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 단체교섭 속속 착수…포괄임금제·임금인상 등 논의
“단체교섭에서 성과 거둘 경우 삼성전자도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
입력 : 2019-01-22 00:00:00 수정 : 2019-01-22 00: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전자의 첫 전국단위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에 들어갔다. 올해 1월1일자로 삼성전자서비스에 정식 편입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도 협상에 착수했다. 지난해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노사협상 테이블이 마련된 셈이다. 삼성 노조원들이 이번 단체교섭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경우 향후 계열사의 노조는 물론 다른 대기업들의 노조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설립한 삼성전자 전국단위 노조 ‘동행’은 지난 4일 삼성전자 사측과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노조 측은 임금 부문에서는 △포괄 임금제 폐지 △임금 구조 단순화 및 공개 △올해 임금인상 등을, 인사 부문에서는 △평가제도 개선 △휴직제도 개선 △계열사간 전직, 전보 배치전환 등, 산업안전 부문에서는 △안전제일 원칙 △노조의 안전보건 활동 보장 등, 사회적 책임 부문에서는 △경영 투명성 제고 △협력업체 지원 강화 △상시적 업무 직접고용 등을 요청했다. 향후 2주마다 사측과 만나 노조의 요구사항을 담은 교섭안을 사측에 제시하고 실무협상을 통해 양 측의 세부안에 대한 입장차를 좁혀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노조 동행은 지난해 사무직과 생산직 직원 수명을 중심으로 설립됐다. 지난해 안양에서 직종별, 구미에서 지역별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지만 삼성전자 안에서 최초로 전 직종과 전 지역을 포괄하는 전국단위 노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삼성전자 노조는 비록 소규모에서 시작하지만 협력사들과 동반자로서 성장하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삼성을 목표로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조는 12월에는 삼성전자 사측과 처음 단체교섭을 위한 상견례를 가졌고 이후 교섭 준비를 위한 사무 공간 확보와 교섭진행 인원의 타임오프(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면서 근로시간을 면제해 주는 제도) 인정 등을 요청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향후 단체협약을 통해 논의하자’는 답변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우리가 제시한 방안을 바탕으로 여러 차례 교섭을 거쳐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측도 “교섭 요청이 들어와 법절차에 따라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지난해 11월 협력사 직원의 직접 고용에 합의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나두식 지회장,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 최우수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전병인 삼성전자서비스 인사팀장(상무). 사진/뉴시스
 
이밖에 삼성전자서비스는 삼성전자의 100% 자회사로 편입한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와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사측에 전임자 5명의 타임오프제 최대치인 1만3000시간 보장, 노조 사무실 및 노조 게시판 활용 등을 요청하며 노조 활동 보장과 관련한 실무협의를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해 5월 협력업체 직원 8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하기로 하고 노조 활동 역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노사는 같은 해 11월2일 협력사 직원 직접 고용과 관련한 협상을 타결했고 직원들은 올해 1월1일부로 삼성전자서비스에 경력 입사했다. 국내기업 역사상 단일사례로는 최대 규모의 직접고용인데다가 삼성이 노조 활동을 공식 보장한 첫 사례여서 눈길을 끌었다.
 
삼성그룹내 노조 가운데 조합원 수를 밝힌 곳을 더해보면 약 3000명 수준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1800명으로 가장 많다. 설립 한 달 만에 직원의 절반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노조가 650명으로 그 다음이다. 삼성에스원 노조는 200여명 정도 된다. 삼성그룹 62개 계열사의 국내 임직원 수가 18만명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은 노조원 비율이 1%여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조직되기 시작한 노조가 올해 속속 단체협상에 들어서면서 향후 삼성의 노조 정책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80년간 ‘비노조 경영’을 이어온 삼성이지만 새롭게 만들어지는 노조들은 속속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획득하고 있으며, 회사는 교섭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그룹내 최대 인원인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의 협상에는 신경이 쏠릴 수밖에 없다. 노조들의 단체교섭 결과는 삼성내 다른 계열사 직원들의 노조 가입률을 높이고 국내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계열사 노조 가입자가 아직 소규모지만 노조가 처우 개선, 임금 상승 등에서 성과를 거둘 경우 삼성전자도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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