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출생률 저하, 인구 고령화로 국내 소비 인구가 줄고 수출마저 글로벌 환경 변화로 한계가 드러나는 가운데, '인바운드 관광(외국인의 국내 관광)' 활성화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마침 전세계 1일 생활권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고,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 또한 제고되면서 국내 관광업계에도 기회가 찾아온 상황인데요.
인바운드 관광 활성화의 열쇠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트래블테크(Travel+Technology)'입니다. 트래블테크란 기존 여행·관광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켜 숙박이나 교통, 환전 등을 원활히 하는 것을 말합니다. 국내 관련 기업도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외국인의 앱 접근성을 높이는 데 박차를 가하는 중인데요. 그럼에도 해외와 비교하면 기술적, 행정적 한계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바운드 관광 위한 빠른 서비스 개편 중요
"한국에 살고 있거나 여행을 온 외국인 중에 국내 앱을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가입 조건도 까다롭고 그마저도 현금으로 결제를 한다고들 하네요."
외국 생활을 오래한 A씨는 외국인 친구들이 국내 기업의 앱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가입을 위한 본인 인증부터 쉽지 않다고 하는데요. 국내 3개월 이상 거주시 발급 가능한 외국인 등록증 번호, 그리고 한국 휴대폰 번호를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A씨는 여행차 며칠 머무는 외국인의 경우 사용할 엄두조차 못 낸다고 말합니다.
인바운드 관광 증대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사회 각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역으로 한국인이 동남아시아 여행을 가는 것만 떠올려봐도 택시를 이용할 때 여행지에서 그랩 등 해외 모빌리티 앱에 가입해 예약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가입도 어렵지 않고 카드 결제에도 불편함이 없습니다. 반면 최근까지도 국내의 대표적인 이동 서비스 통합 플랫폼인 카카오T는 외국인이 가입하려면 카카오톡 계정부터 만들어야 했습니다. 또한 해외 발급 카드로는 자동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없습니다.
그나마 최근 들어 상황이 좀 나아졌습니다. 가입시 카카오톡 계정이 필요하다는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6월 아예 외국인 전용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케이라이드를 출시했습니다. 케이라이드는 카카오 계정이 없더라도 전화번호 입력 후 구글 또는 애플 계정, 이메일 인증을 통해 가입이 가능한데, 출시 2개월 만에 첫 달 대비 가입자 수가 50배 증가했습니다. 또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12월부터 카카오T 앱의 자동결제 서비스에 해외 발급 카드도 등록 수단으로 도입해, 외국인 관광객 및 거주자, 해외유학생, 재외국인 등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케이라이드 (사진=카카오모빌리티)
교통편 문제는 여행 지역마저 제한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주로 찾는 여행지는 서울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외래관광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문지역(중복 응답)은 서울 80.3%, 부산 17.6%, 경기 13.3% 제주 8.7% 순으로 집계됐는데요. 서울을 주로 찾는 이유는 지방의 경우 교통편이 불편해 대중교통으로 여행을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방을 여행할 때는 대중교통 외에도 자차 혹은 렌트가 자주 이용되곤 하는데요. 렌트는 요즘엔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은 비대면 렌트를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도 앱 내 인증이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쏘카는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를 통해 방한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주에서 시작한 바 있는데요. 쏘카 국내 회원의 경우 쏘카 앱 스마트키를 활용한 차량 제어 기능을 사용해 비대면으로 렌트가 가능한데요. 하지만 외국인 서비스의 경우 대면으로 본인을 확인한 뒤 실물 키를 제공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쏘카는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를 통해 외국인을 위한 쏘카 서비스를 제주에서 선보였다.(사진=쏘카)
쏘카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앱을 통해 여러 인증 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경찰청 서버와 연동돼 운전면허증 확인, PASS 등을 통한 본인 인증, 고객이 보유한 카드 인증을 통해 검증해 비대면으로 서비스를 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외국인의 경우 국제 면허 데이터를 연동할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쏘카는 신분을 빠르게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긴 하지만 안전과 관련된 서비스기 때문에 현재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쏘카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외국인에게 서비스를 하기에는 아직 제약이 많기 때문에 쏘카 스테이션이라는 거점을 두고 제주도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외국인 수요를 보고 내륙으로도 확대할 방침이다"고 전했습니다.
배달의 민족 CI(사진=우아한형제들)
음식 배달 서비스도 여행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앱입니다. 하지만 외국인의 경우 자신이 소지한 카드로 결제를 할 수 있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3월26일부터 외국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가입 없이 비회원 주문 형태로 소지 인증을 거치면 해외 신용 카드로 주문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해당 결제서비스 시작 첫 주만 700여 건의 주문이 발생했고 4월 대비 지난 7월 주문 건수는 5배 증가했습니다. 월 평균 주문 수 증가율은 70%입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여행 중 필요한 순간 간편하게 음식 주문을 할 수 있게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해 해외 결제수단을 도입했다"며 "이를 통해 온라인 비대면 서비스 결제 과정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더 많은 관광객이 배달 서비스를 간편하게 경험하길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앱 보안·인증 문제, 여전히 많아
그러나 플랫폼업계의 이같은 대응에도, 관광업계는 인바운드 관광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점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 도보 서비스입니다. 관광업계는 인바운드 관광 시 워킹 고객이 구글을 주로 사용하는데 구글 도보 서비스가 국내에선 보안 문제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최근에는 네이버 지도 앱이 외국인 사이에서 많이 사용되면서 외국인 사용률이 50%가 넘었다고 알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구글 맵스 사용도 30%가 넘는다"며 "전세계에서 구글 도보 서비스가 보안을 이유로 되지 않는 나라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을 바탕으로 하는 서비스가 활성화 돼 있는 국내에서 외국 휴대폰 번호 인증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앱을 깔고 결제를 하려고 하면 본인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그때 우리나라 휴대폰 전화번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많이 나온다"며 "물론 일부 고속버스나 기차는 해결됐지만 가게 웨이팅을 하려고 해도 쉽지 않는 상황이다. 휴대폰 베이스로 돼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내 휴대폰 번호로만 인증이 가능하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구글 지도에서 한국철도 열차 승차권 예매를 연동한 모습. (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