸다. 
 
순방 성과에 대한 윤 대통령의 설명도 국민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이 회담이라 부르기에 민망할 수준의 48초 환담으로 끝난 것과 관련해 미국 대통령과의 장시간 단독회담의 어려움을 역설하며 "'무리하게 추진하지 마라. 대신 장관 베이스 그리고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디테일하게 논의해서 바이든 대통령과는 최종 컨펌만 하기로 하자'(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30분 약식으로 진행된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서 강제 징용자 배상 등 민감한 과거사가 언급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한일 관계는 한 번에, 한술에 배부를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며 "지난 정부에서 한일관계가 많이 퇴조했다는 일본 국민 여론도 있고, 우리 국민 여론도 있고, 양국 국민들 생각을 잘 살펴가며 무리 없이 관계 정상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의 기업은 관계 정상화를 바란다"며 "한일관계가 정상화되면 양국 기업 투자로 양쪽에 일자리가 늘고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한일관계 정상화는 강력히 추진할 생각"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는 윤 대통령이 강조한 국민 여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서 본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선거 및 사회현안 50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9.2%가 관계 개선을 최우선시하는 윤 대통령의 대일외교 기조에 대해 "강제징용, 위안부 등 명확한 과거사 규명이 전제돼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37.3%만이 "과거사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공감했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민감한 과거사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일본을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으로 규정했다. 
 
여론은 벌써부터 흔들리고 있다. 앞서 2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5%포인트 하락한 28%로, 불과 한 주 만에 다시 20%대로 내려앉았다. 추석 직후인 지난주 33%까지 회복했지만 조문 불발 등 순방을 둘러싼 갖가지 논란이 윤 대통령을 다시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부정평가는 두 배가 넘는 61%로 집계됐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전주 대비 0.2%포인트 소폭 오른 34.6%로 나타지만, 일간 지표를 보면 흐름이 좋지 않다. 지난 20일 36.4%, 21일 34.8%, 22일 34.9%, 23일 32.8%로 주 후반 접어들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미국 뉴욕에서 있었던 윤 대통령의 막말이 첫 보도를 탄 것은 22일이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윤 대통령의 순방 평가가 본격 반영될 이번주 정기 여론조사가 주목된다. 당장 꽉 막힌 여야 정국을 어찌 풀 지도 난감하기만 하다. 뿔난 민주당이 국회 문을 걸어 잠글 경우 당장 내년도 예산안 처리부터 담보하지 못하게 된다. 민주당은 이날 이번 순방의 총체적 책임을 지고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이 해임을 결단하지 않으면 오는 27일 해임건의안을 내겠다는 경고까지 던졌다.
 
임유진 정치부 팀장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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