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무죄'…여성계 "위력 성폭력 허용면허 판결"
"미투운동 위축 우려" 비판 봇물…"사건과 독립적 판단해야" 반대 의견도
입력 : 2018-08-14 16:15:40 수정 : 2018-08-14 16:18:41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강력한 대선 주자에서 하루아침에 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의 피의자가 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1심이 무죄로 일단 결론 났다. 아직 항소심 등 절차가 남았으나 재판 직후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고 앞으로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조병구)가 14일 피감독자 간음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방청객 일부는 "아 정말 너무한다 진짜"라며 소리를 질렀다. 재판 선고 결과에 불만을 표시하는 목소리였으나 일부 방청객은 이에 맞서서 "지사님 힘내세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안 전 지사 지지자나 미투 운동 지지자들은 선고 뒤 약간의 충돌을 빚었다.
 
미투 사실을 폭로했던 김지은씨는 "어쩌면 예고됐던 결과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부당한 결과에 주저앉지 않을 것이다. 제가 굳건히 살고 살아서, 안희정의 범죄 행위를 법적으로 증명하겠다"며 "당당히 끝까지 살아남아 진실을 밝혀 범죄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초석이 되도록 다시 힘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계는 재판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한껏 더 높였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선고 직후 '무수한 '위력 성폭력'에 대한 허용 면허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법원이 성폭력 사건의 강력한 증거인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부정하고 여전히 업무상 위력에 대한 판단을 엄격하고 좁게 해석했다"며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제재하겠다는 입법 취지는 무색해지고, 위력 간음 추행 조항은 다시 사문화되려 한다"고 비판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도 "이번 판결은 피해자가 성인 여성이라고 보인다면 가해자를 모두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사법부가 위력이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현실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입법부의 책임을 미뤘다"고 지적했다.
 
사회 지도층 인사로 할 수 있는 유력 대선주자의 미투였던 만큼 이번 안 전 지사 사건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였다. 검찰이 안 전 지사에게 폭행이나 협박에 의한 강간 혐의가 아니라 그간 사문화된 업무상 위력에 의한 피감독자 간음 혐의를 적용하면서 '위력' 인정 여부에 초점이 쏠렸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선고로 앞으로 미투운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 소속된 한 변호사는 "미투운동이 위축되는 계기가 될까 염려스럽다. 김씨가 자기 모든 것을 걸고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섣부른 게 돼버렸다"며 "재판부가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기본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물리적인 직접 증거를 원했다. 일반적으로 상사가 하기 싫은 일을 시킬 때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상황을 깨뜨리기 불가능하다. 간음 상황도 그럴 텐데 문제는 이때 더 많은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성·아동사건을 두루 다뤄본 여성 변호사는 "미투가 끼친 영향력이나 의미 등이 매우 중요하기에 이번 결과와 미투운동을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게 맞다"며 "여성단체의 경우 사건만 있으면 무조건 남자가 문제라는 태도가 문제라고 본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 진술이 매우 모순적이었다. 정황만 가지고 판단하면 모든 사람이 위력을 행사했다고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날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했고, 피고인 요구에 거부 의사를 표시했을 뿐 아니라 피해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호소하는 등 여러 인적·물적 증거에 의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됨에도 달리 판단했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안희정 전 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14일 서울서부지법앞에서 한 여성이 안희정 전 지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플래카드를 뺏으려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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