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디즈니+ ‘레이스’ 이연희 “‘윤조’가 정말 잘됐으면 해요”
“주변에서 응원하는 분들 많아…각자 ‘윤조’를 통해 자신을 보는 듯”
“연기 자신감 가진 것 불과 4~5년 전, 이젠 즐기고 당당하려 노력”
입력 : 2023-06-05 07:00:43 수정 : 2023-06-05 17:02:5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제는 30대 중반입니다. 무엇보다 결혼을 한 유부녀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니다. 배우 이연희에게 붙은 수식어는 정말 많습니다. 물론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소녀시대가 될 뻔한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그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바라보고 하는 내용일 듯합니다. 지금은 초거대 기획사가 된 SM엔터테인먼트 초창기 배우 라인업의 선두주자였던 이연희. 연예계 최고의 예쁜 여배우가운데 한 명으로 무조건 꼽히던 그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수식어가 그를 붙잡아 두던 올가미가 됐었던 듯싶었습니다. 예쁘고 가냘프고 여린 배역들만 맡아오게 됐습니다. 사실 좀 맞지 않는 듯한 옷처럼 덜그럭거리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때로는 그런 모습을 연기력 논란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결혼을 했고 30대 중반이란 나이에 접어들면서 뭔가 달라진 것이라기 보단 이제야 몸에 잘 맞고 꼭 맞는 옷을 입게 된 것입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스의 주인공 박윤조’. 이른바 캔디형인물입니다. 하지만 이연희의 박윤조는 뭔가 좀 다른 면이 있습니다. 이연희를 통해 그려진 레이스박윤조를 알아봤습니다. 물론 이연희를 직접 만나서 말입니다.
 
배우 이연희.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레이스는 스펙은 없지만 열정 하나만으로 대기업에 입사한 박윤조가 채용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겪게 되는 버라이어티한 직장 생활을 그립니다. 그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윤조의 모습이 비슷한 나이대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K오피스 드라마의 전설로 불리는 미생의 여성 버전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극중 주인공 박윤조미생의 장그래와 같이 고졸 무스펙 설정도 같습니다.
 
벌써부터 주변에서 많이 재미있다고 해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아마도 윤조를 통해서 각자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힘든 가정 환경에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도 없고, 공부는 잘했지만 돈을 벌어야 해서 대학 진학을 못하고 취업 전선에 곧바로 나선 모습. 우리가 흔히 말하는 캔디형 여성 캐릭터잖아요. 그런 윤조가 정말 잘 됐으면 하고 응원해 주시는 것 같아요.”
 
배우 이연희.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일단 극중 윤조는 홍보 업무를 맡은 직장인 입니다. 직업이 배우인 이연희에게 홍보 관련 직장인은 결코 낯설지는 않습니다. 소속 회사에서도 홍보 관련 스태프가 있고 지금 출연 중인 작품 레이스를 홍보하는 홍보사 직원들도 있습니다.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주변 상황이 일단 너무 많습니다. ‘박윤조를 그리고 만들 수 있는 소스가 많아서 그리 어렵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제 직업 때문에 주변에 홍보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기는 해요. ‘홍보자체가 낯이 익은 단어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렇다고 잘 알고 있지도 않아요(웃음). 평소에 그분들 일하는 걸 많이 봤지만 제가 물어볼 이유도 없고 괜히 방해하는 것 같고.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정말 많이 도움 좀 받았죠. 그리고 작가님을 통해서 책을 한 권 추천 받아 읽었는데 진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홍보인이 쓰신 책인데, 왜 그렇게 힘든 홍보일에 매달리는지. 그 심정이 자세히 나와 있더라고요.”
 
'레이스'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실 극중 윤조가 요즘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넘치는 열정과 그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영꼰’(나이 어린 꼰대) 소리를 듣기도 할 정도입니다. 일에 대해서 자신보다 나이 어린 후배를 혼내고 닥달하는 모습은 요즘 세대에게는 정확하게 영꼰소리를 듣기에 충분해 보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꼰에만 매달리는 열정도 아닙니다. 누구도 대항하지 못한 부조리에 분노하고 화도 낼 줄 아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웃음) 저도 어느덧 데뷔 22년차가 됐더라고요. 현장에선 항상 전 가장 나이가 어린 후배이거나 막내였는데 점점 현장에 저보다 어린 후배들이 생기더라고요. 스태프들도 저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 점점 들어와요. 그래서인지 윤조의 심정을 전혀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그 정도로 제가 영꼰은 아니에요. 그냥 심정만 이해할 뿐이지. 하하하. 그냥 대사 정도로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지적하는 것에선 저도 속 시원함이 좀 있었죠.”
 
'레이스'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박윤조의 이런 당당함과 거침 없음은 극중 함께 하는 비슷한 또래의 배우들과의 케미에서 더욱 더 빛을 발하게 됐는지 모를 듯합니다. 홍종현 정윤호(유노윤호)등과 함께 어울리며 극중 호흡을 위해 노력한 이연희의 벽 깨기 노력은 극 속의 호흡과 케미로 빛을 내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일단 이연희, 굉장히 낯을 가리고 사교성도 크게 없다고 스스로 말합니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면서 상대가 먼저 다가오기를 마냥 기다릴수만은 없었답니다.
 
제가 막 사교성이 좋은 스타일은 못되요. 근데 그렇다고 제가 먼저 다가와 줘라면서 가만히 있으면 안될 것 같더라고요. 우선 어릴 때부터 친구들로 극중에 나와야 해서 뭔가 보는 입장에서도 편안함이 있어야 하는 데 그걸 깨야 했으니. 그냥 무작성 다가서서 밥먹자’  ‘술 한 잔 할래라면서 제안도 하고 그랬어요. 되게 민망했는데 또 해보니깐 그 친구들도 좋아하더라고요. 하하하.”
 
배우 이연희.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연희는 연예인 그리고 배우란 직업에 자신이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었답니다. 하지만 그걸 깨고 이 일을 즐기게 된 순간이 불과 4~5년에 불과하다고 전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스스로가 경험하고 생각하고 발산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쉼과 기다림이 없이 달리고 또 달리기만 했었답니다. 그래서 번아웃에 가까운 피로함과 두려움을 느끼게 됐었답니다. 하지만 이제야 지금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서 즐기고 잘하는 법을 알게 됐다는 이연희 입니다.
 
이 일을 즐기고 해볼 만 하다느끼게 된 게 불과 4~5년도 안됐어요. 제가 그 시기에 연극을 한 편 했는데 그 작품을 기점으로 모든 게 정말 많이 변한 거 같아요. ‘나 잘하고 있나’ ‘이게 맞는 건가라는 의문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쉼 없이 달리기만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연극을 하면서 내가 날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경험한 듯해요. 왜 선배님들이 연극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게 된 경험이기도 해요. 지금도 연극 생각만 하면 너무 신나고 즐거워요.”
 
배우 이연희.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앞으로 해보고 싶은 배역이 꼭 있답니다. 이연희가 그리는 악역에 대한 욕심이 생겼답니다. 아직 자신에게 악역 제안이 오지도 않고 경험해 볼 기회 조차 없지만 언젠가는 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답니다. 그러면 이연희가 그려내는 색다른 느낌의 악역으로 모두에게 자신의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내 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즐거워합니다.
 
제가 안해 본 게 악역이에요. 그래서 더 욕심이 생기나 봐요. 분명 제가 하는 악역은 제가 생각해도 많이 다를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생각만 해도 재미가 있어요. 물론 원한다고 오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언젠가는 저한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웃음). 저도 꼭 믿고 보는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진짜 생각만 해도 멋진 일처럼 느껴져요. 꼭 해보고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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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