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컴백홈’ 송새벽 “중학교 동창까지 포스터 보고 전화 왔다”
“충청도 특유 말투-호흡 녹아 들어… 감독님 지역적 특색 연출 뛰어나”
“내 배역 ‘모 아니면 도’ 평범한 인물 없어…안해 본 배역 고민 중이다”
입력 : 2022-10-06 01:00:01 수정 : 2022-10-06 01: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연기에는 당연히 색깔과 결이 존재한다. 어떤 배우가 어떤 작품에서 어떤 배역을 연기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천차만별 총천연색으로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대체 불가란 말도 생겨났을 정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도 작품 자체의 색깔 그리고 배역의 결 안에서 결코 벗어나기 힘든 법이다. 악역이면 악역이고 주인공이면 주인공이며 조력자이면 조력자의 틀 안에서 무조건 머물게 된다. 근데 이 배우라면 분명 얘기는 달라지게 된다. 배우 송새벽이다. 그의 연기 호흡과 딕션의 특징은 문자 그대로 대체 불가영역에 존재한다. 송새벽이 아니라면 그 배역은 온전히 다른 캐릭터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송새벽이 연기한 배역은 완벽하게 송새벽의 다른 개성과 아이텐티티로 존재하고 있다. 그 배역이 코미디 장르의 선한 인물이든, 아니면 액션 장르의 섬뜩한 악역이든. 송새벽을 통해 투영된 인물의 생명력은 이제 온전히 완벽하게 대체 불가의 영역으로 접어들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영화 컴백홈기세란 인물도 그래서 송새벽이 아니라면 그 맛이 살아났을까 싶은 의구심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배우 송새벽.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우선 송새벽, 올해 초 특송을 통해 섬뜩한 악역 경필을 연기하며 명불허전의 악역 스타일을 구축한 바 있다. ‘송새벽이라면 이런 악역을 만들어야 한다는 명제를 온전히 몸으로 느끼고 체득하게 만들어 준 경험이었다. 그리고 겨우 1년도 안된 시점에서 송새벽은 완벽하게 다른 장르 속 다른 인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컴백홈은 코미디 장르이면서도 아니고 액션 장르이면서도 아니며 조폭 장르이면서도 아닌 이상한 장르영화다. 송새벽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맞습니다. 진짜 이상한 장르 영화에요(웃음). 이게 무슨 장르라고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다 섞여 있어요. 우선 충청도 특유의 말투와 호흡이 시나리오 전체에 녹아 들어 있어서 너무 재미있었어요. 제가 말투가 워낙 느릿하고 여유롭다고 할까요, 그런 게 있는데 제 호흡에 너무도 특화돼 있는 듯한 느낌이 커서 전 정말 무리 없이 잘 따라갈 수 있었어요. 특히나 제가 이연우 감독님 팬이라 온전히 믿고 갔죠. 감독님이 지역 특색이 있는 호흡을 정말 잘 만드셨잖아요. 이번에도 그게 잘 느껴졌었죠.”
 
출연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주인공 기세에 대한 일종의 동질감 때문이란다. 송새벽 역시 무명 시절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배를 곯으며 생활해 본 경험이 있다. 당시는 춥고 배고픈 그 시간도 너무 행복해 웃음이 날 정도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 같다고 웃는 송새벽이다. 온전히 하고 싶은 연기만 하고 그 연기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고.
 
배우 송새벽.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전 사실 결혼 생각도 없었고 결혼할 주제도 못 됐어요(웃음). 일년 연봉이 몇 백만원도 안되는 데 누굴 책임지며 가장 노릇을 하겠어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 연기하면서 무대 오르고. 너무 편했죠. 그저 연기만 고민하고 무대만 바라보며 살던 시절이었는데 시나리오를 읽는 데 그때의 제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기세도 개그맨을 꿈꾸며 지방에서 상경한 인물인데, 그때 내 모습이 언뜻 보며 눈물 날 뻔 했죠.”
 
컴백홈은 보기 전에는 분명 선입견이 생길만한 영화다. 지금은 철이 지나도 한 참 지난 조폭 소재를 끌어왔다. 충무로에서 한때 흥행 불패 소재로 여겨지던 조폭이 이제는 충무로 상업 영화 시장에선 금기시되는 소재가 된지 오래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전면에 내세운 소재가 조폭이다. 이 소재를 웃음과 결부시켜 만들어 가는 컴백홈에 대한 선입견이 송새벽에게도 있지는 않을까 싶었다. 그의 생각은 이랬다.
 
사실 처음 말씀 드리는데, 중학교 시절부터 너무 친한 친구가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와서는 지하철에서 컴백홈포스터 봤다. 포스터만 봐도 무슨 얘기인지 뻔히 알겠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해서 제가 개봉도 안했는데 이 자식이 재수없게라고 뭐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주 친한 친구인데 뭐 짓궂게 농담을 하긴 했는데 이해는 갑니다. 아버지가 조폭이고 조폭이 설정으로 등장하는데, 그건 장치일 뿐이고, 진짜 얘기는 고향에 대한 걸 말하고 있는 거고. 꼭 한 번 봐주시면 아실 거라 봅니다(웃음)”
 
배우 송새벽.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극중 송새벽은 무명 개그맨으로 지금은 막을 내린 개그콘서트에서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단역 개그맨 생활을 하는 인물이다. 때문에 영화에선 실제 여러 개그맨들이 등장해 얼굴을 알린다. 김대희 김준호 등이 출연하고 특히 김대희는 송새벽의 친한 선배로 등장해 제법 많은 대사까지 소화한다. 분량은 짧지만 송새벽은 이번에 개그맨들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정말 놀라운 경험도 했다고 전했다.
 
진짜 개그맨 분들 존경합니다(웃음). 정말 매주 짧지만 콩트를 구성해서 관객들에게 선보여야 하잖아요. 그거 절대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일주일에 하나 씩이에요. 배우들이라면 다들 공감해요. 배우가 몇 달간 대본을 잡고 템포와 리듬을 익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무대 위에서 매주 라이브로 그 템포와 호흡 리듬을 선보여야 하잖아요. 그거 보통 순발력으론 되는 게 아니에요.”
 
함께 연기한 라미란 이범수와의 호흡도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이지만 누구보다 능수능란하게 소화했다. 세 사람 모두 코미디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울 대가들이라 초반 기싸움도 있을 법했지만 너털 웃음을 터트리며 손사래다. 두 선배의 도움에 오히려 송새벽 같은 코미디 전문이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더불어 딸로 나온 아역 배우와의 싱크로율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배우 송새벽.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라미란 이범수 두 선배와 함께 하는 것 만으로도 전 영광이죠. 미란 선배는 촬영 전 제가 사는 제주도에 실제로 한 번 오셨어요. ‘밥 한끼 먹자하고 오셨는데 진짜 무슨 상견레 하는 느낌이었죠. 하하하. 미란 선배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마력이 있으세요. 범수 선배는 전체 리딩 전까진 약간 어색했어요. 근데 전체 리딩이 딱 끝나자 그 어색함이 다 녹아 없어졌어요. 기대 이상의 호흡이었어요. 딸로 나온 아역은 제가 보고도 놀랄 정도로 닮아서(웃음). 근데 너무 부끄러움을 타서 많이 친해지지 못해 아쉬워요.”
 
송새벽은 충무로 상업 영화 시장 전체를 통틀어도 상당히 독특한 필모그래피를 소유한 배우로 유명하다. 그의 출연작들을 살펴보면 중간이 없다. 극단적으로 어둡고 악랄한 배역을 연기하거나, 아니면 정말 대놓고 웃으라고 만든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거나. 극과 극으로 나뉘어져 있다. 배우로선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스스로에겐 아쉬움이 더 많을 법도 할 듯했다.
 
배우 송새벽.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저 그 고민 진짜 해 본적 있어요. 난 왜 모 아니면 도일까 싶은 거죠. 그나마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그냥 길거리 가다가 만날 법한 정말 평범한 인물에 가까웠죠. 영화에선 그런 캐릭터를 보여주지 못해 진짜 많이 아쉽기도 해요. 그래서인지 해보지 않은 역할에 대한 갈증이 너무 많아요. 악당 연기를 할 때는 악몽도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제대로 잘 못 자면서도 너무 좋았어요. 내가 해보고 싶은 연기를 하니깐. 어떤 장르의 어떤 역할이든 쉬운 역할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안해 본 역할 뭘까 고민하고 또 만나길 기대하고 있어요. 조만간 무대에 한 번 오를 계획도 있습니다. 그때는 또 다른 송새벽을 보여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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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