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가라는 정부, '내수 붐업' 실효성 글쎄
작년 3분기부터 민간소비 하락세…심리지수도 기준 하회
"소규모 지역 축제 얼마나 가겠나…바가지요금 심한 편"
"소비 진작 의도 좋으나 이미 물가 올라 구매 어려운 상황"
입력 : 2023-03-30 05:00:00 수정 : 2023-03-30 05: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김지영·김유진 기자] 정부가 대대적인 내수 활성화 대책을 내밀었지만 소비 주춤세가 반등할지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오히려 고물가 기조에 외식, 숙박, 오락, 문화 등의 분야를 더욱 자극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실질적인 비타민 처방은 없고 이벤트만 총정리한 수준에 불과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의 향후 1년에 대한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보다 0.1%포인트 내려간 3.9%로 집계됐습니다. 국제유가 하락세의 영향으로 풀이하고 있지만 향후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기대 인플레이션율 반등 우려는 여전합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의 응답 비중을 보면 공공요금이 81.1%로 가장 높았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농축수산물(31.5%), 공업제품(23.6%) 순이었습니다.
 
숙박 할인·여행 지원…숙박·외식 물가 부추기나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1.8포인트 상승한 92.0를 기록했습니다. 1개월 만에 다시 상승 전환했지만 10개월째 100을 하회하고 있는 등 부정적 시각은 여전합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값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이라는 얘기입니다.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합니다.
 
체감물가도 여전히 높습니다. 지난 1년간의 소비자물가에 대한 체감 상승률을 뜻하는 '물가 인식'은 전달(5.2%)보다 0.1%포인트 하락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최근 생활물가지수는 112.19로 전년 동월 대비 5.5% 올라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 팀장은 "소비자심리지수는 물가 상승폭 둔화 및 마스크 전면 해제 등에 따른 일상 회복 기대감 등의 영향으로 상승했다"며 "지수 수준이 100을 밑돌고 있어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정부의 숙박 예약 할인과 여행비 지원 등 내수 진작책으로 음식·숙박 등의 물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부 숙박 업체들이 기존에 책정된 가격보다 금액을 올리는 꼼수를 쓸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숙박 등 관광과 연관된 관광 물가도 올릴 가능성도 높아 정부 차원의 관리 감독도 병행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 목적별인 음식·숙박을 보면 115.10으로 전년 동월보다 7.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증가 폭으로는 주택·수도·전기·연료(7.7%)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오락·문화 물가지수는 105.86으로 4.3% 올랐습니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의 향후 1년에 대한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보다 0.1%포인트 내려간 3.9%로 집계됐습니다.자료는 음식 및 숙박, 오락 및 문화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안 오른 월급에 빚만 눈덩이…생활비 쓰기도 빠듯
 
이번 내수 활성화 대책은 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휴가에 갈 상황조차 되지 않는데, 보여주기식 지원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고용노동부 집계를 보면 지난해 1~12월 상용직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59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7000원 줄었습니다. 이는 실질임금과 관련한 통계가 집계된 2011년 이후 11년 만에 첫 감소입니다.
 
실질임금은 줄고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루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부채는 더 커졌습니다. 통계청이 집계한 2021년 임금근로자 평균 대출은 5202만원으로 201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도 예정되면서 생계유지는 고민거리가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선뜻 여행길에 오를 수 없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경기 의왕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9) 씨는 "진해 군항제 등 규모가 큰 축제들은 관광객을 굳이 유치하지 않아도 인산인해를 이룬다. 소규모 축제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한데 (소규모 축제가) 관광객을 얼마나 끌어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들고 실효성 측면에서 아쉽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휴가도 시간과 돈이 있어야 갈 수 있다. 내수 활성화를 더 시키고 싶은 것인지, 소외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것인지 불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39) 씨는 "우리나라 관광지들은 바가지가 심한 편이다. 국민들도 '같은 돈이면 동남아에 간다'는 마당에 소규모 지역 축제를 누가 보러 가겠나. 바가지요금만 잡아도 축제에 갈 만할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59만200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료는 최근 5년간 월평균 실질임금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여행 통한 내수 활성화는 한계…실제 효과 의문"
 
전문가들은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의도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실제 효과엔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대책이 일반적인 소비보다는 주로 관광, 여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책을 마련했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여행을 통해 내수를 활성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식품, 외식 등의 물가가 크게 올라 상품 구매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소비를 진작하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이어 "여행이나 관광은 이미 계획한 사람이 소비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새롭게 소비를 활성화했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실생활에 가까운 상품을 위주로 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진행하는 1+1, 기획전 같은 폭넓은 이벤트가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고 제언했습니다.  
 
정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관계 부처 합동으로 내수 활성화 대책을 확정했습니다. 사진은 서울 명동거리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김지영·김유진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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