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카풀·택시 갈등, 정치가 역할 다해야
입력 : 2018-12-14 06:00:00 수정 : 2018-12-14 06:00:00
최서윤 정경부 기자
지난 10일 택시기사 최 모씨가 국회 앞에서 분신한 데 이어 12일엔 국회를 폭파하겠다는 어느 택시기사의 유서 형식 메모가 발견돼 소동을 빚었다. 다행히 메모 작성자는 무사한 것으로 알려져 해프닝으로 끝났다. 진통 끝에 카카오가 카풀 앱 출시를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지만, 갈등은 시한폭탄이 됐을 뿐이다.
 
이번 사태는 택시만의 문제가 아니란 점에서 고민이 깊어진다. 4차 산업혁명을 혁명으로 명명한 건 신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기업들의 경쟁적 기술 도입으로 일자리 체계는 물론 생활의 총체적 변화를 예고해서다. 변화를 주도하는 소수와 따라가는 다수, 도태되는 일부 사이에서 사회적 갈등 심화는 자명하다. 택시노조의 외침이 국회를 향해 폭발하는 까닭이다.
 
정부·여당 내 고민의 흔적도 보인다.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기본소득에 버금가는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확대, 일자리 창출 등 보건·복지·노동 분야에 내년도 예산 3분의 1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할 갈등과 사회구성원의 불안 측면에서 안전망은 사후처방일 뿐이다. 갈등을 선제적으로 완화하기 위해선 급격한 변화에 노동자가 유연하게 적응할 재교육 등 일자리 전환 시스템이 절실하다.
 
기업은 벌써부터 신기술 투자·개발에 나섰고 정부도 규제혁신으로 이를 독려하지만, 그만큼의 갈등조정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최씨가 처절한 선택을 하기 사흘 전인 지난 7, 두 업계를 중재할 더불어민주당 카풀 TF 전현희 위원장은 카풀 앱 출시와 관련해 현재로선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최씨가 세상을 등진 시각 장병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지난 1년간 카풀 논의를 진척시켰다고 자평했다. 장 위원장은 벤처·스타트업에서 20년을 종사한 기업인이다. 정부의 구상에선 애초부터 기술개발이 중요했을 뿐 예견된 갈등 중재는 후순위로 밀렸던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민주당은 13일 사납금 폐지법안을 내놓는 등 택시기사 처우 개선을 통한 진화에 나섰다. 이제라도 제도 개선에 나선 건 환영할 일이지만, 쟁점의 근본 처방은 아니다. 정치권은 산업 부문 신기술 도입과 상용화 계획 등 정보접근에서 우위에 있는 만큼 일자리 존속을 위협받을 노동자와의 갈등조정이란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이번 사태와 앞으로 있을 유사한 충돌은 다가올 혁명적 변화 속 정치의 역할을 시험할 테스트 베드가 될 것이다.
 
최서윤 정경부 기자(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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