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당국 뒷북 대응에 소비자만 골탕
입력 : 2022-12-02 10:00:00 수정 : 2022-12-02 10:46:19
은행 예금 금리가 주춤하고 있다. 이달 중순만 해도 연 5%를 넘어섰던 시중은행 예금 금리는 일주일 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오히려 다시 내려가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마다 곧바로 예금 금리 인상에 나선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심지어 연 5%대의 금리를 제공한다던 일부 예금 금리는 최근 4%대로 내려왔다. 경쟁적으로 내놓던 우대금리 관련 마케팅도 자취를 감췄다.
 
분위기를 바꿔놓은 것은 금융당국이다. 당국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 24일 전후로 "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은행이 경쟁적으로 예금 금리를 올리면 은행의 이자비용이 증가하고, 조달 비용도 올라간다. 조달 비용이 올라가면 대출 금리도 동반 상승하기 때문이다.
 
실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지난달 3.98%로 전달 대비 0.58%p 올랐다. 코픽스는 농협과 신한, 우리 SC제일, 하나, 기업, 국민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오르고 내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8%를 넘어섰고, 신용대출 금리도 7%를 넘어선 만큼 대출금리 상승 억제를 위해서라도 예금 금리 상승 제한은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동안 이미 여수신 금리는 기준금리 상승과 맞물려 최고치를 경신했다. 은행들 입장에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당국이 사실상 은행채 발행과 예금금리 인상 등 은행의 자금 조달 길을 막고 기업 대출만 독려하면서 유동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이 할 수 있는 건 대출금리 인상이다. 지난달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5.34%로 10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당국이 규제 아닌 규제를 단행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오르는 실정인데, 당국 개입으로 고금리 금융상품을 찾아다니는 '금리 노마드족'의 혜택이 줄어드는 까닭이다. 결국 당국의 뒷북 행정과 관치금융 사이에서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은 셈이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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