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강남 재건축 수주전)②현대vs.GS, '반포주공1단지' 놓고 '이전투구'
양사 식사접대에 선물공세…상호비방 도 넘어 물고 뜯고
입력 : 2017-09-26 06:00:00 수정 : 2017-09-26 06:00:00
올해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1, 2, 4주구) 사업자 선정이 오는 27일로 다가오면서 현대건설과 GS건설의 수주전이 점입가경이다. 양사는 사활을 걸고 조합원의 표심을 잡기 위해 이전투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수주경쟁이 막바지에 달하면서 상대방의 약점을 전단지로 만들어 뿌리는 등 비방전이 도를 넘어 물고 뜯기기 한창이다. 
 
오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잠실종합체육관에서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총회가 개최된다. 공사비만 2조6411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라 막바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현대건설(000720)GS건설(006360) 중 수주하는 곳은 단번에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올해 남은 최대사업을 수주하는 동시에 브랜드 가치도 극대화 시킬 수 있어 빼앗길 수 없는 승부로 보인다.
 
상대방 약점 집중공략…비방 전단지 ‘난무’
 
수주전이 과열로 치달으면서 상호 비방전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한 조합원의 집을 방문하자 GS건설측이 뿌렸다는 ‘언론이 말하는 현대건설’이라는 비방 책자가 눈에 띄었다. 6장 분량으로 일부 언론사가 쓴 부정적인 기사를 스크랩해 조합원들에게 전달했다.
 
본문에는 ▲건설명가? 하자명가! ▲선정 후 말 바꾸기 ▲할인분양 강요! 입주시 유치권 행사 ▲무이자 약속, 유이자로 둔갑 등 악의적으로 쓴 기사들이 담겨 있다. 또 다른 홍보물에는 10여개 주요품질 비교를 통해 현대건설이 저급 품질을 끝까지 숨기고, 내역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방했다.
 
이에 뒤질세라 현대건설도 GS건설의 시공품질과 재무건전성을 노골적으로 비방했다. GS건설이 ‘설계한 단지에 중대한 오류가 발생했고, 서울시가 심의 위반’했다는 홍보 포스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10대 건설사 가운데, 대우건설과 함께 GS건설의 부채비율(빌린 돈)이 307.1%로 ‘위험기업’이라고 홍보물을 통해 깎아 내렸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이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수주를 놓고 과열 경쟁을 벌이면서 비방전으로 격화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건설사 CEO까지 가세, 합동설명회서 ‘설전’
 
급기야 건설사 CEO들까지 난타전에 가세했다. 지난 21일 오후 반포주공1단지 시공사 합동설명회에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과 임병용 GS건설 사장이 참석해 브리핑에 나서 설전을 벌였다. 재건축 수주전에 CEO가 나서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설명회 브리핑 순서는 공정성을 위해제비 뽑기로 이뤄졌으며, 임 사장이 먼저 단상에 올라섰다.
 
임 대표는 작심한 듯 “현대건설은 특화공사 금액 5026억원이라고 하면서 무슨 공사인지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물건값을 잔뜩 올린 뒤 할인해주는 척하는 것과 같다”고 선제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총회가 임박해 형식상 공개하면 명분만 주기 때문에 정말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뒤 이어 나온 정 대표는 조합원에게 ‘큰절’을 하면서 분위기를 집중시켰다. 그는 “이사할 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이행보증서 발급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사비 논란이 계속되자, 25일 오전 10시 현대건설은 참고자료를 배포하고, 지난해 이후 GS건설의 이사비 지원 현황을 공개했다.
 
GS건설이 ▲경기 철산주공10, 11구역 500만원 ▲성남 산성구역 500만원 ▲부산 우동3구역 5000만원 ▲부산 삼익비치 2000만원 ▲경기 광명12R 3000만원 ▲남양주 덕소3구역 1500만원이라고 공개한 뒤 형평성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GS건설도 즉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특히 현대건설의 ‘무상 이사비 지원’은 공짜로 주는 것이고, GS건설의 ‘유상 이사비 지원’은 입주시 갚아야 하는 돈이라고 강조했다.
 
양사 다양한 선물공세…사과 배, 도자기, 식기류 등 살포
 
지난 21일 만난 한 조합원은 “현대건설은 리츠칼튼호텔, GS건설은 메리어트호텔에서 설명회를 개최했다”면서 “두 곳 모두 조합원들을 차로 픽업해주고 호텔에서 식사를 대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델하우스는 현대건설이 양재동, GS건설이 대치동에 있는데, 방문하면 현대건설은 도자기 그릇과 테팔 프라이팬, GS건설은 식기류를 나눠줬다”고 말했다.
 
다른 조합원은 “일주일에 평균 1~2회 정도 홍보요원이 홍보책자를 들고 찾아온다”면서 “올 때마다 빈손으로 오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홍보요원들이 과일상자를 들고 방문할 수 없어 배달을 시키는데, GS건설은 ‘사과’, 현대건설은 ‘배’ 상자를 보내왔다”면서 “또 부녀회 등 소모임 등에 찾아와 밥과 커피를 사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또 조합원간 내부 갈등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조합장 선거에서 낙선한 법조인 출신 이 모씨를 중심으로 한 ‘반포주공1,2,4 조합연대’는 지난 10일 팔레스호텔과 지난 17일 세빛둥둥섬에서 조합원 대상 설명회를 개최했다. 1차에 500여명, 2차 때 9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조합연대는 설계 및 법률 등 전문적인 분야에서 활동하는 조합원들이 건설사의 공약을 검증하고, 조합원들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에서 결성됐다. 조합연대 규모가 확대되면서 현 조합집행부와의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한편, 업계에선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수주 실패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막대한 홍보비용과 상호비방전에 따른 기업 이미지 실추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까지도 번질 양상이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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