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집값 더 내려갑니다
입력 : 2023-03-20 06:00:00 수정 : 2023-03-20 06:00:00
서울 집값 바닥론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일부 단지에서 급매물이 팔리고 가격 오름세도 관측됐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00건을 넘어섰고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도 기준선인 100을 넘긴 105.2포인트를 기록했죠.
 
문제는 거래량 회복과 소비심리 변화가 정상적 패턴은 아니라는 점인데요. 일단 거래량의 경우 그간 금리 폭등으로 인한 거래량 급감, 즉 거래절벽으로 인한 기저효과로 풀이됩니다. 올해 2월과 작년 2월만 비교했을 때는 각각 2223건과 820건으로 거래량이 많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는데요. 2020년(8300건)과 2021년(3841건)과 비교하면 거래가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죠. 소비심리도 우상향하는 모습인데 아직 급매물이 팔린 후 오른 호가에 추격 매수는 붙지 않는 모습입니다. 아직 일반적인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주택가격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죠.
 
주택가격의 고평가·저평가 여부를 판단할 때 쓰이는 지수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22년 3분기 기준 89.3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는데요. 서울의 경우 같은 기간 214.6으로 전 분기(204) 대비 10.6포인트 상승하며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서울의 적정 주택부담지수는 130~140선입니다. 이 지수가 하락하다 상승 전환하는 타이밍을 살펴봐야 하는데 지금은 주택구입부담지수가 내려갈 기미가 없죠. 담보대출 금리가 여전히 높아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실탄을 마련하기 어려우므로 수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주택 매매가격의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하는 전셋값을 볼까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작년 1월 31일 하락 전환한 이후 이달 첫째 주까지 1년 넘게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전세가율도 2월 기준 51.2%로 작년 3월(53.9%)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셋값이 집값보다 더 하락한다는 것인데, 그만큼 갭투자가 어려워지는 환경인 것이죠. 
 
소득대비 집값 비율(PIR)은 직장인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을 계산한 지표인데요. 지난해 서울의 PIR 지수는 16.9입니다. 약 17년간 모아야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건데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에 비해서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금리인상 기조도 걸림돌입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월 7일(현지 시각)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인상 속도를 다시 높일 수 있고, 최종 금리도 기존 전망치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했는데요. 또 16일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과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주가 폭락 등에도 기준금리를 지난달 예고한 대로 0.5% 포인트 인상했습니다. ECB의 결정은 21~22일 열리는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여서 관심이 쏠렸는데요.
 
요컨대 경기 침체와 금융 불안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후행하는 부동산 경기도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은 섣부른 매수보단 인내의 시간을 가질 때라고 보입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집값이 바닥에 왔다'라는 인식을 한 후에 행동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강영관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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